매거진 아침 일기

내시경 검사는 속마음도 들추나요

by 조매영

부쩍 탈이 자주 나는 것 같아 다음 주 화요일 위,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기로 했다.


예약하고 집으로 가던 길. 투병인 모임에서 알게 되었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위암과 대장암 투병을 했던 친구들. 다 죽었다. 무섭나. 아니 무섭지 않다. 그냥 갑자기 눈물이 난다. 모두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암. 개새끼. 너가 죽었어야지. 나쁜 새끼. 죽어도 왜 자꾸 더 악독하게 부활했던 거야. 멍청아. 친구들이나 부활시켜 주지.


언제부턴가 병명보다 그 병명으로 죽은 사람들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다음에 아프면 투병인 모임에 들어가지 않을 거야.


백혈병 투병했을 때 병원에 있으면서 아쉬웠던 게 뭐였지. 제일 먼저 게이밍 노트북 하나 사는 것이 좋겠다. 오래 병원 생활 하던 형이 게이밍 노트북으로 게임하던 것이 부러웠었지. 이번엔 간병은 됐다고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말해야겠다. 밤에 앓다가 엄마를 깨우는 것도 낮에 아빠에게 소변통을 비워달라는 것도 하고 싶지 않다.


토요일. 식이조절을 위해 쿠팡에서 주문한 바나나가 초록색이다. 아침으로 먹을 생각이었는데 첫 식사부터 계획이 어긋나 버렸다. 같이 주문한 카스테라를 먹었다. 카스테라는 점심으로 먹을 생각이었다. 점심은 뭘 먹어야 하지. 점심은 바나나를 구워 먹어 볼까. 아마존에서 구워 먹던 바나나의 껍질이 초록색이었던 것 같은데. 카스텔라는 생각보다 퍽퍽하구나. 우유를 먹어도 되나 검색한다. 누구는 먹어도 된다. 누구는 먹어도 안된다. 그럴 때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투병 때 생긴 탈 나지 않는 노하우다. 물이랑 먹었으면 되었을 텐데. 다 먹고 깨달았다.


식이조절한 음식으로 배가 부르니 조금 두려워진다. 괜찮겠지. 별일 없을 거다. 건강 염려증일 것이다.


내시경 검사날이 지나서야 먹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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