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당신 눈에는 어떤 내가 있습니까.

by 조매영

머리를 감다 거울 속 나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눈동자가 자꾸 내 시선을 피한다. 옆에 잃어버렸다 생각했던 면도기가 보인다. 대화할 땐 상대방 눈을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신뢰감을 얻을 수 있다고 했던 것 같다. 눈을 부라리며 다시 거울을 봤다. 샴푸가 눈에 흘러 들어갔다. 비명을 지르며 샤워기를 틀어 눈에 뿌렸다. 싸우자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가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엎드려 구걸하던 노인이 일어나 있었다. 얼굴이 있었구나. 정말 구걸하던 그 노인이 맞는 걸까. 사시사철 변함없는 잿빛 점퍼를 입고 있었다. 한결같이 앞에 놓여 있는 반찬통이 괜한 의심을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


노인은 맞은편을 향해 눈인사를 하고 있었다. 족히 스무 걸음은 되는 곳에서 남자가 씁쓸한 미소로 답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상황이 궁금하지도 않나. 그들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하나같이 온기 하나 흘리지 않도록 옷을 껴입거나 겉옷을 움켜쥔 채 걸었다. 사람이 지나가며 일어난 바람이 유난히 차가웠다. 찬 바람이 부는 공터에 우리 셋만 놓여 있는 것 같았다.


남자는 지갑에서 오만 원을 꺼냈다. 쪽지처럼 작게 접었다. 노인 앞으로 성큼성큼 걷는 걸음에 찬바람이 피해 걸었다. 쟈켓의 지퍼도 닫지 않았다. 열이 많은 사람 같다.

남자는 노인의 손에 돈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노인은 그대로 주저앉아 돈을 펼쳤다. 혹시 전단지가 아닌지 확인하는 거겠지. 확인이 끝났는지, 돈을 점퍼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반대편 주머니에는 반찬통을 넣었다. 찬 바람 사이에 날아다니는 전단지처럼 휘청거리며 노인이 멀어졌다.


남자는 노인의 눈에서 무엇을 봤을까. 거울 속 내 눈을 마주 한 것과 무엇이 다른 거지. 오만 원으로 술만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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