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핑계 기록

by 조매영

글을 쓰고 나면 끝냈다는 만족감보다 죄책감이 먼저 밀려왔다. 어떤 글을 써도 거짓말 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쓰는 것이라 단순히 불편해서 그렇다고, 쓰다 보면 좋아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소용없었다.


글 수가 늘어나는 만큼 글을 쓰는 일에 속도가 붙고, 글의 내용이 길어지는 것에 부담감이 덜 해졌지만 그것이 더욱 거짓말의 증거 같게 느껴졌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말이 빨라지고 많아진다고 하지 않던가.


글을 쓰면서 거짓말을 쓴다고 생각한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 차라리 거짓말을 쓰고 있다고 선언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상하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는데 쓰인 글은 거짓말 같고 그런데 그게 또 어떤 거짓말인지는 모르겠다니.


닥치는 대로 다른 이의 글을 읽는다. 읽을 때마다 흙을 한 삽씩 퍼 올리는 것 같다. 흙에 파묻힌 내 글이 더 이상 죄책감을 줄 수 없을 때까지 읽었다.


나는 비석처럼 내 글 앞에 서 있다. 사실 뭐가 문제인지 안다. 내가 내 글을 '그냥' 못 믿는 것이 문제다. 글은 거짓말 한 적 없었다. 내가 그냥 못 믿은 것이다.


답은 항상 명료하다. 마주하는 것보다 핑계를 만들어 피할 생각만 하니 답이 나올 리가 있나. 직시하기 위해 핑계에 휘둘리는 모습까지 기록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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