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모니터에서 고양이 눈키스를 봤다

by 조매영

일어나자마자 책상 앞에 앉았다. 바닥에 놓여 있는 컴퓨터 본체에 엄지발가락을 가져다 댄다. 헛발질을 몇 번 하고 나서야 전원 버튼이 눌렸다. 혹시 발냄새가 나는 건가. 허리를 숙여 본체를 봤다. 모터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분주히 번쩍이고 있었다. 빈정상했다. 피하지 않았다고 괜히 딴청 피는 것 같았다. 발을 들어 올려 냄새를 맡아봤다. 아무 냄새나지 않았다. 괜히 본체를 한번 더 발로 툭 건드렸다.


흰 화면, 깜박이는 커서를 본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껌벅이는 속도가 낯익다. 본가에 살고 있는 고양이가 눈키스 해주는 속도가 딱 저랬다. 고양이 눈키스는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표현이라지만 믿을 수가 없다. 변덕까지 고양이를 닮아, 갑자기 돌변해서 얼굴을 할퀼 것만 같다. 조심스럽게 한 글자 쓰고는 냉큼 창을 내렸다.


오랜만에 아침 일기를 아침에 쓰려고 했는데 쉽지 않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답답한 맘에 일어나 책장에서 책들을 마구 꺼냈다. 어릴 적에 돈 없이 오락실 가던 기분이다. 혹시나 방해될까 숨까지 죽이고 일어 선 채로 오락에 열중한 사람들의 문장을 읽었다.


좋았던 문장을 콤보 기술처럼 복기해 본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세상 쉬운데 막상 써보면 제대로 나온 적이 없다. 오락기 밑에 동전 하나 떨어져 있나 살피던 것처럼 책을 만지작 거렸다. 뭐 하나 나오는 것이 없다. 돈전이 있어야 게임을 하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많이 쓰는 게 답이라던데 아무 생각 없다고 써도 되려나. 뭔가 딱딱로 동전 넣는 곳에 스파크를 일으키는 것 같다. 고장 안 나려나.


다시 의자에 앉아 흰 화면, 깜박이는 커서를 본다. 어림짐작 좀 그만하라는 것처럼 변함없이 눈키스를 하고 있다. 나도 따라 눈을 깜박여 본다. 그리고 글을 쓴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골골 송 같다.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일은 아침 일기를 아침에 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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