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어제 ADHD 약 한 봉지가 남은 것을 확인했는데 보이지 않는다.
빨아야 할 옷과 개어 놓은 옷이 뒤엉켰다. 책들은 입을 벌린 채 방 안에서 표류했다. 오랜만에 입을 연 서랍장들이 온갖 것들을 토해냈다.
집이 난장판이 되었지만 약봉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물건을 찾고 있는 건지 그냥 방을 어지럽히고 있는 건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결국 내일 가려고 했던 정신과를 오늘 가기로 했다. 삶도 옷처럼 뒤죽박죽이다. 원래 오늘 아침에는 아침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또 출근해서 짬짬이 써야겠지.
약처럼 삶에서도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다. 잃어버린 것은 맞을까. 찜찜하고 불쾌한 기분에 아무 이유가 없다 한다면 슬프겠다. 뭘 찾으려 해서 난장판이 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니 말이다. 의욕이 없거나 우울하면 방 청소부터 시작해 보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분명 옷들 사이에 파묻혀 있을 것이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곳을 집이라 부를 수 있을까. 혼돈을 잘못 발음한 것이 아닐까. 평소에는 별생각 없는데 이럴 때면 돈이 많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돈이 많았으면 청소 업체를 부를 수 있었을 텐데. 그럼 잃어버린 것들도 한 움큼 찾을 수 있을 텐데.
그래 오늘은 집에 가면 딴짓하지 말고 정리를 해야겠다. 혼돈에 놓여 있으면 잃어버리기의 천재가 될 수밖에 없지. 정리를 빙자한 한 곳에 몰아두기 말고 제대로 치워보자. 대체로 잃어버린 것들은 청소 때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다. 청소를 제대로 안 해서 못 찾은 것이다.
주머니는 꼭 하나하나 확인해 봐야겠다. 드디어 청소를 시작했냐고 장하다고 삶에서 잃어버린 무언가가 발견될 것 같다. 아니면 최소한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내게 수고비로 동전을 넣어뒀을 것이다.
아 잃어버린 것이 생각났다. 내 정신머리! 왠지 이불 밑에 깔려 있을 것 같다. 제일 마지막에 이불 청소를 해야겠다. 정신머리 찾았다고 청소 포기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