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치우다 천장 가장자리에 숨죽이고 있는 거미줄을 발견했다. 매일 누워 천장을 바라봤는데 왜 못 봤을까. 언제부터 저기에 있던 걸까. 거미줄도 기척이 없으면 낡는구나. 늘어지고 뒤엉키고 먼지까지 묻은 거미줄을 맨손으로 걷어낸다. 소주병이나 라면봉지처럼 먹고 남긴 것들이 손가락 끝에 스친다. 살아있거나 방금까지 살아있던 벌레를 만졌을 때 느꼈던 소름은 없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방치되어 있는 것들은 퍼석하다. 고독만 있을 뿐이다. 봄이다. 봄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지. 골목마다 늘어지고 뒤엉키고 먼지가 내려앉은 집들이 많다. 죽음을 끝이라 믿지만 끝이라 말하고 싶지는 않다. 겨우내 퍼석해진 사람들이 온몸으로 새로운 시작을 말할 것이다.
거미는 어디로 갔을까. 인터넷을 찾아본다. 알을 낳고 죽는다거나 건물 틈이나 땅 밑에서 겨울을 난다고 한다. 건물 틈 사이가 터전인 다른 벌레들이 텃세는 부리지 않을까. 집 안에 바퀴벌레가 한 마리 발견되면 보이지 않는 곳에 수백수천 마리가 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는 못해도 수십 마리의 바퀴벌레가 있지 않을까. 개미약에 미처 죽지 않은 개미들도 함께 있을지 모르겠다. 서로 부둥켜 겨울을 보내는 것을 상상한다.
인간은 기존에 살고 있던 것들을 밀어내기 바쁘다. 밀어내고 외면하다 문제가 되어서야 울기 바쁘다. 제일 잘난 것처럼 과시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이제는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우리는 과시로 결핍을 숨길 수 없다. 위협하기 위해 몸을 부풀리는 것은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뉴스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다들 마음에 겨울이 온 것 같다. 난로를 찾고 난로를 이야기를 하지만 서로 체온을 나눌 생각은 않는다. 앞으로 세계 대전이 일어나면 구석기시대로 돌아갈 거라 말하던데 오만한 것 같다. 단세포로 돌아갈 것이라 믿는다. 생각뿐만 아니라 몸까지도.
집을 치우고 나니 한결 사람 사는 곳 같다. 이렇게 거미줄을 칠 곳이 많다니. 겨우내 잠을 자거나 새로 태어난 거미들도 우리 집에 들어오면 만족하겠다. 떠나간 이, 살고 있는 이, 찾아올 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 같다. 그만 좀 적대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