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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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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May 01. 2024

젓가락이 사람 잡는다.

 젓가락질을 못한다. 음식을 욱여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굳이 음식을 욱여넣지 않아도 되는데 고치기 쉽지 않다. 교정 젓가락을 사볼까 하다가도 금방 마음을 접게 되었다. 밥과 반찬을 한 입 가득 욱여넣고 씹으면 기분이 좋았다. 안정감이 생겼다. 밥을 먹었으니 언제든지 도망가도 괜찮다고 내게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과거 몽골에서는 젓가락을 절대 사람 방향으로 놓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젓가락은 단순한 식사 도구가 아니라 흉기이기도 했다.


 어릴 적에 중국 영화가 인기였다. 어느 날 밥을 먹으며 곁눈질로 텔레비전을 봤다. 악당 얼굴에 가느다란 상처가 났다. 악당은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봤다. 주인공이 던진 젓가락이 벽에 꽂혀 있었다. 주인공은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밥을 먹었다. 멋있었다. 

 젓가락이 날아왔다. 이마에 맞았다. 텔레비전 보지 말고 밥이나 먹으라는 고함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숙였다. 젓가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무서웠다. 이마를 만져보고 싶었다. 혹시나 젓가락이 박혀 있으면 어떻게 하지. 자꾸 울음이 올라왔다. 밥을 욱여넣었다. 젓가락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옷에 걸려 있었던 것 같다. 멋있지 않았다. 욱여넣은 밥을 제대로 씹지도 않고 울음과 함께 삼켰다. 


 이제는 도망갈 일도 없다 거기다 소화도 잘 안된다. 체한 것 앞에서는 기분 좋은 것도 안정감도 아무 소용없었다. 다시 교정 젓가락을 검색했다. 


 교정 젓가락을 쓸 때마다 손이 저리다 못해 쥐가 날 것만 같았다. 밑반찬 하나 집으려다 열불 나 쓰러질 뻔했다. 무기가 다시 식사도구가 되는 것이 쉬울 리가 없겠지만 해도 너무 했다.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났다. 교정해야 할 것이 손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나. 마음속 자리 잡은 무기 하나 지우는 일이 쉬울 리 있을까. 젓가락질 교정 한번 하다가 득도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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