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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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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n 05. 2024

낯선 전화라면 아파도 울지 않을 수 있다.

 일하던 중 전화가 왔다. 화면에 뜨는 휴대폰 번호가 낯설었다. 전화를 받기 전에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했다. 전화를 받자 통신사 대리점이라고 했다. 어떻게 내 휴대폰 기종은 아는 걸까. 내 휴대폰 기종은 알면서 왜 내 기분은 모르는 걸까. 자기 할 말만 해대는 남자의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끊었다.




 친구의 임종이 가까워졌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병원에 다녀왔다.


 내가 병원에서 한 것이라고는 흐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친구의 숨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을 한 것 밖에 없었다. 가만히 누워 있는 사람을 지켜보기만 한 것이었는데 힘들었다.


 그는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이 있는지 내가 있는 동안 숨을 거두지 않았다. 갈 때는 택시를 타고 갔지만 돌아올 때에는 걸어서 돌아왔다. 여섯 개의 지하철역을 지나쳐야 했지만 걸었다. 아무와도 관계되고 싶지 않았다. 자꾸 다리가 풀려 10분을 걷다 쉬고 5분을 걷다 쉬고 나중에는 1분도 채 걷지 못하고 쉬었다.


 걷는 도중에 낯선 전화를 받았다. 모르는 이의 부고를 전하는 전화였다. 혹시나 친구의 부고일까 이름을 몇 번이나 되물었다. 기억에 없는 이름이었다. 그는 잘못 전화를 건 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하며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깨달았다. 투병기를 보고 연락했던 어린 환자 중에 한 명이었을 것이다. 전화를 잘못 걸 일이 없었다. 고인의 휴대폰이었을 테니까. 미안했다. 내가 위로가 되었다고 했던 아이들 중 한 명이었을 텐데.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쉬는 타이밍을 놓쳤다. 다리가 풀렸다. 휘청거렸지만 계속 걸었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걸음을 멈춘다면 내가 더 싫어질 것 같았다. 친구의 부고가 아니라서 순간 다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해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누웠다.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잠을 포기했을 때 전화가 왔다. 몽롱한 와중에 친구의 부고를 알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름을 되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휴대폰 화면을 보니 친구의 번호였다. 그래도 되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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