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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n 04. 2024

*세상에 나쁜 몸은 없다

 항생제나 영양제와 다르게 항암제를 연결할 때 간호사는 사뭇 진지해 보였다. 항암제가 몸을 돌기 시작하면 몸에서 마음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았다. 눈을 감고 뜨면 내 뒤통수가 보일 것만 같았다. 이게 죽다 살아나는 기분인 걸까. 유체이탈은 마음이 바닥이 아니라 하늘로 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가 왜 그렇게 조심했는지 알게 되었다. 항암제는 항암물질이면서 발암 물질이었다. 독은 독으로 다스린다는 말은 무협지에서나 봤던 것 같은데 현실에서도 통용되는 말이었다. 내 몸에서 태어난 것들이 독이 되었다니 그래서 외부의 독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니. 몸이 괘씸했다.


 백혈구는 과한 자기애가 아니라 자존감이 필요했다. 적혈구와 혈소판의 자리를 뺏을 것 아니라,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성실해야 했다. 스스로 꾸중하다 양심에 찔렸다. 반려동물은 주인을 닮는다던데 몸을 이루는 세포들이야 다를까. 강형욱 씨에게 몸과 내가 훈련받았다면 독을 들일 일도 없지 않았을까. 아쉽다.     




 투병이 끝나고 체질이 변했다. 이전에 없던 알레르기가 생겼다. 찾아보니 면역계의 과민반응이라고 한다. 매번 약한 면역력 때문에 잔병치레도 많이 하는데 몸은 참 이상한 데에 자기주장이 강한 것 같다.


 알레르기 약을 먹으니 졸음이 쏟아진다. 생각도 없어지는 것 같다. 면역계가 둔해지는 만큼 나도 둔해지는 것 같다. 글 써야 하는데 쉽지 않다. 몸도 나도 참 안 맞는다. 그래도 끝까지 책임지고 키워야겠지. 몸과 내가 친해질 수 있도록 훈련사의 도움을 받고 싶은 요즘이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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