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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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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n 06. 2024

아무튼, 생존

 세수를 하던 중 대학 면접 때 받았던 마지막 질문이 생각났다.


 살면서 제일 깊게 고민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십여 년도 더 된 일인데 왜 갑자기 생각난 것일까. 당시에 나는 어떻게 대답했던가. 세수를 멈추고 거울을 봤다. 비누가 잔뜩 묻은 내 얼굴이 못생겼다. 비누를 씻어냈다. 그래도 못생겼다. 못생김에 감탄하다 불현듯 내가 했던 대답이 떠올랐다.


 나는 왜 사는가를 최근에 가장 많이 고민했습니다.


 아프고 나서는 나는 왜 사는가 보다 나는 살 수 있을까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어제 헬스를 끝내고 씻는 도중 어깨에 못 보던 멍을 발견했었다.


 물을 잠그고 한참이나 온몸을 훑었다. 혹시나 멍이 하나 더 발견될까 봐 두려웠다. 두려움은 곧 재발 이후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전세금을 빼서 치료비를 쓰는 것이 좋을까. 치료를 포기하고 전세금을 엄마에게 주는 것이 좋을까. 주변 사람들에겐 어떻게 말하지. 더 이상 멍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마음은 계속 초조해졌다.


 제대로 씻지도 않고 샤워실에서 나와 휴대폰부터 찾았다. 친한 의료진들에게 연락해 물어볼까 하다가 인터넷에 검색을 시작했다. 바벨 스쾃을 하다 보면 어깨가 쓸려서 길게 멍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사진들을 보니 나와 같았다. 안심이 되었다. 비록 공포는 우울이 되었지만.


 오랜만에 든 공포였다. 치료가 끝난 초창기에는 모기한테 물려도 점상 출혈인 줄 알고 응급실에 갔었다. 집으로 가는 중에도 심장이 계속 두근거렸다. 유산소 운동이 따로 없네. 혼자 마음을 풀어보겠다고 농담을 생각해도 소용이 없었다.


 병에 대한 망각이 풀린 것 같아 두렵다. 아침이 되니 크게 두렵지 않다. 다행이다. 망각은 아직 단단한 것 같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지만 잊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매번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만큼 끔찍한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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