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니? 네 동생 꿈속에서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그랬다며 그 이야기를 듣고 참 너답다 싶었다. 네가 간지 벌써 몇 달이 지났다. 편지가 늦어 미안하다. 네가 쓴 편지와 메일은 잘 받았어. 편지를 읽은 소감을 말하자면 너는 죽어서도 아니 죽기 전에도 투덜이 더구나.
네게 보냈던 카톡을 찾아봤다. 마지막 카톡도 네게 뭐라 하는 것이더라. 결국, 네가 그렇게 원하던 스무 살은 못 되었네. 너를 보면 마음이 아팠다. 아픈 만큼 화가 났었다. 너는 네 죽음을 예측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조언해도 너는 가족이 어색하다 그랬다. 가족이 어색한 만큼 친구에 집착했다. 네가 응급실에서 살아 돌아온 기념으로 맛있는 것을 먹자고 만난 날에도, 갈수록 제 기능을 잃어가는 기관지를 외면하고 담배 냄새를 풍기던 너를 보면 견딜 수가 없었다. 우리 중 네가 백혈병 유형이 젤 좋았잖니.
같이 만났던 윤 군에게는 보내지 않았던 편지와 메일을 내게 보낸 것을 보면 너도 징징거림을 받아주던 사람 말고 살라고 어떻게든 살아보자고 하던 사람이 필요했던 거라 믿는다. 네게 뭐라 한 나를 합리화하는 것 같다. 대답할 너는 없는데 뭔 소용일까. 미안하다. 그래도 조금 더 노력해볼 생각은 없었니.
네가 속초에 뿌려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다를 좋아한다 그랬었나? 가물거린다.
너도 가물거렸겠지. 만날 때마다 자기 죽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장례식장에 오라던 녀석이 유언으로 친구들을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해 달라 그랬다면.
윤 군과 나는 네 동네 주변의 모든 장례식장에 전화를 했었다. 그렇게 보낼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장례식을 치른 거니? 어디에도 너는 없었다.
너를 배신한 사람이 있다고 복수하고 싶다고 복수하고 싶어 미쳐버리겠다고 내게 하소연했던 그 사람도 카카오스토리 댓글로 너를 추모하더구나. 너는 마지막 편지와 메일에서까지 너는 그 사람을 저주했다. 그 사람을 오지 못하게 하려고 윤 군이나 나나 네 마지막을 배웅도 못 하게 하다니.
날이 춥다. 한 많다고 어딘가 이 추운 날씨에 어딘가 서성거리고 있을까 걱정이다. 너도 이제 이십 대 후반이다. 너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사실이잖아. 열아홉에 죽었다고 마냥 열아홉이라 생각하지 말자. 아직도 피자헛이나 롯데월드를 좋아하니. 깐죽거리지 좀 말고 조만간은 아니지만 언젠가 피자 먹으며 네 고민 상담들 마저 했으면 좋겠다. 이제 내 고민도 들어주고.
미안해. 어떻게든 네 장례식장을 찾았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