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6
한파가 잃어버린 편지처럼 드문드문 기억나는 요즘이다. 추웠지. 추워서 보일러가 동파될 뻔했지. 온수도 얼어서 나오지 않아 고생했어. 생각해보면 불과 며칠 전 일인데 전생의 일 같기도 하다. 주말에 다시 추워진다는데 나는 또 깜빡하고 온수를 살짝 틀어놓지 않을 것 같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이럴 때 꺼내도 괜찮지 않을까.
얼마 전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던 일도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오랜만에 온 전화라 반가웠다. 우리가 교차되지 않은 삶을 풀어놓으며 웃었다. 친구의 웃음 끝에 불안이 매달려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먼저 묻지 않았다. 근황 토크가 끝나자 친구는 자신의 사정을 내게 말했다. 병원에 가니 암인 것 같다는 이야기. 자궁을 적출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불안해하는 친구에게 내가 겪은 좋은 예후를 덮어주었다.
다행히 친구는 다른 병원에 가니 암이 아니라 가벼운 혹이었고 적출이 아니라 내시경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좋아했다.
그 후 연락은 없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을 보니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 좋아 보였다.
부고 소식을 전화로 받았다. 낯선 이름이었다. 죄송해요 하며 끊었다.
지금 생각하니 투병에 관해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왜 모든 일이 전생의 일 같은 걸까. 누군지 알게 되니 전생 체험을 하는 것 같아졌다. 슬프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니다.
예전에 네이트 판에 투병기를 쓸 때 카카오톡 아이디를 공개했었다. 아픈 사람들에게 연락이 참 많이 왔다. 어떤 이는 내게 희망을 봤고 어떤 이는 내가 병을 가볍게 이야기한다고 저주했다. 투병이 끝나고 투병기가 끝나자 모두 연락이 없어졌다. 다들 잘 지내고 있을까.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기억나지 않는다. 알 수 없으니 아픈 사람들이 없던 사람들이 되는 것 같다. 뭐든 좋다.
사람은 남고 아픔은 없어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