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의 다락방은 어떠셨나요?

by 조매영

영화에서나 책에서 다락방이 나올 때마다 낯설었다. 거기에는 지붕에 뚫린 창에서 쏟아지는 햇빛과 달빛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방. 다락방 한편에 자리 잡은 책상 외에는 다른 가구는 일절 없는 고독한 방. 혹은 벽에는 세계 지도가 붙어 있고 새총 따위의 장난감들이 널브러져 있는 방. 집에서 지붕 다음으로 높은 곳에 있으면서 제일 은밀할 수 있는 아름다운 방이 그곳에 있었다.


나도 다락방이 있는 집에 산 적이 있었다. 초등학생 때였다. 다락방은 책상도 장난감도 없었다. 창문도 없었고 당연히 달빛이나 햇빛도 없었다. 여름에는 겨울 이불이 있었고 겨울에는 여름 이불이 있었으며 사시사철 오래된 잡동사니들이 버림받을 날을 기다리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이불을 옆으로 치우고 잡동사니를 더욱 안쪽으로 밀어내 만든 공간에서 숙제도 하고 잠도 잤다.


불을 끄고 누워 있으면 벌레와 쥐가 돌아다녔다. 온갖 틈에서 나오는 소리가 나를 간지럽혔다. 때때로 내 위를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몸서리치며 일어나 전구를 켜면 보이는 것은 내 그림자만 있었다. 뚱뚱하고 작은 나와 다르게 가늘고 긴 그림자는 표정도 없이 평화로웠다. 그림자도 내 편이 아닌 것 같았다. 두리번거려도 간지럽히던 소리의 정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전구를 다시 끄면 다시 온갖 소리가 나를 간지럽혔다. 귀를 막아도 온 몸을 긁어 봐도 소용이 없었다.


다락방이 있던 집에 산 적이 있었다. 고독할 틈도 없이 간지러웠다. 벌레나 쥐에게 쫓겨나면 잘 곳이 없었다. 벌레나 쥐에 빌붙어 지냈다. 나를 밀어내려는 것들을 피해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쓰는 법 밖에 없었다.

나를 넘어가는 것들을 견디며 무덤처럼 한참을 가만히 있어야 잘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침에 눈을 떠도 빛은 없었다. 매일 죽었다 살아나는 것 같았다. 집에서 지붕 다음으로 높은 곳에 있으면서 하늘과 제일 먼 방이 내게 있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제는 길을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