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反射)

1) '강박' 내려놓기.

by 경자호

직장생활을 했던,

13년 간만 쌓인 건 아닌 것 같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렸을 언제 적부터,

이미 쌓였으리라 짐작된다.

생활의 안정을 갖지 못한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불안이다.

불안의 감정은 강박의 행동으로,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었다.


중학생시절 아파서 조퇴한 때를,

제외하고 초등학교, 고등학교 개근상을 탔다.

중학교 그때만 전근상을 탔다.

대학시절 그 흔한 땡땡이 한 번 하지 못했다.

그러면 큰일 나는 것으로 알았다.

그 작은 습관은 직장생활로도 이어져,

아파서 괴로워도 출근했다.

반차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 출근했다.


그런 태도는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이었지만,

나 스스로는 그렇게 파괴되고 있었다.

한 번도 여유라는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채,

늘 자신을 채찍질해왔다.

많은 병마와도 싸우게 만들었고,

가장 사랑하는 가족을 아프게 만들었다.


언젠가부터 머리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결국 나 스스로 한 번도 결정하지 못했다.

상황의 결정으로 억지로 나 스스로를,

고독 속에 밀어 넣었을 때도,

즐기지 못했다.


매일 경건한 마음으로 오고 가던 목적지가,

하루아침에 허물어지고,

나는 굳이 오지 않아도 상관없을,

양평의 어느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갑자기 쌀쌀해진 겨울의 한가운데서,

건너편 설국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 강박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일상을 다 반사(反射)하고자 한다.

새로운 일상을,

전혀 다르게 채워 넣어,

마음속에 여유라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을 내 앞으로 끄집어내고자 한다.

가끔씩 다니던 이 길을,

내가 한 번이라도,

비워진 마음으로 바라본 적이 있던가?

오늘 비로소 비워진 마음속에,

양평의 서종 어느 길 모퉁이를,

가슴속에 담아보고 있다.

운전하는 차 안 왼편 어깨너머,

조용히 흘러가는 물결 위로 바라보니,

운무가 뽀얗게 피어,

가뜩이나 아름답던 풍경을,

동화처럼 만들어주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다운 심정을 가져 본 것이 얼마만인가?

과연 그런 경험은 있었는지 잠깐 생각해 보았다.


목적지가 없는 삶에서,

처음 맞닥뜨린 건 고독이었다.

살면서 크게 느껴보지 못한,

낯선 감정이라 당황스러웠다.

익숙했던 강박은 내가 이 고독을,

이겨내야 한다고 다그쳤다.

고독을 이겨내고자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혼자 보내는 즐거움을 알았다.

고독을 즐기게 되었다.

오히려 고독은 나에게 이야기해 줬다.

강박을 내려놓으라고...


12월 겨울의 한가운데,

월요일 아침,

난해한 조각의,

센티한 조명아래 앉아

맞은편 설국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관조적 눈길일까?

아니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이 있었을까?


비워진 머릿속에,

가끔씩 공상이 찾아오면,

이 조차 앉아서 즐겨본다.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재미있다.

이렇게 사는 것도 재미다 막연히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맞았다.


오늘 하나 내려놓으며,

다른 하나를 채울 수 있어서 좋았다.

강박은 가고 고독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