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아내의 생일' 축하하기
기념일을 챙기는 것에 미숙하다.
회사일을 할 땐 바쁘다는 핑계로
그저 지나가는 시간 속 흘러가게 두었다.
연초에는 이벤트가 많다.
그중에서도 단연 하이라이트는
아내의 생일이다.
그동안 아내의 생일에 선물을
해준 적이 거의 없었다.
딱 한 번 생일선물을 사줬는데
아내가 쓰는 아이폰에 맞는 워치였다.
슬며시 넘어가려 하는 것을 딱 꼬집어
쇼핑몰에 끌려가서 사주게 되었다.
그때도 회사에서 특별선물로 나온
상품권으로 사줘서 내부 예산집행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결혼생활 10년 동안 아이워치 외
어떤 물질적인 선물을 해본 적이 없다.
아내가 주변의 친구들이 받은 선물을
나열하며 압박할 때도 끝까지
흘려듣는 척 무심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무정한 사람은 아니다.
나만의 철학이 있어 부부가 공유하길
바라고 바란 것이다.
기념일에 물질적인 선물이 주는
만족 시간의 지속력이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
기껏해야 열흘이라도 가면 다행이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그 물질에 대한 효용이 떨어진다.
거기에 비례해서 의미도 차츰 퇴색된다.
감가상각에 의해 노후화되는 것도 있고
매번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되어 기존 것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돈이라는 것이 참으로 이상해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주어지는 효용은
천지차이가 난다.
같은 돈을 사용해서 얻는 만족의 크기와
그 지속성이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일지
늘 고민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소비에 있어서
극한으로 아끼고 투자에 있어선 적극적으로
하자고 결정했다.
소비는 돈이 내 손을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다.
투자는 돈이 내 손을 떠나 대신 일을 한다.
이렇게 기준을 세우고 후자에 집중하자
삶의 다양한 변화가 찾아온다.
계속 쌓이고 다시 설계해서 투입하면
더 크게 쌓여서 돌아오는 재미를 배운 것이다.
이 재미를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질 대신
자산으로 선물했다.
가장 큰 선물은 신뢰였다.
아내에게 믿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신뢰를
주기 위해 남들 다한다는 명품백 대신
아내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했다.
결혼 이후로 내가 성취하는 경제적 이득은
아내와 공유한다는 점을 가치로 내세운 것이다.
역시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 이런 태도다.
하지만 처음 이해가 어렵지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 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꼭 보여주고 싶었다.
한 해 두 해 결과로 증명하자
아내에게 변화가 감지된다.
그리고 진정으로 삶에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한다.
새로운 세상에 눈뜬 아내는 지금은
나보다 더 현명한 삶을 살아간다.
역시 내가 보는 눈이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아내의 생일이 다가오면
친구들이 받은 명품백과 반지들을 나열한다.
늘 그렇듯 무심한 척 흘려보내면
눈을 흘긴다.
하지만 거기까지 아내는 현명하게 오늘의
절제를 내일의 안락함으로 바꿔 바라본다.
내일은 참 밝고 따뜻하다.
그러면 '절제만 하고 살며 돈만 아끼다
가버리면 무슨 소용이냐' 물을 수 있다.
결코 그렇지 않다.
명품백과 다이아몬드 보석이 없어도
진정으로 축하해 주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시간을 밀도 있게 같이 보내고
진심을 담은 편지를 아이와 함께 정성껏 써서
아내에게 바치면
아내는 진정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보다 더 기쁜 행복이 어디서 오겠는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아 뇌에서 잠깐 터지는
도파민 보다.
물리적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속에서
누구보다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다
생각될 때 느끼는 행복감이 더 크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절제하여
잉여자원을 만들어 나만의 성을 쌓는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아무리 좋아도 지속되면 그 효용감이 떨어진다.
진정한 행복은 좋아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에서 오는 것이란 것을
그리고 그 편안함은 불편함을 알아야 느낀다는
것을 아내와 아이와 늘 공유하며
오늘도 기꺼이 감수하며 산다.
늘 함께 참아주고 절제하는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 고생에 대한 보답은 반드시
주어진다고 말하고 싶다.
쾌락을 좇는 일상을 다 반사(反射)하자
편안한 일상이 내 주변을 감싼다.
포근한 일상 속 평범한 오늘에 감사하며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