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수영' 배워보기
1월에는 아들이 수영을 배우면
관망대에 앉아 책을 읽으며 지켜봤는데
2월에는 아내가 같이 배우라며 수영에
등록하여 아이와 함께 수영을 배우게 됐다.
본래 하던 곳은 방학특강이 2월엔 없어
새롭게 다른 센터에 등록했는데
5분 정도 더 걸어가야 하는 곳이라
편도로 45분 정도 걸어서 수영장에 간다.
기존에 대로변을 걷는 것이 불편했는데
이번 위치는 산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이
지름길이라 아이와 뜻밖에 등산도 한다.
시간도 변경되어 아침에 하던 일정이
오후로 변경되면서 거기에 맞춰
루틴도 다시 조정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왕복으로 걷지 못하고
돌아올 때는 버스를 타야 한다는 점이다.
수영이 끝나고 30분 후 아이가 줄넘기
수업이 있어 그 시간에 맞춰 돌아와야 한다.
생각해 보니 아이는 화요일, 목요일
등산, 수영, 줄넘기, 태권도를 바로 이어서
하면서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당하고 있다.
힘들면 조정해 줄까 했지만 아니란다.
엄청난 체력에 아이가 엄마를 닮아서
다행이라고 자위하는 병약한 아빠다.
수영을 배우면서 인생의 많은 부분을
함께 배우고 있다.
수영강사님의 말씀에 따라 토시하나 빼지
않고 열심히 안 되는 몸을 열심히 움직인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몸에 힘을 빼는 것
물을 겁내지 않고 그대로 머리를 집어넣고
팔과 다리를 쭉 뻗은 채로 몸에 힘을 뺀다.
그러자 주 욱하고 몸이 물에 뜬다.
우리의 일상도 이와 같아서 아무리 쥐려고
애써도 주어지지 않다가 힘을 빼고
기대하지 않고 살아가다 보면 가만히
어느 순간 힘쓰던 것을 얻던 경험이 있다.
너무 애쓰지 않는다.
순리대로 되리라 믿고 그저 최선을 다한다.
언젠간 되겠지...
수영강사 선생님이 칭찬해 준다.
"수영 배우신 거 아니에요?"
멋쩍게 웃으며 처음이라고 이야기한다.
힘을 빼는 건 요즘 하도 많이 해서 자신 있다.
잘 따라오는 듯하자 욕심이 생겼는지
벌써 다음 동작으로 넘어간다.
힘을 뺀 상태에서 무릎을 펴고 허벅지로
움직여서 물장구를 치도록 이야기한다.
여기부터 몸이 말썽이다.
힘을 빼는 것과 힘껏 다리를 구르는 것 사이
뇌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코마가 온다.
몇 번 라인을 이탈하고 주행이 늦어지니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한다.
기대하지 말라니까...
괜히 실망시킨 것 같은 마음에 가볍게 웃으며
다시 한번 머리를 물에 박고
열심히 발을 구른다.
아이와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의 마음을 조금 더 알게 된 것이 기쁘다.
영어학원, 수학학원, 줄넘기, 태권도 중에
영어학원과 줄넘기를 2월까지만 하기로 했다.
고급인력이 집에 있는데 다수가 함께 배우는
학원보다는 아빠의 특급과외로 공부하기로 한다.
태권도는 친구들이 많아하고 싶단다.
수학학원은 아빠가 자신이 없어 그냥 보낸다.
영어와 국어는 문과출신 아빠가 자신 있는 분야
아내와 함께 서점에 가서 이런저런 문제집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교재를 구한다.
국어는 3학년부터 과학, 사회과목이 생기니
비문학 지문으로 구성된 난이도가 올라간
교재를 골라 구입한다.
영어는 단어, 문법, 독해책을 각각 사서
하나씩 진도를 정하고 매일 꾸준히 할 예정이다.
해보고 문제 푸는 시간이 빨라지면 듣기도
추가하려고 한다.
아빠와 공부하며 학원을 가지 않으면
순수하게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학원 시간만큼 아이에게 자유시간이 생긴다.
지금도 학원숙제를 시키느라 공부를 봐주면
어느새 밤 10시를 가리키는 시곗바늘에 놀라
서둘러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그 시간만큼 게임도 하고 독서도 하면서
보낼 예정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경험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아이가 아빠를 생각하는 감정의 깊이가
깊어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좋다.
언젠가는 아빠의 품을 떠나 더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겠지만
훨훨 창공을 너머 비행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주고 싶다.
나중에는 주고 싶어도 못 줄 때가 올 것을 안다.
그 시간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후회가 없도록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끝까지 집착하던 일상을 다 반사(反射)하고
힘을 빼자 진심으로 집착하던 것들이
하나둘씩 선물처럼 주어진다.
어깨에 힘을 빼고 물에 뜨는 것처럼
마음에 힘을 빼고 기대를 내려놓으니
못 보던 선물들이 한가득 와서 앉긴다.
수영을 배우며 알게 되는 것 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