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反射)

14) '아이 방' 꾸며주기

by 경자호

아이가 3학년이 되고

아이 방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아이가 어렸을 때 2층 침대가 가지고 싶다고

하여 2층 침대로 아이의 방을 꾸며 주었다.

처음 유명한 가구점을 방문하여 가격을

알아보았을 때, 무려 200만 원이 넘었다.

납득하기 힘들었던 가격에 기겁을 하고

이케아부터 온라인까지 뒤져

30만 원짜리 2층 침대를 만들어 주었다.

처음 이케아에서 저렴한 제품을 사다

직접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침대 프레임 자체가 너무 커서

차에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가격은 20만 원 대로 저렴했는데

배송부터 설치까지 부가비용이

터무니 없이 붙어 구입을 포기하고

이케아 매장 한편에 쪼그리고 앉아

인터넷 서핑을 통해 아주 저렴한 침대를

설치까지 포함해서 30만 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구입했다.


그로부터 약 4년의 시간 동안

아이는 충분히 자신이 꿈에 그리던 미끄럼틀이

딸린 2층 침대를 마음껏 누비며 지낸다.

하지만 독립 수면에 실패하고 언제나

내 옆에서 거실에서 함께 자게 되면서

2층 침대의 효용이 급속히 떨어진다.

여기에 너무나도 좁은 아이 방의 공간을

2층 침대에게 내주고 나니

다른 용도로 사용이 불가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널브러진

창고처럼 변모하게 되었다.

아이가 차츰 나이가 차며 공부방이 필요하게

되었고 짠돌이 아빠는 과감히 아이방의

리모델링에 돌입한다.


발단은 동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동생은 제수씨와 회사문제로 주말부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각자 출퇴근이 편한 중간위치로

집을 이사하며 양쪽에서 각자 사용하던

컴퓨터 중 1대가 남게 된 것이다.

데스크톱이 없던 나로선 그냥 준다는 말에

덥석 동생의 손을 잡고 고맙다고

연신 이야기한다.

그렇게 컴퓨터를 받아서 설치를 해야 하는데

좁디좁은 집에 마땅한 장소가 없다.

큰 결심을 하고 기존의 2층 침대를 없애고

그 자리에 공부 책상과 컴퓨터 책상을

두기로 한다.


먼저 2층 침대를 치워야 해서 철거비용을

알아보는데 그냥 사람이 와서 해체하는 비용이

15만 원이라고 한다.

아내의 말에 바로 드라이버를 들고 방으로 간다.

나사 하나하나 일일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돌려서 침대를 하나씩 해체한다.

하루 종일 씨름하는 와중에

어느새 아내까지 와서 거든다.

주말 오전을 전부 반납하고서야

나무판자, 매트리스, 미끄럼틀 등 하나씩

분리가 완료된다.

구청에 신고하니 다른 잡동사니까지 3만 원에

폐기처분을 완료할 수 있었다.


다음은 깔끔하게 비워진 장소에 미니멀하게

공부방을 꾸며 줘야 한다.

아이들 책상을 그냥 가구점 가서 살펴보면

늘 그렇듯 수백만 원이 우습다.

다시 이케아로 달려간다.

이케아의 책상 가격도 천차만별...

우선 좋아 보이는 것의 가격표를 보면 바로

20만 원이 넘는다.

그중 상판과 다리로 심플하게 되어있는

책상이 눈에 띈다.

가격표를 보니 44,000원 유레카 너다.

공부 책상과 컴퓨터 책상을 따로 두기로 하고

2개를 구매하는 플렉스를 감행한다.

책상 하나 길이가 1m인데 방 총길이가

2m 20cm이다.

책상 2개를 사면 20cm가 남는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길이 20cm짜리

서랍장이 39,900원이란다.

크게 한 번 숨을 들이켜고 구매를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의자는 아무리 봐도

마음에 드는 게 없다.

편하면 비싸고, 싸면 불편하다.


이때 뒤에서 인터넷을 뒤지던 아내가

불러 세운다.

아이들 데스크 의자가 59,000원인데

리뷰가 좋았다.

오늘은 플렉스 하는 날

바로 의사결정을 하고 구입한다.

그렇게 2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돈으로

아이 방이 럭셔리하게 꾸며진다.

하나씩 집으로 들고 와

낑낑대며 설치를 한다.

책상은 십자 드라이버만 무려 20번을

돌려야 한다.

전동 드라이버가 없어 싸구려 중국산으로

낑낑대며 돌리다 손에 물집이 잡힌다.

아이가 아빠가 고생하는 것을 알아야 할 텐데

하루 종일 돌려서 겨우 완성한다.


설치를 하고 나니 다 좋은데 중간에 넣은

서랍장 위가 허전하다.

서랍장의 높이는 68cm

책상의 상단 높이는 약 72cm

4cm 정도 단차가 있어 푹 꺼진 느낌이 든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가장 경제적인

해결책이 떠오른다.

책상과 의자를 사며 같이 온 골판지 박스를

크기에 맞춰 가위로 오린다.

다이소에서 사 온 목공용 풀로 골판지 박스를

크기에 맞게 오린 부분을 붙인다.

후~ 후~ 불어가며 박스가 고정되면

안에 빈 부분을 아이가 다 푼 문제집으로

채워 넣는다.

다시 목공용 풀을 칠해 윗부분을 골판지로

덮는다.

이제 그 위를 다이소에서 같이 산

하얀색 시트지를 오려 깔끔하게 붙인다.

색상은 책상의 색상과 동일한 하얀색

감쪽같이 단차를 감추며 깔끔한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무려 3시간의 사투 끝에 완성해 낸다.

물론 조금만 집중해도 층이 좀 안 맞는 부분

시트지를 어설프게 붙여 좀 우는 부분

단점 투성이지만

컴퓨터가 생기고 TV에서 보던 공부방이

생긴 아이는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아뿔싸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인터넷이 안된다.

거실에 있는 인터넷 분배기에서

아이의 방까지는 어림잡아 10m가 넘는다.

울먹이는 아이를 보며 가격을 알아보니

기사가 와서 하면 3만 원이 넘는단다.

바로 5,000원짜리 랜선에

3,000원짜리 전선 정리 홀더를 구매한다.

거실 공유기에 커넥터를 꽂고

랜선을 천장으로 올려 홀더로 하나씩 고정한다.

거실 천장을 지나 현관 근처까지 연결해

마지막으로 아이 방 천장으로 이어간다.

컴퓨터 있는 쪽 벽을 타고 내려 맞은편

커넥터를 꽂고서야 겨우 완성이다.

문을 타고 온 전선 탓에 모서리가드를 문에

붙여 문이 닫혀 선이 끊어지는 불상사를

사전에 예방한다.


연결을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인터넷을 켜는데...

이상하다 인터넷이 안된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컴퓨터 쪽 커넥터를 다시

뺏다 끼고 바로 거실로 가서 분배기 쪽 커넥터를

뺏다가 낀다.

다행히 딸깍하고 소리가 난다.

끝까지 안 꼈던 것이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인터넷을 켜는데

아주 빠르게 인터넷이 된다.

살았다.

그렇게 2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아이 방의

리모델링이 완벽히 끝난다.


컴퓨터를 가져다준 동생이 안경을 바꿨다고 해서

가격을 물어봤는데, 안경알과 테 전부

30만 원 가까운 돈을 주었단다.

이 기준을 빗대어 나의 리모델링이 엄청 저렴했다는

사실을 다시 인지하고 마음이 놓인다.

물론 내 안경은 5만 원이지만 말이다.

돈을 좀 썼지만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로블록스를 컴퓨터로

할 수 있어 기쁘다며 바로 실전에 들어가는데

1시간도 안돼서 조작이 어렵다며

다시 휴대폰을 켠다...

결국 지금 브런치를 이걸로 쓰고 있다.

결국 나를 위한 것인가?

혼란이 온다.


일주일 이번 일로 정신없이 보내며

무료했던 일상을 다 반사(反射)하고

리프레시되는 한 주를 보냈다.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 공부도 봐주고

새로 준비하는 것들도 열심히 하고자 다짐한다.

다가오는 봄,

따뜻하게 하루를 채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