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反射)

15) '아이의 자신감' 심어주기

by 경자호

3학년이 되면서 아이의 성장이 빠르다.

이미 상당 부분 통제를 빠져나가며 혼자 하는

일이 많아진 아이를 보며 세월을 느낀다.

바뀌는 시기에 따라서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아이의 성장을 응원하고 있다.


부모로서의 권위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가정에서부터 크게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의사결정에 스스로 통제하도록 지켜봤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 아빠를 무서워하지

않고 가장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했다.


가끔은 도를 지나쳐 너무 건방지게 굴면

진지하게 훈육하여 잘못된 점이라고

가르치지만 논리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견해를 잘 밝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아이의 말에 반성도 많이 한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지금 누구보다 밝고

자신감이 넘친다.

그리고 그렇게나 바라던 유머감각도

어느 정도 그 역량이 올라온 것 같다.

물론 아빠의 유머감각을 따라오려면

아직 한 참 부족하지만

오늘도 학교에서 어떻게 웃겼는지

친구들과 있었던 얘기를 하며

아이가 시전 한 유머를 들었을 때,

어떤 포인트에서 웃어야 하는지

잘 몰라서 유머의 논리관계를

꼬치꼬치 캐묻다가 아이에게

아빠는 유머를 몰라라는 소리를 듣는다.


3월이 시작되며 초등학교 3학년이 되고

아이의 최고관심사는 학급회장에

나가는 일이었다.

밖에 나가서 연설을 해야 하는 용기와

떨어지면 창피하다는 두려움이 앞서

망설이던 아이에게 시도해 보라고

얘기해 준다.


물론 처음엔 장난으로 회장 되면

친구들에게 햄버거 돌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돈 드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아내에게 엄청 혼이 나서야

정상적으로 얘기를 해준다.


실제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반장선거 한 번 나가지 못했던

내가 그때 일이 생각나서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아내에게 혼이 나서야 후회를 했다.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해 도전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얘기한다.

회장이 되면 좋고 안돼도

충분히 멋진 도전을 해본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망설이던 아이가 결심을 한다.

내일 회장선거 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대만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정해서

친구들을 도와준다고 하면 어떨까?

이야기하자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생각한다.


다음 날 수영을 하고 집으로 도착했는데

아이가 먼저 집에 왔다.

아빠에게 뛰어오며 이야기한다.

부회장이 됐단다.

회장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대만이가 노력해서 얻어낸 값진 결과잖아

크게 축하를 해준다.

어떻게 될 수 있었는지 물어본다.


회장선거를 하고 다시 부회장 선거를

했는데 회장선거 때는 떨려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가 회장이 하는 것을 잘 보고

부회장 선거에 다시 나가서

말을 잘했다고 한다.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아빠를 닮아

친구들을 잘 웃겨줄 수 있다고 하고

부회장이 되면 말을 재밌게 해서

반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준다고 하며

어리바리한 모습을 시전 하여 친구들을

크게 웃겼다고 하면서 좋아한다.


벌써 어리바리 유머에 대한 행동을

초보적이지만 기획을 해서 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획해서 실제 유머로 이끄는 능력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고단수다.

역시 내 아들, 부회장보다

유머시전이 더 자랑스러웠다.


인생에 있어 크게 진지하게 살지

않고자 노력한다.

삶에 목표와 기준을 지키는 절제에는

엄격하지만 그것을 살아내는 삶에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철학이다.

남들이 보기에 힘들고 어려운 행동을

유머러스하게 하다 보면 그것이

삶에 고통이기보단 게임을 클리어

하는 것 같은 도파민이 터지는

즐거움이라 여기고 살아간다.


엄마와 아빠를 지켜보며 아이가

비슷한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보며 참 다행이라는 감정이 생긴다.

지금처럼 어렵고 힘든 도전을

밝고 유머러스하게 넘기며

힘든 삶이지만 의미 있게 살아가길

바란다.


딱딱하고 진지한

일상을 다 반사(反射)하고 나니

즐겁고 웃긴 일상이 찾아온다.

힘든 일을 길게 겪으며 일상의 웃음을

많이 잃어버렸어도 차츰차츰 회복하며

웃음을 찾아가고 있다.

그 웃음 중에 가장 큰 웃음이 아이가

아닐까 또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