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反射)

16) 영원한 것은 없다.

by 경자호

나이가 40이 넘으면서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물론 예전에도 그렇게 건강하진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조금만 무리를 해도 아프다.

더 충격적인 건 그렇게 무리를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수영을 배우며 옆으로 가는 것을

배우는 중이다.

옆으로 가려면 우선 왼손을 쭉 펴고

귀를 팔에 대고 옆으로 누워

마구 다리를 휘저어야 한다.

손발을 쭉 펴서 '일'자를 만들지 못하면

그대로 가라앉는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다 보니

몸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는 결국 가라앉는다.


처음엔 잘한다는 칭찬도 듣고 했는데

요 근래 계속 몸에 힘이 들어가며

가라앉다 보니 열등생이 되어버렸다.

수영 선생님이 조심스레 물어본다.

"좀 천천히 가셔도 되죠?"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대답한다.

"되기만 하면 기간은 상관없습니다."

그 말도 무척이나 부담스럽나 보다

별로 말이 없다.

그 반응에 '이거 안 되는 거 아니야?'

괜히 겁이 나지만 끝까지 해서

'안 되는 게 어디었으랴'

스스로 위로하고 열심히 따라 한다.


문제는 팔을 쭉 편 상태로

오랫동안 힘이 들어가다 보니

담이 오고 계속 아프다.

처음엔 이게 오십견인가 했다.

나중에는 팔을 드는 것조차 버겁다.

수영을 할 때는 안 할 수 없는 거니

이를 물고 참지만 집에 와선

팔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처음에는 팔만 아프더니

컨디션이 나쁘니 작은 무리에도

감기가 찾아온다.

바로 목이 아파온다.

일단 목이 아프면 열이 크게 난다.

아침부터 병원을 찾는다.

오늘은 수영도 못 가게 되었다.


몸이 건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나이가 드니 빨리 낫지도 않고

아픈 빈도도 올라간다.

거기에 몸이 긴장상태가 아니다 보니

위기에 더 취약한 듯싶다.

회사일을 할 때는 정신력으로 버티며

아프면 안 되는 날 아프지 않고

넘어갔는데 벌써 군기가 빠진 것이다.


영원할 것 같지만 무척이나 짧은 것이

또 인생이 아니겠는가?

인생의 절반에 다가오면서

너무 열심히 살지 않기로 결심한다.

결국 끝이 있는 것에

끝이 없다 생각하고 몰입하는 것

또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처해진 상황과 시기에 따라 철학도

바뀌는 것.

그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배워간다.


돈 또한 현실을 희생해 가며 버는 이유가

결국은 미래를 즐기기 위해서인데

줄어드는 미래를 억지로 현실로

끌고 와서 희생시키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라...

'적당히'를 마음에 곱씹으며

세상과 타협해 간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몸을 돌보지 않고

몰입하는 인생을 살아서

어느 정도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숨 쉬고 먹고 살 정도만 됐으면

그 이상 바라지 않고 멈출 줄 아는 것도

현명하다고 생각하며


한 번 마음속 집착을 내려놓고 나니까

금세 여기에 적응해 버렸다.

다시 그 치열한 전장에 가지

못할 것 같다.


힘든 역경을 극복했을 때 오는 도파민에

중독됐는 줄 알았는데

전장에서 벗어나서 풍류를 즐기다 보니

또 어느새 여기에 적응해 버렸다.

이제 다시 힘든 일은 못할 것 같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며 세상에 딱 그런 사람은

없다는 것이 실감이 된다.

원래 그런 사람은 없고 지금 그런 사람만

있는 것이다.

안 바뀌는 건 없고 다 노력하면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절대적 기준이라는

일상을 다 반사(反射)하자

유연한 태도라는 일상이 맞이한다.


너무 강박 가지고 살지 말자

그냥 내려놓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더라.

그렇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안 된다.

내려놓은 만큼 다른 것을 희생시켜야

균형이 맞는 게 삶이라

오히려 좋은 쪽으로 절제를 늘려나가니

이렇게 약해진 면역력 속에서도

이만큼 산다고 생각한다.


아마 너무 계속 열심히 살았다면

지금쯤 많이 아팠을 것 같다.

망가지기 전에

이쪽으로 잘 았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