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치열한 귀가전쟁을 마치고 평온을 되찾는다. 이직한 직장이 사업구조가 자리를 잡으며 매년 100% 이상의 매출증대율을 보이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던 중 회사의 대표가 갑자기 호출하여 임원용 차를 배정해 준다는 뜻밖의 얘기를 한다. 장기리스를 통해서 업무용 도로 개인배치해서 쓸 수 있게 배려해 준 것이다. 집에 가서 아내에게 얘기하자 엄청 좋아한다.
아내가 기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럼 지금 타고 다니던 차는 필요 없겠네?"
"응 그렇지 새로 받으면 필요 없어지지."
"그럼 내가 타고 다녀도 되겠네?"
당황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한다.
"안되지... 음... 일단 주차가 두대가 되면 비용이 많이 나가고... 음... 그리고 오래된 차라서 위험해"
"지금 돈 더 들어갈까 봐 그러는 거지?"
"아... 아냐 안전을 위해서지"
그렇게 아내를 설득하여 기존에 타고 다니던 차는 처분하기로 했다. 다만 그때 당시 알고 있던 상식으로 폐차하는데도 돈을 내야 한다고 알고 있어서 최대한 매각 쪽으로 처분을 하고자 마음먹는다. 하지만 굉장히 오래되고 고장도 났었던 차를 매각하기란 쉽지 않았다. 차를 보는 사람마다 폐차를 권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차에 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면서 본인이 타던 차 외에 한대가 더 필요해서 중고차를 알아본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아직까지 확신을 가지고 구매하고자 할 의향은 없었지만 일단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니 어떻게든 설득하고 마음먹는다. 어느 하루 저녁식사를 하자고 하고 근처에 살던 동생을 불러낸다.
"동생아 너 이번에 결혼하고 차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냐?"
"응 아무래도 당분간 직장위치 때문에 주말부부를 해야 할 거 같아서, 아내 출퇴근 용으로 필요할 거 같아?"
"그럼 너무 낡은 차는 위험하지 않아?"
"아! 그래서 내차도 낡긴 했는데 내차를 주고 그냥 나 출퇴근용으로 싼 거 볼까 했지?"
"야 그러면 딱이네, 내차를 사!"
"엥? 형 그 원래차가 아직도 굴러가?"
"그럼 나 지금까지 타는데 전혀 문제없어. 잠깐 몇 번 고장 난 적이 있었는데 다 정비소 가서 수리하고 이상 없이 몰고 있어."
"아... 그 차 확실히 좀 불안하던데?"
"야 출퇴근용으로 훌륭하다니까. 형이 동생이니까 그냥 싸게 넘길게 너 봉 잡은 거야."
"그래? 그럼 얼마에 넘길 건데?"
"야 동생한테 많이 받겠냐? 그냥 50만 원만 줘. 그냥 주긴 뭐 하니 이것만 받을게."
"그 차면 50만 원 비싼 거 아냐?"
"야 잘 굴러가는 차가 50만 원이 뭐가 비싸. 이건 그냥 주는 거지."
"그런가? 그래 어차피 지금 필요할 거 같기도 하고 알았어 그럼 한 번 날 잡아서 이관하자"
그렇게 일사천리로 영업이 크게 성공을 거두고 동생이 차를 사기로 하면서 폐차를 권유받던 차를 드디어 팔 수 있게 되었다. 혹시라도 인터넷을 통해 시세를 알아본다던지 다른 마음을 먹기 전에 빠르게 이전 작업을 끝내야 했다. 동생이 짬을 내어 함께 구청에 가서 자동차등록증 명의를 이전하고 매각대금 50만 원을 받았다. 차를 사준 동생이 고마워 소액으로 나오는 수수료는 대신 내주었다.
차를 매입한 이후 심심할 쯤이면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동생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되는 차의 이상상태를 나에게 물어보고는 했다.
"형, 에어컨이 찬바람이 안 나오고 더운 바람이 나오는데 이게 맞아?"
"아! 너 덮다고 2단 이상으로 틀었지? 그거 1단에 놓고 가만히 있으면 찬바람 나와"
"아니 그럼 이게 원래 그랬어?"
"어 그래서 난 한여름에도 1단으로 놓고 다녔지. 그렇게 불편하진 않아 적응되면"
"아니 이거 더운데?"
"아! 너무 움직이지 말고 1단 놓고 가만히 있으면 시원해"
그렇게 전화를 마무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전화가 온다.
"형, 지금 에어컨 틀고 차를 몰고 다니면 이상한 냄새가나"
"아! 그건 원래 그래 그거 냄새가 좀 나다가 시간 좀 지나면 안 느껴져"
"아니 다른 사람 태우고 가는데 민망한 상황이 나오는데"
"잠깐 창문을 열어..."
"형 뒷좌석에 저 얼룩은 뭐야?"
"그거 우리 애가 어쩌다가 만든 거 같은데 안 지워져서 그냥 뒀지."
"아니 근데 얼룩 모양이 좀 그러네..."
"아 너무 그러면 방석 같은 걸 깔아놔. 그럼 안 보일 거야."
컴플레인을 마친 동생은 한숨을 내쉬고 전화를 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에 한 잔 생각이 나서 동생에게 전화하여 동네에서 술 한잔 하자고 불러낸다. 피곤한 표정의 동생이 술집에 들어서고 한숨을 쉬며 말을 꺼낸다.
"형 그냥 차 폐차시키기로 했어. 그리고 그냥 나는 새 차 뽑게"
"아니 왜? 얼마 타지도 않았잖아?"
"차 엔진이 맛이 갔나 봐. 덜덜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움직 일 때마다 차가 들썩거려서"
"엥? 난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는데? 네가 너무 험하게 탄 거 아냐? 내가 탈 땐 멀쩡했는데?"
"거의 수명이 다된 차였어. 그냥 폐차하고 신차 뽑게."
"아이 내가 팔았는데 안타깝네... 오늘 여기 네가 사기로 한 건데 낼 수 있어?"
"어 괜찮아. 내가 낼게..."
"아이 미안하게 싼 거 먹을게"
그렇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동생을 위로하고 저녁을 맛있게 얻어먹었다. 하지만 다행히 내가 알려줬던 주식투자방식을 나름대로 본인에 맞게 적용하여 주식투자로 신차 한대값을 벌어 대출 없이 차를 산다는 소식이어서 차를 팔았다는 미안함보다는 신차를 뽑게 도와줬다는 우쭐함에 맛있게 얻어먹었다.
금방 폐차시킬 차를 팔았다는 죄책감에 어느 정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던 차에 동생에게서 갑작스럽게 연락이 온다.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자 동생에게서 기쁨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형, 나 차 폐차시켰잖아."
"어 그래 그거 잘했어?"
"근데 오히려 돈을 주네?"
"엥? 돈을 준다고 폐차하면 오히려 비용을 내는 거 아니었어?"
"어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요즘에는 내부에 장비랑 고철값이 올라서 오히려 돈을 주더라고..."
"헐, 얼마 받았어?"
"70만 원... 이거 50만 원에서 사서 20만 원 이득 보고 팔았어"
"뭐? 그게 진짜야?"
정말 뒤통수를 세게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당연히 폐차를 시키면 돈을 내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오히려 돈을 받다니 자세하게 알아보지 않고 일을 진행시킨 내 잘못이었다. 되는 놈은 뭘 해도 되는 것인지 이상하게 도와준 것들이 나보다 잘되고 덤핑으로 후려친 것들은 오히려 복이 되어 돌아온다. 역시 마음을 곱게 써야 하나보다. 애물단지 처리해서 수익도 챙길 겸 열심히 영업을 했는데 폐차를 하면 수익이 더 좋았다.
10년 전에 600만 원 주고 산 차를 50만 원 회수해서 잘 매각했다고 생각했는데 동생은 20만 원 이익을 봤다. 억울하고 속이 쓰렸지만 내 판단에 의한 결과를 더 이상 비관하고 있을 수 없었다. 동생에게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어 동생아... 대박이다. 생각도 못했네... 내가 정말 당하다니..."
"형 고마워 형덕에 돈도 벌고 좋네..."
"아... 그렇구나 내가 도움이 됐구나. 그럼 네가 한번 저녁 사라."
"뭐 까짓 거 내가 한번 사지. 형 덕에 돈도 벌었는데"
"야 너는 나 때문에 주식으로도 벌고, 부동산으로도 벌고, 차로도 버는구나. 되는 놈은 뭘 해도 되는구나"
"형 내가 저녁 산다니까? 그냥 잊어"
그렇게 동생의 위로를 받으며 동생의 승승장구를 축하해 주었다. 나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바람에 집안이 위기를 겪었을 때 너무 어려 더욱 민감한 나이를 길게 힘들게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보다 더 철저하게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했다.
어렸을 적부터 장난기가 심한 형과 살면서 억울한 일도 많이 당하고 가끔은 짓궂은 장난도 서슴지 않고 하던 형인데도 지금까지 우애를 다지며 살아가는 건 진심으로 서로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있어서 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저렇게 잘 풀리는 동생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기왕이면 주변사람들이 다 같이 잘되야 그 커뮤니티가 더욱 끈끈하게 강해지는 것이다. 그래야 이런 장난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당연히 내가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했건만 제일 호구가 되어있었다. 그래도 동생의 호구가 되어 그렇게 억울할 건 없었다.
그렇게 중고차를 되팔아 가계의 보탬이 되고자 했던 부자는 가장 멍청한 호구로 남아 지금도 가족모임에서 안주처럼 회자되고 있는데...
바보 같은 아빠가 호구가 되고 있는 사이 엄마는 물밑에서 기획하던 여행계획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