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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May 15. 2019

15. 내 감정이 생기는 원리(3단계: 상황 판단-1)

지난 편 - 14. 내 감정이 생기는 원리(4단계: 감정 생성)


감정의 강물을 거슬러 부지런히 노를 저었다.

드디어 강의 상류에 도착했다.

그러나 완만하던 하류와 달리, 상류의 물살은 아주 거셌다.

정신을 집중해서 노를 계속 젓지 않으면,

금세 다시 하류로 떠내려가곤 했다.

보다 높은 집중력과 끈기가 필요해진 것이다.


 사람은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의식을 집중하지 않으면, 의식은 감정의 강물을 따라 점점 하류로만 떠내려간다. 화가 왜(why) 났는지 살피지 않고, 화가 났으니 복수(how)할 궁리만 한다. 감정에 휘둘리는 삶을 살게 된다. 원하는 감정을 추구하지 않고 느껴지는 감정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평범한 사람은 일어나는 감정에 취해 ‘슬프다’, ‘화난다’고 생각한다. 즐거움에 취해 향락을 즐기고, 분노에 취해 파괴하려 한다. 흘러가는 감정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지혜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은 왜 이런 감정이 생겨났는지를 먼저 찾아본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 메타인지


 지혜로운 사람은 자아 전체가 감정에 빠진 것이 아니라, 작은 일 부분에서 그 감정이 흘러나오고 있음을 본다. 제삼자가 되어 자신의 생각을 관찰하는 것이다. 일반인에겐 생소한 개념이지만, 심리학에선 메타인지(Meta cognition)라는 보편적 개념이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생각 너머에서(meta=beyond) 알아차린다

(congition)는 것이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지?”라고 자신에게 물어보자. 메타인지로 들어서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감정이 어떻게 생성됐는지 관찰하는 관문이다. 이제 관문을 통해 감정을 들여다보자.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핵심은 감정 제조기 3단계에 있다. 불쾌한 상황이 발생했고 이를 알아차렸다고 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까? 단언컨대 절대 아니다. 바로 ‘판단’을 통해서만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외부 자극을 위험한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몸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 것이다.

 사건이 아닌 판단이 감정을 좌우함을 다음의 이야기에서 살펴보자.


 어느 날 당신의 책상 위에 아메리카노 한 잔이 놓여 있었다. ‘웬 떡이지? 갈증이 나던 참에 잘됐다!’며 홀짝홀짝 한 모금씩 마시며 업무를 봤다. 문득 ‘부장님이 사주신 건가?’라는 생각이 들자 목에 턱 걸렸다. 부장님이 커피를 살 때는 단 한 가지다. 급한 야근 부탁. 허구한 날 야근만 하다 언제 연애해보나, 탄식하고 있는데 회의실에서 막 나온 신입사원이 싱긋 웃으며 “커피 잘 드셨어요?”라고 한다. “응, 고마워.” 아무렇지 않은 듯 짧게 대답했지만 ‘어, 그린라이트인가!’라는 생각에 볼이 금세 뜨거워졌다. 볼에서 핏기가 빠진 후에야,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다시 물어봤다. “어디서 난 거야?” “손님 오셔서 사둔 건데, 한 분이 불참하셔서요.”


 돌다리가 우르르 무너졌다. 걱정할 필요도 기대할 필요도 없었다. 커피 한 잔을 받은 것은 똑같다. 하지만 커피 한 잔에 부장의 야근인지 신입의 대시인지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고통은 판단에서 온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현명한 다섯 황제 중 한 명이다. 황제보다는 철학자에 가깝다는 평가만큼 뛰어난 철학자였다. 그는 말했다.


“당신이 외부의 일로 고통받고 있다면, 고통은 일 자체가 아니라 일에 대한 판단 때문이다.”


 사건이 아니라 판단이 당신을 불행하게 한 것이다. 전쟁터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그가, 스토아 철학의 대가인 그가 전장을 누벼야 한다니? 그 고뇌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치열한 고뇌 속에서 시대를 초월한 명저 《명상록》 이 탄생했다. 그가 건져 올린 삶의 지혜를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살펴봐야 한다.

 판단은 관찰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1단계처럼 명확한 사건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2단계처럼 외부 자극을 오감으로 인지할 수 도 없다. 4단계처럼 불행한 감정을 느낄 수도 없다.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간과하기 쉬운 단계다.

 혼자서는 관찰하기 힘든 3단계를 관찰하는 요령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과 대화하거나, 감정과 생각을 글로 적어보라. 상대의 입과 종이를 통해, 관찰자가 되어 자신의 생각을 바라볼 수 있다. 입과 종이를 빌려 메타인지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감정(4단계)에 대해서 쏟아낼 것이다. 그리고 원인이 된 사건(1, 2단계)을 기억해낼 것이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감정과 사건을 이어주는 자신의 판단(3단계)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심리학자 마셜 로젠버그의 저서 《비폭력대화》 는 관찰, 느낌, 욕구, 부탁으로 구성한 대화로 갈등을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의 상담 내용을 떠올려보자. 자초지종에 대한 설명도 없이 과장님께 질책을 받은 A사원이 “전 최선을 다했어요. 과장님은 정말 매정한 사람이에요!”라고 상대의 인격에 대해 비난한다면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폭력대화를 활용해 “과장님께 질책을 받을 때(관찰) 저는 매우 혼란스러웠어요(느낌). 왜냐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부족한지 알고 싶었거든요(욕구). 개선해야 할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좋겠습니다(부탁)”라고 말하면 합리적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비폭력대화를 활용하면 대화나 글쓰기를 통해 괴로움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감정 제조기의 4단계인 ‘느낌(감정)’부터 3단계인 ‘욕구(판단 기준)’, 1~2단계인 ‘관찰(사건 발생과 인지)’까지 아우르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탁’을 통해 외부 상황을 개선할 수도 있다.


다음 편 - 16. 내 감정이 생기는 원리(3단계: 상황 판단 2부)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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