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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May 14. 2019

14. 내 감정이 생기는 원리(4단계 : 감정 생성)

혼돈의 하류에서 여정을 시작하다

지난 편 - 13. 내 감정은 어디서 왔을까


이곳은 감정의 강 하류다.

평온할 때는 맑은 물이 흐르지만,

감정이 일어날 때는 오물이 떠내려오곤 한다.

감정의 오물을 걷어낼수록, 평온한 감정으로 살 수 있다.

오물이 어디서 흘러왔을까?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함께 떠나자!


 감정 제조기의 마지막 단계는 ‘감정 생성’이다. 두뇌는 사건을 인지하고 상황을 판단했다. 그 결과로 호르몬을 분비했는데, 이것이 바로 감정이다.

 예를 들어 위험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뇌는 교감신경을 작동한다. 에피네프린을 분비해, 심장 박동을 빠르게 만들어 물리적 대응능력을 끌어올린다. 더 강하게 상대에게 충격을 가할 수도 있고 더 빨리 도망갈 수도 있다. 신속하게 위험에서 도피하거나, 위험에 맞서도록 몸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긴장, 두려움, 불안을 느낀다. 반대로 안심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부교감신경을 작동해 아세틸콜린을 분비한다. 심장 박동은 느려지고 흥분한 신체는 점차 안정을 찾는다.

 평온함과 불안, 우울을 가르는 기준 또한 호르몬이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풍부하면 평온함을 만끽할 수 있지만, 농도가 떨어지면 불안이나 우울에 빠진다. 그러니 불안장애나 우울증에 걸리면 세로토닌 농도를 끌어올리는 약을 처방한다.


감정의 강에 그물을 치자


 감정이 생성된 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예방이 아닌 치료다. 이미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은 분비됐다. 강 하류로 오물이 떠내려 오는 것을 떠올려보자.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어느 지류에서 오물이 떠내려오는지 알아야 한다. 그 지류에 그물을 걸어 더 이상 오물이 떠내려오지 않게 한 다음 하류의 오물을 건져내야 한다.

 우선 오물이 떠내려 오는 지류에 그물을 설치하자. 화가 난 장소에 계속 머물면, 그 상황을 반복해서 떠올리고 고통도 반복해서 느낀다. 감정의 1~4단계까지 다시 밟고 그 고통을 재현하는 것이다. 새로운 1단계를 시작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사무실에서 질책을 받았는데 자리에 앉아 있다면, 질책받은 기억이 자꾸 떠오를 것이다. 그러니 사무실 밖으로 나와 바깥 풍경을 두뇌에 넣어줌으로써 불행을 더 이상 떠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류에 그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 화날 수 있는 이유는 있어도, 화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없다. 관찰자가 되어 자아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흥분한 자아는 움찔할 것이다. 씩씩거리며 왜 화가 났는지 말하려 할 것이다. 이 방법은 추상적인 심리요법이 아니라 과학이다. 감정 관리자인 좌측 전두엽을 강화해 감정 생성자인 우측 전두엽의 폭주를 막는 것이다.

 뇌는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그라미를 그릴 때 아무런 의도 없이 그리는 것보다 우뇌를 의식하며 그리면 훨씬 더 동그랗게 그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좌뇌는 논리를, 우뇌는 이미지를 담당하기 때문에 우뇌를 강화시킨 것이다.


하류로 돌아와 오물을 건져내자


 그물을 설치했다면 하류의 쓰레기를 건져내자. 불행한 감정은 2가지다. 분노처럼 에너지가 폭발하는 것과 우울처럼 에너지가 사그라드는 것이다. 둘 다 몸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치긴 마찬가지다. 치우친 몸을 바로잡도록 응급조치하자.

 분노할 때는 교감신경이 과잉 작동하므로 부교감신경을 작동시켜 균형을 맞추자. 가장 좋은 방법은 복식호흡을 하는 것이다. 복식호흡은 빠르고 얕아진 호흡을 차분하고 깊은 호흡으로 바꾼다. 복식호흡을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천천히 다섯을 세며 코를 통해 아랫배까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잠시 호흡을 멈추세요.

다시 다섯을 셀 동안 천천히 코로 내쉬세요. 내쉬는 숨은 들이쉬는 숨보다 같거나 조금 길게 하세요. 호흡을 하다 보면 머리와 가슴의 열기가 점차 밖으로 흘러나갈 겁니다.

열기가 충분히 빠져나간 후, 아랫배에 달걀만 한 따뜻한 장작불이 있다고 그려 보세요. 머리의 생각과 가슴의 분노가 숨결을 따라 아랫배의 장작불까지 흘러내린다고 그려보세요. 장작불에 닿는 즉시 생각과 분노는 타서 없어질 겁니다.

충분히 분노가 사그라질 때까지 같은 패턴으로 호흡을 지속하세요.


 들이쉬고 내쉬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반드시 다섯을 셀 필요도 없다. 본인의 폐활량에 따라 그 숫자를 적절히 조절하면 된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듯이, 지나치게 숨을 오래 들이마시거나 참거나 내쉬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자연스럽게 호흡하자. 들이마실 때는 폐활량의 80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한다. 내쉴 때도 폐를 쥐어짜듯이 내쉬지 말고 폐 속에 적당량의 공기를 남겨 놓자. 가능한 힘을 빼고 편안하게 호흡하자.

 물론 근심 걱정을 싹 잊게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되고,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허브티를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가장 즉각적인 해결책은 복식호흡이다. 맛있는 음식과 허브티는 복식호흡과 함께할 때 상승효과를 발휘한다. 복식호흡을 우선하는 것이 단지 허브티처럼 찻잎을 우려낼 시간이나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해 맛집을 찾아다니는 수고 때문은 아니다.


 생명체는 음식을 먹고, 물을 마시고, 공기를 들이쉬며 생명을 유지한다. 그중에서 호흡이 가장 근원적인 생명 작용이다. 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고도 몇 주를 생존할 수 있으며, 물을 먹지 않고도 며칠은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숨을 쉬지 않고는 단 몇 분도 살 수 없다. 호흡으로 산소를 공급하고 몸의 균형을 유지한 후에, 물로 몸을 맑게 순환시키며 음식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근본 순서이다. 가장 근본적인 신체활동인 호흡을 조절함으로써 몸을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반대로, 무기력에 대한 최선의 조치는 비활성화된 몸을 다시 활발히 작동시키는 것이다. 조깅이나 빠른 걷기,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하고 햇빛을 쬐어줌으로써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분비시키는 것이다. 또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고, 넉넉히 수면을 취함으로써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도 좋다. 물론 복식호흡을 통해서도 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복식호흡이 익숙한 사람은 복식호흡을 통해 신진대사량과 체온을 끌어올릴 수 있다. 활력도 충만해진다. 하지만 초보자는 침울해진 상태를 정적인 복식호흡보다는 동적인 운동과 음식 섭취로 극복하는 게 효과적이다. 굳이 익숙지 않은 복식호흡으로만 해결하려고 고집하지 말자.


다음 편 - 내 감정이 생기는 원리(3단계 : 상황 판단)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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