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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May 22. 2019

20. 내 감정이 생기는 원리(1단계: 사건 발생)

오물 투척꾼을 발견하다

어린 시절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보호받았다.

거친 세상에 노출되지 않았던 만큼 오물을 피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당신은 어른이 되었다.

거친 세상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유원지’가 된 것이다.

이제 이곳은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물론 그중에는 오물 투척꾼도 꽤 있다.


1단계는 사건의 발생 단계로, 감정의 근본 원인이다. A사원은 상사의 질책이 없었다면 괴롭지 않았을 것이다. B대리가 무의미한 업무 지시 메일을 받지 않았다면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것이 가장 어렵다


 괴로움을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문제 투성이 상사의 해고, 불합리한 회사 시스템의 개선, 골치 아픈 동료나 부하가 갑자기 새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니면 이 모든 것을 떠나는 사직서 투척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은 가장 바꾸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좋아 보이는 다른 직장에 간다 해도 이내 단점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완벽한 곳이란 없다. 회사 시스템은 너무 거대해서 개인의 노력으로 바꾸기 힘들다. 상사, 동료, 부하의 됨됨이가 갑자기 바뀌지도 않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하지만 수십 년 만에 만난 사람들은 이런 탄성부터 내뱉곤 한다. “넌 그대로구나!”

 ‘사건의 발생’ 자체만을 바라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도 예전에 자신이 2~4단계를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지난번에 오물을 투기할 때 경고했다면, 오물 투척꾼은 움찔해서 더 이상 오물을 함부로 던지지 못할 것이다. 오물 투척꾼은 자신이 던진 오물이 풍덩거리는 소리와 함께 빠지는 것을 보고 쾌감을 느끼며 그것이 강을 따라 흘러가는 것을 즐기고 있다. 강가에 그물을 쳐서 오물이 강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설사 강에 빠지더라도 얼른 뜰채로 건져내자. 오물 투척꾼은 오물을 던지는 것에 흥미를 잃고 방문이 뜸해질 것이다.


 그물을 치는 것은 잘못된 외부 자극이 계속 닿지 않도록 2단계의 외부 자극을 줄이는 방법(상사 별 대응, 불량한 티타임 등 나쁜 자극 회피)이고, 오물을 건져내는 것은 3단계의 마인드 리프로그래밍(판단, 입력 단계 수정)이다. 당신이 상대에게 휘둘린다면 상대는 더 기고만장해져서 당신을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자신의 감정제조기를 잘 보호해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는 탄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감정제조기의 각 단계를 살펴보면서 불행한 감정이 생성될 때까지 취할 수 있는 많은 조치를 확인했고, 심지어 외부의 상황조차도 과거 자신의 선택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다. 이처럼 자신이 마주한 대부분이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얻게 된다.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휘둘리는 것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순간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선택에 따라 보이지 않는 계약이 맺어지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계약들을 잘 파악할수록 더 자유롭고 만족하며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 계약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 선택할수록 더 나은 인생이 펼쳐진다.


http://www.gaudiallgaudi.com/AA012crono.htm


 어마어마하게 큰 대성당을 짓고 있었다. (…) 어느 날 이 성당 건축을 총지휘하는 건축가가 자신의 작품을 둘러보려고 먼지가 이는 길을 걸어 내려갔다. 그러다 정오의 뜨거운 태양 아래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세 명의 노동자 옆을 지나게 되었다. 모두 인생의 황금기를 맞고 있는 청년들이었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똑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몹시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큰 바위덩이를 운반하여 평평한 돌 위에 놓고 커다란 망치로 두드려 잘게 부수는 작업이었다. 건축가는 이 세 사람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소?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뭐요?”

 첫 번째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보면 모르시오? 바위를 깨고 있지 않소? 하루 일당 벌려고 일하지 왜 한답니까?”

 두 번째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 건물에 사용할 바위를 잘게 부수고 있소. 가족을 부양하려고 일하지요.”

 세 번째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기 보이는 저 훌륭한 성당을 짓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요. 성당이 완공되면 저 웅장한 건축물을 보려고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겠지요? 성당 짓는 법을 배울 수도 있고 게다가 돈도 준다는데 얼마나 좋습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이런 훌륭한 성당을 짓는 데 일조한다니 감사한 일이지요.”

 건축가는 조수를 시켜 이 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지켜보라고 지시했다.

 40년이 흐른 뒤 첫 번째 남자는 이 세상을 뜨고 없었다. 그 사람은 평생 일용직 노동자로 지냈다고 한다. 힘든 일만 하다 생을 마감한 것이다. 두 번째 남자는 은퇴한 상태였고 그럭저럭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장인이 됐고 다른 사람들의 신임을 받았다. 세 번째 남자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 사람의 명성은 이미 파다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훌륭한 건축가가 되었던 것이다.


겉으로는 누가 봐도 똑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일에 임하는 사람들의 선택은 달랐다. 첫 번째 남자는 하루를 버티기 위해 그 작업을 선택했다. 두 번째 남자는 자신의 하는 일에 대한 대강의 큰 그림은 알고 선택했다. 세 번째 남자는 깊은 의미를 찾고 그 일을 선택했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 부여하는 의미가 깊을수록 마음속 깊은 곳의 근원적인 엔진을 가동시킬 수 있다. 보다 근원적인 엔진을 가동시킬수록 차원이 다른 지혜와 열정이 발현된다.

 현실은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엔진과 그를 둘러싼 톱니바퀴들로 이루어져 있다. 외부의 자극을 전달해주는 톱니바퀴보다는 엔진에 집중하자. 엔진에 집중할 때 엔진의 동력은 톱니바퀴로 옮겨져 외부로 전달될 것이다. 톱니바퀴는 외부의 동력을 우리에게 전하는 수동적인 부품이기도 하지만, 우리 엔진의 동력을 외부로 전달하는 능동적인 부품이 되기도 한다. 시련이 닥칠 때는 톱니바퀴를 헛돌게 해서 엔진을 보호하라. 힘이 생겼다면 엔진을 가동시켜 톱니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라. 내면의 영향력을 외부로 뻗어가면 현실은 점차 변할 것이다.


다음 편 - 21. 다친 마음 재정비하기 - 1) 감각 선별하기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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