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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May 24. 2019

22. 다친 마음 재정비하기(2부. 악순환 탈출하기)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마라

지난 편 - 1부. 감각 선별하기


나의 소중한 집을 불청객으로부터 지키기로 결심하고서,

우선 밖과 연결된 다섯 문을 열심히 감시했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밖에서 불청객이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금고는 자꾸 비어갔고, 여기저기 불타기는 마찬가지였어요.

맞아요.

대부분 불청객은 밖에서 들어온 게 아니고,

창고에 숨었다가 재빠르게 일을 저지르곤

다시 창고에 숨어버렸던 거예요.

저는 가장 신경 써야 할 문을 알게 되었어요.

바로 창고의 문이었어요!


 지난 편에서 감정제조기 2단계 ‘자극 인지’를 알아보았다. 몸에서 자극을 인지하는 곳은 다섯 군데로 눈(시각), 귀(청각), 코(후각), 혀(미각), 피부(촉각)는 모두 알고 있는 기관이다. 여섯 번째 자극은 두뇌다. 두뇌라니? 두뇌는 감각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의아할 것이다.

 두뇌는 다섯 개의 감각기관에서 수집한 정보를 저장했다가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한다. 그럼 연상 작용이지, 어떻게 자극 인지냐고? 기억을 떠올리는 것과 실제 자극을 느끼는 것은 같기 때문이다. 즉 두뇌는 상상과 체험을 동일하게 인식한다.

 천천히 상상해보라. 귤의 껍질을 까며 새콤달콤한 향을 맡는다. 탱글탱글한 한 조각을 떼어내 입으로 가져간다. 깨물면 촉촉하고 부드러운 알맹이가 입 안에서 터진다. 알맹이에서 톡톡 터져 나오는 단물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상상만 했을 뿐인데 어느새 침이 고이지 않는가? 이처럼 두뇌는 오감의 체험과 머릿속 상상을 똑같이 인식한다.


 이는 노벨상을 수상한 러시아 생리학자 파블로프 박사의 조건 반사 실험에서도 증명된다. 처음에 강아지에게 종소리를 들려주면 침을 흘리지 않지만, 종소리를 들려준 후 먹이주기를 반복하자 나중에는 강아지가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리게 된다. 종소리가 들리면 강아지의 두뇌는 자동으로 먹이를 떠올렸기에 침을 흘렸던 것이다.

 우리 또한 사무실에 들어서는 것만으로 화장실 가는 횟수가 증가하지 않는가? 주말이면 잠만 자던 창자가 평일 아침에는 생기가 넘친다. 사무실에서 험난한 일을 많이 겪으면서, 사무실을 긴장해야 하는 공간이라고 학습했기에 자동적으로 교감신경이 활발해진 것이다. 상사의 불호령이나 업무 폭탄도 없었는데 말이다.


감정을 겨누는 기억들


 사실 감정제조기 작동의 대부분은 다섯 개의 감각기관이 아니라 기억의 연상 작용에서 기인한다. 상사의 질책도, 불쾌한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도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즉 가슴에 꽂히는 첫 번째 화살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하지만 불쾌한 일이 있으면 하루 종일 괴롭다. 왜냐하면 불쾌한 자극을 해소되지 않는 한 두뇌는 그 상황을 계속 떠올려 해결하라고 재촉하기 때문이다. 두뇌가 위협 상황을 떠올리듯, 우리 스스로가 두 번째 화살(위협 상황에 대한 기억)을 자신에게 쏘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두 번째 화살만 쏘는 것도 아니다.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연쇄적으로 수십, 수백 발에 이르는 화살을 자신에게 겨눈다. 우리는 이런 작용이 일어나는 원리도, 이유도 모른 채 화살을 맞아 아프다며 자꾸 덮으려고만 한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를 대신 풀어주지는 않는다. 며칠, 몇 달, 심지어 몇 년이고 잊을만하면 아픈 기억이 떠올라 계속 괴로워한다.


 첫 번째 화살을 맞았다고 바로 분노를 쏟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도 섭씨 100도가 되어야 끓는다. 첫 번째 화살만 맞았을 때는 조금 아프다. 아프다기보다 당황하는 단계다. 하지만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나한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라며 수없이 되물으면서 자신에게 화살을 쏜다. 이 때문에 화는 점점 달아오르고 결국엔 폭발한다. 단지 이 과정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데다, 당황하고 흥분한 상태이므로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럼 첫 번째 화살을 맞아 괴로운 것은 어떻게 하냐고? 내면을 바라보면 첫 번째 화살이라 여겼던 것은 사실 수십 개의 화살 무리다. 짧은 순간을 포착하는 데 미숙하다 보니, 첫 번째 화살부터 줄지어 날아온 수십 번째 화살을 하나라고 본 것이다. 성인들은 단지 작고 보잘것없는 첫 번째 화살만 맞았기에 어떤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억누르는 것이 인내라고 오랫동안 오해하고 단단히 착각했다. 그러나 억누른다고 해결하지 못한 불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을 뿐, 다시 떠오르게 된다. 진정한 인내는 불쾌한 일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감정이 발생한 단계에서 그 전 단계로 거슬러 살펴보는 것이다. 화난다고 복수하면 위험을 초래하고, 화가 나는데 참는다면 화병을 초래한다. 감정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마음을 재정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명한 외적 조치도 취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붓다는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고 했다. 나에게 두 번째 화살을 쏘지 않도록 하는 지혜로운 습관이 필요하다. 거대한 눈덩이 같은 고통은 더 이상 우리에게 굴러오지 않을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불행의 눈덩이를 굴리지 않는다.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마음을 정비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불필요한 두 번째 화살에 맞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으려면


땅에 뿌린 씨앗이 싹을 틔웠어요.

저는 이상적인 환경을 꾸며주었어요.

온실을 지어 알맞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강한 비바람에게서 지켜주었어요.

널찍한 간격으로 심어 햇빛도 충분히 받게 해 주었어요.

싹들은 저의 바람대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컸어요.

하지만 잎만 무성하게 자랄 뿐,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진 않았어요.


아쉽지만 자연의 방식으로 돌아갔어요.

온실을 제거하고, 간격마다 새로 씨를 뿌렸어요.

물론 강한 비바람에 싹이 쓰러지기도 했고,

서로의 줄기와 잎이 엉켜 햇빛을 듬뿍 받지도 못했어요.

조금은 느리지만 땅에 깊게 뿌리를 박고 튼튼하게 자라줬어요.

마침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달콤한 열매를 맺었어요.


 우리가 사는 곳은 자유민주주의가 근본이념인 나라다. 신체, 거주, 종교, 직업 선택 등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직장인에겐 자유의 기준이 다르다. 바로 관점의 자유다. 직장 생활에서는 자유가 제한된다. 자유를 일정 부분 내어놓는 대신 월급을 받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공간 측면에서 출장, 파견, 사무실 이전 등의 이유로 애초 원한 곳에서 일할 자유를 잃게 되기도 한다. 시간 측면에서도 야근과 주말 근무 등으로 애초 계약한 시간을 초과하기 일쑤다. 심지어 한 시간의 점심시간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에서 누릴 수 없는 자유를 주장하면 무척 피곤해진다. 불행한 직장인이 되기 쉽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는 마인드 프로그램의 단계를 살펴보자. 현실보다 높은 기대 수준이 있었을 것이다. 매일 칼퇴근하고 싶고, 통근시간을 줄이고 싶고, 연봉을 높이고 싶은 것. 개선 가능성이 적은 기대 수준을 하나씩 떼어내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하나다. 바로 관점의 자유다.


 삶의 만족은 현실을 보는 관점에 달려 있다. 어떤 경우든 관점의 자유는 빼앗기지 않기에, 유연한 관점만 지닌다면 언제든 불만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경직된 관점으로 비현실적인 권리 주장만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현실, 특히 회사에서는 평온한 환경만 마주할 순 없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밤샘 작업도 하고, 타 부서와 싸우고 화해하길 반복하며, 종종 상사의 따끔한 질책을 듣기도 한다.

 유연한 대처 없이 불만만 머리에 담고 있으면 불행만 자초할 뿐이다. 피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라도 동료와 하나로 뭉쳐 해결하는 경험은 매우 뿌듯하다. 우수한 성과를 이끌어냈다면 금상첨화다. 돌이켜보면 바쁘고 퇴근이 늦던 때 함께 일하고 같이 웃으며 많이 배웠다. 보람찬 시간이었다. 회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성취감이었다. (물론 만성적인 야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유의 권리를 다 떼어주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만성적으로 희생해야 하는 자유가 있다면 당연히 요구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인력 충원을 요청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토록 요구해야 한다.

 당신이 주변의 모든 말을 단번에 알아듣지 못하듯, 회사 또한 직원의 여러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듣지 못한다. 당신이 완벽하지 않듯, 회사 또한 완벽하지 않다.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단지 일시적으로 자유를 침해받는 순간 유연한 대처로 나를 보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유연한 관점으로 성장하기


 예로부터 난은 지조 있는 모습과 널리 퍼지는 그윽한 꽃향기로 사랑받아왔다. 난의 특징은 생존의 위협을 느껴야만 꽃을 피운다는 점이다. 고난을 극복하려는 난의 의지가 있어야만 꽃을 피우고 꽃 향기를 퍼뜨릴 수 있다. 고통 없이 편하기만 한 환경에서는 어떠한 지혜나 보람도 얻을 수 없다. 혹독한 환경은 단단한 열매를 맺게 해 준다. 힘겹게 오늘을 살아냈다는 보람과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갈 지혜를 깨닫게 해 준다.

 능력은 충분히 향상될 수 있다. 고난을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캐롤 드웩(Carol Dweck) 교수는 사고방식을 지능 등 능력이 불변이라고 믿는 ‘고정 사고방식’과 능력이 학습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 ‘성장 사고방식’으로 분류했다. 고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능력을 탓하며 포기하지만, 성장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학습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인다. 지혜로운 삶은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성장 사고방식으로 사는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을 마주하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자유와 권리를 침해당했다고만 생각하면 불행한 피해자가 된다. 감내할 부분은 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자고 생각하면 당당한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다. 고난에 맞서 지조 있는 모습으로 살아가자. 이윽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널리 향기를 퍼뜨리는 난이 될 것이다.

 관점의 차이가 똥밭을 꽃밭으로 만든다. 똥은 가만히 두면 보기에 흉할 뿐만 아니라 냄새가 나고 파리까지 꼬인다. 하지만 살짝만 손봐주면 멋진 거름으로 탈바꿈한다. 똥으로 보느냐 거름으로 보느냐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려 있다. 마인드 프로그램의 의미 입력과 판단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자.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발생할 때에는 떠올려보자. 방치하면 냄새나는 똥밭이 되지만, 가꾸면 향기로운 꽃밭이 된다.


다음 편 - 23. 다친 마음 재정비하기(3부. 판단 기준)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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