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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May 31. 2019

28. 주변과의 갈등도 성공으로 바꾸는 연금술

지난 편 - 27. 공감 : 장애물을 제거해야 성공이 싹튼다


 갈등을 줄이는 대화법의 핵심은 감정이다. 내 감정과 상대의 감정 모두 잘 다뤄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룰수록 내적 갈등이 줄어든다. 상대의 감정을 잘 파악할수록 외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비폭력 대화     


 감정의 순서는 ABC다. ‘사건(A) → 신념(B)에 따른 판단 → 감정적 결과(C)’다. 감정의 발생 원리가 고스란히 담긴 대화법이 있다. 마셜 로젠버그 박사의 ‘비폭력 대화’다. 비폭력 대화는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4단계다. ‘관찰’한 사건(A)과 자신의 ‘느낌’(감정적 결과(C))을 말하고 느낌의 원인인 ‘욕구’(신념(B))를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으로 갈등을 해소하도록 ‘부탁’한다. 비폭력 대화는 체계적으로 갈등을 해소해 성공을 키운다. 다음의 4단계다.      


 첫째, 상황을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

 둘째, 그 행동을 보았을 때 어떻게 느끼는지 말한다.

 셋째, 자신이 알아차린 느낌이 내면의 어떤 욕구와 연결되는지 말한다.

 넷째,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해주길 바라는 것을 표현한다.     


 새로운 대화법을 익히는 것은 운전과 같다. 초보자에게 운전하는 법을 알려준다면 어떨까?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고, 핸들을 방향에 맞춰 돌리고,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로 속도를 조절하세요.” 아무리 자세히 알려주어도 당장 운전할 수 있는 초보는 없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험을 쌓아야, 그나마 초보 딱지는 떼고 운전할 수 있다. 대화법을 익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비폭력 대화는 개념만 설명하면 적용할 수 없다. 그래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예시를 담았다.

     

 첫째, 사건의 관찰이다. 관찰은 평가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 위해 평가와 관찰을 분리하자. 관찰한다고 생각하지만 평가인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는 게을러요.’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아요.’     


 둘 다 관찰이 아니라 평가다. 관찰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에 기초한 사실로 이루어진다. 위의 평가들은 다음의 사실에 기초했을 것이다.     


 ‘우리 아이는 시험 보기 전날 밤에만 공부해요.’
 ‘이번 주말에 할머니 댁에 가자고 했을 때 싫다고 했어요.’      


 관찰해야 현실을 직시한다. 직시해야 현실을 개선한다. 관찰에서 대화가 시작되고, 평가에서 저항이 시작된다. 게으르다는 평가를 들은 아이는 생각한다. ‘그래, 당신이 나에게 게으르다고 했으니 게으른 모습을 보여줄 거야. 난 당신에게 게으름뱅이일 뿐이니까!’ 평가 대신 관찰을 해야 하는 이유다.

 대부분은 생각한다. ‘나 정도면 객관적인 사람이지!’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대부분 시간 동안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관찰하지 않는다. 자신의 평가를 관찰하며 살아간다.  ‘A는 이기적이야’, ‘B는 게을러’, ‘C는 편파적이야’ 상대의 구체적인 행동 대신 평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평가의 대상은 상대만이 아니다. ‘세상은 불공평해.’ ‘나에게만 혹독해.’ ‘신은 나를 버렸어.’ 자신과 세상까지도 관찰하지 않고 평가한다. 모든 사람이 땅을 딛고 서로 부대끼며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자기 생각을 딛고 자기 생각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삶의 대부분을. 자신과 아이의 삶 모두 개선하고 싶다면 평가가 아니라 관찰에서 시작하자.     


 둘째,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다.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몹시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느낌을 표현하지 말고, 맡은 일에 묵묵히 전념하라고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느낌과 같은 속마음을 표현하면 상대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를 선망한다. 느낌을 표현하지 못하고 평가로 표현하고 만다.      


 ‘나를 보고도 아는 체하지 않으면 무시당한 것처럼 느껴져.’

 ‘너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느낌이야.’     


 둘 다 느낌을 표현하지 않았다. 느낌이라는 단어만 썼지, 느낌이 아니라 평가를 한 것이다. ‘너는 나를 무시했다’, ‘너는 한 대 맞아야 한다’라는 평가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당신을 무시할 생각이 없었는데 무시한다고 하니 서운하다. 이유도 모른 채 한 대 맞아야 한다니 억울하다. 그런 서운함과 억울함부터 안겨준다면 그다음에 이어지는 것은 진솔한 대화가 아니라 비난과 다툼이다. 다음처럼 ‘슬픔’과 ‘화’라는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다.      


‘나를 보고도 아는 체하지 않으면 슬퍼.’

‘나는 네게 화가 났어.’     


 셋째, 욕구를 알아차리기다. 흔히 생각한다. ‘내 마음인데, 나조차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느낌을 표현하기도 어려운데, 느낌 아래의 욕구를 알아차리기는 더 어렵다. 


 ‘네가 늦게 와서 짜증 나.’

 ‘네가 상을 타서 정말 기뻐.’

     

 상대의 행동을 자신의 느낌으로 직접 연결한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은 다 너 때문이야!’라는 사고방식이다. 욕구를 알아차리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공연석 앞자리에 앉기를 바랐기 때문에 네가 늦게 와서 짜증 나’

 ‘네 노력을 인정받기를 바랐기 때문에 상을 타서 정말 기뻐.’     


 감정은 사실이 아니라 욕구에 기반한다. 상대가 5분 늦게 도착한 사실로 짜증 난 게 아니라, 공연석 앞자리에 앉고 싶어서 짜증 난 것이다. 지겨운 공연인데 마지못해 봐야 하는 경우라면, 상대가 늦어도 짜증 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 자기감정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앞서 ‘내 기분이 나쁜 건 너 때문이야!’라는 사고방식은 상대에게 죄책감을 씌워 원하는 행동을 끌어내는 비열한 기술이다. ‘네가 성적을 올리지 못해 엄마는 슬퍼’는 아이에게 죄책감을 덧씌운다. ‘네가 시험을 잘 봐서 아빠는 기뻐’는 아이에게 부담감을 덧씌운다. 죄책감과 부담감으로 무거워진 아이는 벗어나려 발버둥만 칠뿐, 높이 날지도 멀리 나아가지도 못 한다. 죄책감과 부담감을 피하기에 급급하다. 수동적인 존재의 삶을 터벅터벅 걸어간다. 미래의 인재로 자라날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죄책감과 부담감을 덮어 씌우는 비열한 기술을 쓰는 부모가 아니다. 자기감정의 주인이 되어, 감정의 원인을 아이에게 떠넘기지 않는 부모다.

     

넷째, 부탁하기다. 부탁할 때 주의할 점은 명확하게 부탁하기와 긍정적으로 부탁하기다. 

 명확하게 부탁하기는 어렵다. 먼저 자신의 욕구를 알아야 하는데 대개 그렇지 못하다. 마셜 박사를 찾아온 한 아버지의 사례다.     


아빠 : “제가 아이한테 원하는 건 좀 더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거예요.”

마셜 : “어떻게 하면 아들이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

아빠 : “책임감을 가지라는 건 아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하면 대꾸하지 말고 그대로 하라는 거예요. 내가 뛰라고 하면 뛰고, 그것도 웃으면서 그렇게 하라는 거죠!”

마셜 : “그건 책임감이라기보다는 복종이 아닐까요?”

아빠 : “그렇군요.”     


 부모는 무심결에 아이에게 무리한 걸 원하곤 한다. 현실을 개선하는 부탁은 구체적이다. 부탁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갑질이 된다. “네가 나를 이해해주기 바란다”는 부모의 말은 “네가 나한테 맞춰야지”라는 사장의 말과 같다. 그런 말을 듣고 의욕이 솟을 사람은 없다. 

 현실을 개선하는 부탁은 긍정적이다. ‘-하지 마’와 같은 부정적인 요구는 생산적인 문제 해결은커녕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든다. “네가 게임을 그만뒀으면 좋겠구나.” 말만 부드러울 뿐, 강요다. 정작 아이에게 닿는 메시지는 이렇다. ‘나는 너에게 강압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야.’ 아이는 게임에 더 깊이 빠지거나 또 다른 옆길로 샐 것이다. 당신의 고민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건강한 존재라면 누군가의 강요에 곧이곧대로 복종하고 싶진 않다. 이렇게 수정할 수 있다. “게임으로 너의 어떤 욕구가 충족되는지 말해주면 좋겠구나. 그래서 너의 그런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함께 의논했으면 한다” 아이는 답할 것이다. 답답한 학교생활을 잠시나마 잊고 싶어 게임을 했다고. 게임을 할 때는 학교생활을 잊을 수 있어서 좋지만, 게임을 하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어서 허무하고 자꾸 게임 생각이 나서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그럼 게임을 하던 시간을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으로 바꿔보자는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다. 수영이나 요가 등의 운동을 등록할 수도 있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면 머리도 잘 돌아간다. 성적도 올라간다. 부모와 아이 모두 윈-윈이다.     

욕구는 모두 다르다. 자신만의 초감정 알기     


 앞서 비폭력 대화의 4단계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3단계인 욕구를 알아차리기는 꽤 어렵다. 욕구는 객관적이지 않고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러기에 비정상적인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기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욕구 이면에 자리한 자기 삶의 경험을 되돌아본다면 자신의 비합리적인 욕구를 알아차리고 인정할 수 있다. 다음은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에서 나오는 사례다.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운 아빠가 있다. 아이가 아무리 잘못을 해도 큰소리를 내는 법이 없다. 언제나 아이를 불러 조용조용하게 알아듣게 타이른다. 그런 아빠를 아이도 잘 따르고 좋아한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하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을 때도, 친구들과 밖에서 노느라 정신이 팔려 어둠이 깔릴 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아도, 심지어 거짓말을 할 때도 흥분하지 않고 부드럽게 타이르는 아빠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예외가 있다. 아이가 큰소리로 대들기만 하면 무시무시한 아빠로 돌변한다. 아이가 눈물을 쏙 뺄 때까지 혼을 낸다. 그렇게 한차례 폭풍우가 지나가면 아빠 자신도 후회한다.      


 그 아빠에겐 아이가 큰소리만 내면 이성을 잃는 이유가 있다. 어릴 적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술을 드신 날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훈계했다. 몇 시간씩 아버지의 큰소리를 들으면 귀도 먹먹해지고, 아버지가 너무 싫어져 가출하고 싶을 정도였다.


 큰소리가 유난히 싫고 거슬리는 감정. 그 감정의 근원에는 어릴 적 큰소리를 치던 아버지를 향한 공포, 미움, 분노, 무기력감, 불안 등의 감정이 있었다. 이처럼 감정이 그 감정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뒤에 또 다른 감정이 깔린 감정이 ‘초감정’이다. 

 초감정은 주로 유아기의 경험과 환경, 문화 등으로 형성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고 무의식적으로 나타나기에, 스스로 초감정을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가 떠들고 장난치는 것은 용납이 되는데, 수업 중에 껌 씹는 모습은 도저히 용납이 안 돼서 크게 혼내고 벌씌운다고 한다.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껌을 씹다가 아버지의 말씀에 대답했더니, 아버지가 느닷없이 눈에 불꽃이 튈 만큼 세게 뺨을 때리셨어요. 어디 어른 앞에서 건방지게 껌을 씹으며 대꾸를 하느냐고 화를 내셨죠.” 이 교사는 자신의 초감정 때문에 껌 씹는 아이가 건방져 보인 것이다. 


 부정적인 초감정만 있는 것도 아니다. 긍정적인 초감정도 있다. 아들이 글씨를 삐뚤빼뚤 쓰는 모습이 귀엽고 대견해 보인다는 아빠가 있다. 그는 어릴 때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는데, 글을 못 배웠던 할머니는 서툰 글씨지만 손자가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흡족했다. “우리 손자 장하다! 아이고 예뻐라”하고 칭찬해주셨다고 한다.      


 갈등을 해소하는 대화법은 당신과 아이 사이의 갈등 해소에 그치지 않는다. 당신의 대화법을 바꾼다면 아이 또한 부지불식간에 당신의 대화법을 익힌다. 아이는 당신의 대화법으로 갈등 없이 타인과 연결될 것이다. 원활하게 의사소통하고 협업하는 미래 인재로 자랄 것이다. 


다음 편 - 에필로그.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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