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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Apr 16. 2019

1. 명문대학도 유망 학과도 미래에는 안 통한다

 

지난 편 - 프롤로그. 인공지능이 두려운 부모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명문대 출신이 유리하지 않겠어요?”

 “성적이 좋은 아이가 사회에서도 성공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까? 과거의 답은 간단했다. 바로, 대학이다. 예전에는 명문대 입학만으로 인생이 풀렸다. 명문대 졸업장은 취업 우대권이었다. 졸업하면 높은 연봉을 쥐여주는 대기업에 취직했고, 평생 고용을 보장받고 정년퇴직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제아무리 명문대도 아이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힘들게 졸업해도 취업이 어렵다. 일류 명문대 SKY의 졸업생 취업률은 고작 70%. 이것도 도피성 대학원 진학이 제외된 숫자다.

 사회는 대학에의 믿음을 거둬들이고 있다. 교육 전문가는 대학이 제 역할을 못 한다고 경고한다. 기업은 학위만으로는 학생의 실력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에의 믿음을 거두지 못한 한 부류가 있다. 부모다. 많은 부모가 여전히 명문대 입학을 교육의 목표로 삼는다. 과연 오늘날에도 명문대 학위가 아이의 미래를 보장할까?      


대학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기업     


 기업은 명문대에 우대권을 발급하지 않는다. 과거엔 학위와 스펙으로 직원을 뽑았지만, 요즘은 실제 능력으로 채용한다. 학위와 스펙으로 뽑은 직원이 신통치 않다는 걸 뼈아프게 경험한 탓이다. 게다가 채용 공고만 올리면 명문대 출신이 제 발로 찾아와 줄을 선다. 이미 명문대 학위는 시장에서 희소성을 잃었다.

 기업은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한다. 블라인드 채용은 실무 능력과 무관한 학위나 스펙은 보지 않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글로벌 기업은 학위를 전혀 보지 않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정보통신(IT) 기업인 구글, 애플, IBM을 비롯해 유통기업 코스트코와 홀푸드, 컨설팅 기업 어니스트 앤 영, 출판기업 펭귄 랜덤하우스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도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블라인드 채용률이 2017년 하반기 24.9%에서 2018년 상반기 34.6%로 높아졌다. 추가로 18.1%의 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할 계획이다.

 IT 업계는 한 걸음 더 앞서간다. IT 지식의 반감기가 줄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은 졸업하면 이미 쓸모없어지거나 곧 폐기된다. 나노 학위(Nano Degree)가 떠오르고 있다. 나노 학위는 무크(MOOC) 기관에서 6개월에서 1년짜리 교육을 수료하면 받는 것으로, 최신 기술을 발 빠르게 습득해 실무에 활용할 수 있다.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s)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 과정이다. 이미 대표적인 MOOC기관들이 자리 잡았다. 스탠퍼드 대학 등의 강의를 제공하는 코세라(Coursera), 하버드 대학 등의 강의를 제공하는 에드엑스(edX), 정보통신 분야에 특화한 유다시티(Udacity)가 대표 주자다. 이외에도 영국의 퓨처런(FutureLearn), 호주의 오픈투스터디(Open2study), 우리나라의 명문대가 대거 참여한 K-MOOC도 있다. 

 그중 유다시티(Udacity)의 나노 학위는 이미 강력한 채용 도구로 올라섰다. 이탈리아인 살바토레 미트라노는 수년간 스타트업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머신러닝 나노 학위를 취득했다. 머신러닝은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그는 꿈꾸던 아마존에 입사했다. 유다시티는 매해 인터섹트(Intersect)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여기에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IT 기업이 인재를 모시려 참석한다. 대학 학위를 취득하면 기업을 찾아다니며 줄 서야 하지만, 나노 학위를 취득하면 기업이 제 발로 찾아오는 시대가 된 것이다. 

 대학이 흔들린다. 대학은 아이가 딛고 나아갈 유일한 디딤돌의 지위를 잃었다. 과거에는 고교 정문마다 “00대 00명 합격!”이란 현수막이 나붙었다. 원하지 않는 학과라도 일단 합격하고 보자는 촌극이 벌어졌다. 하지만 점차 대학 이름만으로는 아이의 인생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 대학 이름에 속지 않는 부모가 늘어났다. 그들은 질문한다. ‘00대 합격이라고? 그럼 전공이 뭔데?’     


전공을 잘 선택하면 미래가 보장될까?     


“시대가 어느 땐데, 아직도 대학 이름만 고집하겠어요?”

“역시 대학보다는 전공이죠.”

“10년 후에는 어떤 전공이 유망할까요?”     


 대학의 시대는 저물었다. 이미 대학의 이름값은 예전 같지 않다. 취업과 수입을 보증하는 전공이 중요하다. 서울의 비인기학과보다는 지방의 인기학과 입학 성적이 높다. 의과대학이 대표적인 예다. 안정된 고용과 고수입을 보장하는 전문직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기학과의 시대 또한 저물고 있다.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학과가 있다면, 교육의 답은 간단하다. 인기학과에 들어갈 때까지 재수를 거듭하면 된다. 문제는 안정된 일자리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인공지능의 침투에 안정된 일자리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전문직의 일자리부터 살펴보자. 대표 전문직은 의사다. 도쿄대 의과학연구소는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받은 60대 여성 환자의 유전자 데이터를 미국 IBM의 인공지능 왓슨에 입력했다. 고작 10여 분 후, 왓슨은  '2차성 백혈병'으로 진단하고 항암제를 바꾸라고 처방했다. 인간의 잘못된 진단을 인공지능이 바로 잡은 것이다. 그 환자는 인간의 진단대로 치료했으면 패혈증으로 사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덕분에 무사히 퇴원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가천 길병원을 시작으로 부산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등에서 인공지능 왓슨을 암 진단에 활용한다. 

 대체되는 작업은 진단뿐만이 아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2016년에 항암제 자동 조제 로봇 ‘아포테카케모’를 도입했다. 로봇은 외부 오염 없이 인간보다 더 안전하게,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조제한다. 진단과 조제뿐만 아니라 병원시스템 전반이 인공지능화되어 치료효과는 높아지고 의료사고가 줄어들 것이다. 

 변호사 또한 안전하지 못하다. 2016년 5월 미국 대형 로펌 ‘베이커 앤드 호스테틀러’가 파산 전문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를 채용했다. 로스는 초당 1억 장의 문서를 검토해 가장 적합한 판례를 찾는다. 2018년 2월 국내 대형 로펌인 ‘대륙아주’에서도 인공지능 ‘유렉스’를 도입했다. 관련 법률과 판례를 제시하는 데서 나아가, 핵심 법률과 판례까지도 선별해서 알려준다. 변호사가 처음 접하는 분야이거나 법률이 복잡하게 얽힌 분야는 초기 조사에만 온종일이 걸린다.  유렉스는 초기 조사를 단 2~3분으로 줄여준다. 또한, 중요한 정보는 빠뜨리지 않도록 챙겨준다.

 인공지능은 단순 업무에 그치지 않는다. 변호사는 인공지능에게 더 큰 영토를 할양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로긱스’는 수십 년 경력의 대형 로펌 변호사 20명과 경쟁했다. 비밀유지계약서를 얼마나 정확하게 처리하는지를 겨뤘다. 비밀유지계약서는 기업 간 거래에 항상 따라붙는 계약서지만, 여차하면 기업을 문 닫게도 하는 무서운 문서다. 약속한 비밀이 새어 나가 상대에게 손해를 끼치면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탓이다. 인공지능은 정확도 94%로 베테랑 인간 변호사에게 완승했다. 인간의 평균 정확도는 85%에 불과했다. 다행히 인간 변호사 중 1등은 94% 정확도로 로지스와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베테랑 인간 변호사가 평균 92분 동안 분투한 데 비해, 로지스는 26초 만에 숨 쉬듯 해치워버렸으니까. 

 의사와 변호사에게 또 다른 위협은 의료와 소송 시장 자체의 축소다. 웨어러블 기기가 발달하고 심박 수와 체온 등을 측정하는 센서가 저렴해졌다. 저렴한 비용으로 24시간 생체정보를 수집하게 됐다. 생체정보가 쌓여 빅데이터가 되고, 그 빅데이터에서 병을 미리 진단하는 더 뛰어난 인공지능이 탄생한다. 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 알려주고 식습관 개선과 운동 등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예방의학이 발달한다. 그럼 병원을 찾는 환자는 줄어든다. 의료 인공지능 개발에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IT 공룡인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까지 가세했다. 변호사의 영역인 소송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미리 승소 확률과 합의안을 제시해주니 굳이 소송까지 가지 않고 합의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기존 의사와 변호사의 일을 인공지능이 먼저 낚아채는 것이다. 앞으로 파이는 의사와 변호사의 입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는다. 그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인공지능이 먹다 남긴 파이다.



다음 편 : 모든 일자리가 위험하다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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