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 - 1. 명문대학도 유망 학과도 미래에는 안 통한다
전문직의 일자리도 거침없이 삼켜버리는 인공지능의 모습에서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해서 전문직이 되면 뭐해? 어차피 인공지능에게 자리를 빼앗길 텐데. 아이는 공부에 찌들어선 안돼. 많이 놀게 하고 밝게 키워야 돼. 성실하면 어떻게든 먹고 산다고!”
과연 성실만으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각 분야의 일자리 변화를 살펴보자. 제조업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든다. 자동화된 공장에서는 인간 대신 로봇 팔이 24시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신발 제조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형 산업이다. 저렴한 인건비를 좇아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또 후진국으로 지속해서 공장을 이전해왔다. 하지만 흐름이 바뀌었다. 세계 2위 스포츠용품 업체인 아디다스는 독일에 스피드팩토리를 건설해 연간 50만 켤레를 생산한다. 인건비 높기로 유명한 독일로 역주행한 것이다. 대부분 공정을 로봇으로 대체해 생산직 노동자를 60분의 1로 줄인 덕이다.
예전에는 일자리가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흘러내리는 형태였다. 일자리 수는 보존되었다. 같은 일자리를 고집하고 싶다면 후진국으로 이주하면 됐다. 하지만 로봇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후진국으로 흐르지 않고 증발한다. 노동자가 줄면서 중간관리자도 함께 증발한다.
농업은 어떨까? ‘귀농이나 할까?’처럼 위험천만한 도전이 있을까? 유튜브에서 ‘harvest robot’을 검색하면 딸기, 오이, 피망 등을 수확하는 로봇을 볼 수 있다. 열매가 잘 익었는지를 스스로 판단한다. 로봇 손으로 조심스럽게 쥐고는 깔끔하게 꼭지를 잘라 수확 상자에 고이 담는다. 현재는 작업 속도가 느리지만, 이 로봇은 쉬지 않고 365일 24시간 일할 수 있으며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파업도 모른다. 구입 후 유지관리비는 임금과는 비할 수 없이 저렴하다. 로봇의 작업 속도도 더 빨라진다.
운송업은 어떨까? 도로 위에서는 운전자가 사라질 것이다.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며 달리는 반자율주행 자동차가 이미 출시되었다. 반자율주행은 일, 이백만 원짜리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대다수 자동차 회사는 2020년대에 자율주행차를 양산할 예정이다. 풍력발전기는 바람의 방향에 맞춰 스스로 몸통을 돌린다. 자동차의 운전대를 돌리는 일 역시 인간의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먹고살 게 없으면 막노동하면 되지?’ 건설업의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다. 레고처럼 블록을 쌓아 집을 짓는 모듈러 공법이 발달한다. 이미 영국과 미국은 20층 내외의 고층 건물도 모듈러 공법으로 지을 정도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도 2017년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지하 4층 지상 6층짜리 모듈러 빌딩을 지었다. 건물의 30가구를 조립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4일. 모듈러 건물이 늘어날수록 공장에서의 모듈러 생산도 늘고 자동화율도 높아진다. 공사 현장의 일자리는 공장의 일자리로 대체되고, 또 공장의 일자리는 로봇팔로 갈아 끼워지는 것이다.
서비스업의 일자리도 위험하다. 2014년, 메리어트 호텔 체인 중 하나인 실리콘밸리의 어로프트 쿠퍼티노 호텔은 로봇을 도입했다. 고객이 세면용품이나 수건 등을 요청하면 로봇이 객실로 갖다 준다.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에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를 열었다. 고객은 물건을 집어 나오기만 하면 된다. 계산대가 없지만, 여러 대의 카메라와 인공지능이 알아서 계산한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에서는 모든 편의점이 2025년까지 무인 계산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쯤이면 부모의 시선은 단 한 곳으로 향한다. 공무원이다. 2019년 국가직 9급 공무원의 경쟁률은 39:1이다. 취업난과 고용 불안정에 공무원 열풍이 식지 않는다. 매년 거르지 않고 오르는 월급과 국민연금보다 한 차원 높은 연금이 매력을 더한다.
하지만 공무원이 안정적인 답이 될 수 있을까? 공무원의 수와 연금을 줄이라는 사회의 압박이 점점 더 거세질 것이다. 임용의 문은 점차 좁아지고, 임금 상승과 연금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입구는 좁아지고 출구는 넓어진다. 2019년 4월부터 성폭력으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은 즉각 퇴출된다. 과거에는 징계에 불과한 사유도 퇴출 사유가 될 것이다.
공무원도 국가의 위기에서는 안전하지 않다. 그리스는 국가 부도 위기에서 공무원 75만 명 중 24만 명을 줄였다. 결코, 먼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 역시 IMF 시절 공공부문 구조조정으로 4년간 6만 7천 명이나 줄였다. 경제 위기는 주기적으로 반복되기에, 공무원 또한 절대 안전지대가 아니다.
어떤 일자리도 안전하지 않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016년 1월 ‘일자리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6년에서 2020년까지 5년간 4차 산업혁명으로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510만 개의 일자리가 증발한다는 것이다.
대학도 전공도 아이의 미래를 보장할 순 없다. 과거의 성공 공식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일자리의 변화를 초래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급격한 사회 변화다. 아이의 미래를 대비하는 부모에게는 4차 산업혁명을 꿰뚫는 눈이 필요하다.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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