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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Apr 23. 2019

3. 문제적 상사 : 말이 통하지 않는 독불장군

지난 편 - 2. 문제적 상사 : 온갖 일을 수집해오는 고물상



 “달대리! 이번 건은 1안으로 진행해.”

 달대리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차라리 2안이 좋을 것 같았다. 2안이 더 경제적이었다. 부장의 성격이 까칠했지만, 어렵게 용기 내어 말씀드렸다.

 “저, 부장님, 지시하신 1안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2안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비록 시일은 좀 더 소요되더라도 더 경제적이거든요.”

 부장은 즉각 대답을 내뱉었다. “아, 그럼 안 된다니까. 내가 말한 대로 1안으로 해!”

 이번에도 달대리의 의견은 휴지통으로 들어갔다. 부장은 가타부타 이유 없이 달대리의 의견을 딱 잘라버렸다. “네…” 달대리는 힘없이 대답했다. 답답한 마음에 죄 없는 가슴만 아려왔다. 역시나 오늘도 말은 통하지 않았다.


 소통의 부재는 사무실의 흔한 풍경이다. 부장이 더 잘못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교통사고로 따지자면 쌍방과실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양측의 잘못이 더해져야 갈등이 생기는 법이다. 부하는 소형차다. 소형차는 대형차를 알아서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함이다.


상사와의 쌍방과실에서 주의할 점


 우선 달대리에겐 개선해야 할 점이 2가지가 있다. 첫째로 질문의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 달대리는 처음부터 반론을 제기했다. 순서가 틀린 것이다. 사람은 먼저 입을 열어야 그다음에 귀가 트인다. 귀가 트여야 그때부터 비로소 소통이 이루어진다.

 상대의 입을 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경청이다. 일단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부장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대화가 시작되지만,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맞받아친다면 전투가 시작된다.

 그런 다음 상사의 추진방향과 이유를 잘 끄집어내라. 의문점이 있으면 ‘이건 이런 뜻인가요?’라고 물어보라. 직급이 올라갈수록 일에 쫓겨 세심한 업무 지시가 어려워지지만, 그만큼 외로움도 커지는 법이다. 상대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호응하면, 굳었던 마음이 녹고 다문 입이 열릴 것이다.

 상사의 의견도 깊이 검토해보지 않은 당신이 상사의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상대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먼저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일단 상사가 내어준 쌀로 밥을 지어보자. 일을 끝까지 하라는 게 아니다. 상사가 준 한 솥의 쌀 중 한 줌만 쪄보라. 일의 구도와 과정을 대략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런 연후에 보고를 한다면 당신의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이다. 당신의 의견이 타당하다면 실력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이렇듯 일의 시작과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첫인상의 중요성은 다음의 실험에 잘 나타나 있다.


미국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는 실험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후, 한 인물의 성격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A집단에게는 “똑똑하고 근면하며 충동적이고 비판적이며 고집이 세고 질투심이 강한 사람이다”로, B집단에게는 “질투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며 비판적이고 충동적이며 근면하고 똑똑한 사람이다”라고 소개해 두었다.


 당신은 A집단에 설명한 인물과 B집단에 설명한 인물 중 누구에게 더 호감을 느끼는가? A집단에게 설명한 인물에게 더 호감이 갈 것이다. 하지만 나열한 순서만 바꿨을 뿐 동일한 인물이다. 실험 결과 역시 긍정적인 내용을 먼저 들은 A집단이 부정적인 내용을 먼저 들은 B집단에 비해 소개받은 인물에 대해 더 좋게 평가했다고 한다.

 뇌는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한 가지 정보에 오래 집중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첫인상처럼 인상적인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뒤의 내용을 짜 맞추며 인식한다. 상사와의 대화는 긍정적인 면부터, 좋은 인상으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달대리는 부장님의 의견에 너무 쉽게 수긍하고 포기했다. 상사가 섣불리 짜증을 낸다는 것은 자신도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걸 방증한다. 달대리는 이걸 모르고 ‘네가 시키니까 하는 척이라도 할게’라며 섣불리 포기했다. 상사의 편에 서지도 못하고 능력을 인정받지도 못한 것이다. 우선 상사의 입장에서 요모조모 짚어가며 대화하자. 그러면 차츰 신뢰를 얻을 것이며, 상사도 점점 당신에게 합당한 대우를 할 것이다.


그는 왜 나에게 잘못을 저지르는가


 상사에게도 분명 과실이 있다. 우리가 상사의 과실을 고칠 수는 없지만, 왜 상사의 과실이 발생했는지 그 이유를 알면 원망하는 마음이 줄어든다. 상사의 과실은 다음의 이유 때문이다.

 첫째, 그들은 너무 바쁘다. 대리로 진급만 해도 사원 때보다 책임도 커지고 일도 많아진다. 심지어 부하까지 챙겨야 한다. 직급이 높아졌다고 해서 결재만 하는 순수 관리자가 되는 게 절대 아니다. 실무와 병행하니 직급이 올라갈수록 바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일일이 대답해주고 설명할 여유가 없다.

 둘째, 그들의 의견은 부하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10년 이상의 치열한 업무경력에서 우러나온 의견은 당연히 부하의 의견보다 옳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시간이 없는 그들로서는 더 높은 확률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 <미생>에서 장그래의 황당하리만큼 혁신적인 제안을 수용하고 밀어붙인다는 것은 정말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일이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다. 스무 살 때의 기억이다. 그때는 ‘이제 어른이 됐다’고 생각했다. 윗세대와 똑같은 어른이라 여긴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애송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떠오를 것이다. 스무 살처럼 어린 실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알아주기만을 바란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다음 편 : 4. 문제적 상사 : "이 산이 아닌가 봐? 저 산으로 가자"는 상사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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