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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Apr 23. 2019

6. 인공지능의 발전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편 - 5. 인공지능에게 불가능은 없다


 인공지능에 대한 세 번째 오해는 인공지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리라는 예상이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앞두었을 때도, 10년간은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세돌에게 4:1로 승리를 거뒀다. 1년 후 알파고 마스터로 나타났다. 수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알파고 제로로 변신했다. 


 갑작스레 나타난 인공지능. 그리고 경이로운 발전 속도. 우리는 최근 수년간의 발전 추이만 보고서 인공지능을 거침없이 발전하는 존재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발전은 순탄치 않았다. 침체와 도약의 반복이었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 추이를 본다. 집값이 1년 만에 20%가 올랐다고, 앞으로도 매년 20%씩 오를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은 없다. 최근 수년간의 추이만 보고서 인공지능이 무시무시하게 발전하리라고 예상한다. 인공지능은 1950년대에 이미 탄생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개발은 침체에 빠졌다. 영국의 인공지능 연구소는 해체되고, 미국의 연구재단은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지원을 중단했다.


 침체는 계속되지 않았다. 침체기에도 인간은 인공지능을 포기하지 않았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찰했다. 그래서 인간의 뇌신경 구조를 모방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단층 신경망이다. 하지만 단층 신경망은 신경이 한 층밖에 없어 단순한 문제밖에 풀 수 없었다. 그래서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 다층 신경망으로 발전시켰다.


 발전 또한 계속되지 않았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또다시 장벽에 부딪혔다. 신경망의 여러 층을 고루 학습시킬 기술이 부족했던 것이다. 1986년 역(逆) 전파 알고리즘이 개발되면서 인공지능은 전환기를 맞이했다. 신경망의 여러 층을 제대로 학습시킬 수 있었다. 그 후 다양한 학습기법이 개발되며, 마침내 인간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 영화 <사랑의 전주곡 Desk set>은 텔레비전 방송국 자료실에 인공지능 도입으로 벌어지는 일과 사랑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자료실 직원은 방송국의 모든 직원이 요청하는 정보를 찾아서 제공한다. 어느 날 방송국 사장은 인공지능 에메랙을 자료실에 도입한다. 반복 업무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해 인간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에메랙이 자료실의 모든 정보를 즉각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러시아어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놀라운 능력도 보이자, 직원들은 자신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두려워한다. 어느 날 모든 직원에게 해고 통보가 날아든다. 다행히 해고 통보는 에메랙의 오류였으며, 직원들은 에메랙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익힌다.

 특별할 것 없는 진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개봉 시기가 놀랍다. 1957년이다. 60년이 넘었다. 반세기도 더 전에 이미 미국인은 인공지능으로 비롯된 일자리 상실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인공지능은 극단적인 예상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침체와 도약을 거듭했고 60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그 걱정이 일부나마 실현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이세돌과 알파고와 대결을 기점으로 인공지능을 향한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추이를 살펴보는 구간이 너무 짧다. 우리도 당시의 미국인처럼 인공지능의 발전을 과대평가한다. 


 인공지능의 순탄치 않은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 광저우 로봇 식당 1호점의 로봇은 해고됐다. 간단한 서빙 외에 복합적인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었다.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 또한 실제 일손이 아니라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 3년 계약된 페퍼 중 상당수는 재계약이 불투명하다. IBM의 암 진단 인공지능 왓슨의 기세가 누그러졌다. 2016년 가천 길병원을 시작으로 파죽지세로 국내에 침투할 것 같았다. 하지만 국내 5대 병원에는 아직 입성조차 못했다. 가천 길병원에서 인간 의사와의 대장암 진단 일치율은 55.9%에 불과했고, 작동이 제대로 안 된 경우도 있었다. 아직 왓슨의 지위는 의사보다는 홍보 수단에 가깝다. 


 인공지능 전문가도 인공지능이 급격하게 발전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얀 르쿤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인공지능 전문가다. 1980년대 말부터 인공지능을 연구했다. 현재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수석 엔지니어다. 그와 같은 전문가 또한 현재의 인공지능을 향한 성급한 기대와 투자 거품을 우려한다. “인공지능을 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연구자와 산업, 사회에 무거운 짐으로 돌아온다. 인공지능 관계자들은 이루지 못할 약속을 삼가야 한다. 그 약속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사회는 인공지능이 황당한 것이고 더 이상의 발전도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투자자는 투자를 중단한다.” 사업가들의 달변대로 인공지능이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앞날에도 적지 않은 걸림돌이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원리를 규명해야 한다. 그 원리를 밝혀내야 인공지능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단층 신경망과 다층 신경망, 빅데이터 등을 인공지능 개발에 적용했듯이. 

 인간은 거대한 지구를 정복했지만, 고작 1.4kg의 뇌에 대해서는 너무나 모르는 상태다. 장님이 코끼리 다리 더듬는 정도다. 성간 물질에 가려진 은하의 중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듯, 두개골에 가려진 뇌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대부분이다. 그저 지구까지 도달하는 일부의 전파로 우주를 더듬어가듯, 두개골 밖에서 측정되는 일부의 뇌파로 뇌를 더듬어가는 정도다. 

 뇌의 신비를 한 꺼풀 걷어낼 때마다 인공지능이 도약했다. 다음 꺼풀이 벗겨질 때까지는 정체했다. 인공지능은 도약과 정체를 반복하며 발전할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속도는 상대적이다. 갯벌에서 조개를 캘 때, 조금만 밀물에 관심을 기울이면 밀물이 몰려오기 전에 갯벌을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밀물에 아랑곳하지 않고 물이 차오를 때까지 같은 자리에 머문다면 곤란한 처지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무심하다간 큰 타격을 입겠지만, 귀 기울이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인간의 적응력에 비해 미래는 대단치 않다. 100년 전 사람을 현재로 데려온다면, 그는 당장 신경안정제부터 먹어야 한다. 땅 위에선 거대한 쇳덩어리가 길을 가득 메우고 시속 100㎞로 달린다. 고층 빌딩은 하늘을 가리고 사람을 압도한다. 건물 사이로 보이는 하늘에서는 날개를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새가 날아다닌다. 그보다 작은 새는 스스로 구름을 만든다. 사람들은 다들 귀를 막고 거리를 걸으며, 심지어 혼자서 중얼중얼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아파트를 보고도, 비행기와 제트기를 보고도, 음악을 듣거나 통화하며 걸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 너무 덤덤한 나머지 정작 우리 눈에 띄지도 않는 모습이다. 미래 또한 마찬가지다. 자율주행, 3D 프린터, 드론으로 가득한 하늘, 귀뿐만 아니라 눈까지 막고서 증강현실 속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인류 지능의 총합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2045년 도래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예측이 주목받는 법이고, 극단적인 예측은 예전부터 있었다. 앞서 소개한 <사랑의 전주곡>의 인공지능 에메렉은 소박한 편이다. 1982년에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을 능가한 복제 인간과 태양계 밖까지 식민지를 건설한 문명을 그려냈다. 우주 전쟁도 벌인다. 영화의 배경은 우리가 살고 있는 2019년이다. 인간은 태양계 밖은커녕 아직 화성에도 발을 딛지 못했다. 1984년 개봉한 <터미네이터>는 인공지능 스카이넷이 1997년에 세계 핵전쟁을 일으킨다고 했다. 20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도 스카이넷 같은 인공지능의 등장은 요원해 보인다. 


 인공지능에 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인공지능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 인공지능은 인간 뇌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한 단계씩 도약할 뿐이다. 인공지능을 두려워하지도 말고 인공지능에 방심하지도 않는다면 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두려움과 방심에서 벗어난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적인 인공지능 대응법이다.      



다음 편 - 7. 생존의 프레임이 직업에서 작업으로 바뀌다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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