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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Apr 24. 2019

7. 생존의 프레임이 직업에서 작업으로 바뀌다

지난 편 - 6. 인공지능의 발전은 순탄치 않았다


 아이가 위험하다. 인공지능 앞에 어떤 일자리도 안전하지 않다. 부모의 마음은 절박하다. 미래의 일자리에 관한 내용이라면 어려운 보고서도 마다하지 않고 읽는다. 

 문제는 보고서마다 예측이 다르다는 점이다. 전문직 중에서도 의사는 정년이 없는 안정된 직업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의사의 미래조차 예측이 다르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고용의 미래’는 의사의 0.4%만이 컴퓨터로 대체되리라 전망했다. 2015년, 유엔 미래보고서 2045에서는 의사를 사라지기 쉬운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부모는 당황스럽다. 불과 2년 사이에 안정된 직업이 사라지기 딱 좋은 직업으로 전락했다. 의사가 되려면 고교 졸업 후에도 십여 년간 거액의 학비를 쏟아붓고 코피 터지게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손바닥 뒤집듯 직업의 미래가 바뀌니 어떤 보고서를 믿어야 할지 당황스럽다.     


생존의 프레임이 직업에서 작업으로 바뀌다


 역설적이게도 부모를 두렵게 한 보고서에 생존의 힌트가 있다. 옥스퍼드대학의 자료를 보면 전화상담원의 인공지능 대체율은 99%다. 스포츠 심판과 은행 창구 직원은 98%, 부동산 중개인은 97%, 택배기사는 94%다. 반대로 상담치료사는 0.31%, 사회복지사는 0.35%, 초등학교 교사는 0.44%다. 대게는 인공지능에 대체되기 어려운 직업에만 주목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체율이 낮은 직업이 아니다.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Yes, 100%)’ 혹은 ‘대체되지 않는다(No, 0%)’로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초점은 ‘어떤 직업으로 평생 먹고살까?’ ‘인공지능이 어떤 직업을 대체하는가?’에 머문다. 그래서 어떤 직업의 대체율이 높으면 불안하고, 대체율이 낮아도 ‘제로(0)’는 아니니까 떨떠름하다.


 생존의 프레임을 바꾸면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생존의 프레임은 ‘직업’에서 ‘작업’으로 바뀐다.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것은 직업이 아니라, 직업 내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다. 자동화되기 쉬운 작업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반대로 자동화되기 어려운 작업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는다. 그러니 직업이 ‘대체된다’ 혹은 ‘대체되지 않는다’고 표현하지 않고, 직업 내에서 자동화되는 작업의 비율을 퍼센트(%)로 나타낸 것이다.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것은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다. 하나의 인공지능이 한 사람의 일자리를 1:1로 대체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몫을 대체하기도 하고 한 사람의 수행하는 작업 중 일부만 수행할 수도 있다. 운송 회사의 모든 차를 하나의 인공지능이 운전할 수 있지만, 변호사의 업무 중에서는 판례 수집과 정리만 맡을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가져가는 것은 직업이 아니라 직업 내에서 대체하기 쉬운 작업일 뿐이다.   


 어떤 직업이라도 핵심 작업을 잘하는 사람은 생존한다. 아니, 더 성공한다. 인공지능이 변호사의 판례 수집과 정리 작업을 대체해 변호사의 일자리는 줄겠지만, 핵심 작업인 변호가 뛰어난 변호사는 더 성공한다. 한 명의 변호사가 맡을 수 있는 소송 건수가 인공지능 덕분에 늘어나기 때문이다. 생존의 프레임이 직업이 아닌 작업으로 바뀌는 이유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힘든 작업에 생존의 길이 있다. 작업마다 어떤 특성이 있기에 어떤 작업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어떤 작업은 대체되지 않는 것일까? 인간에 의해 수행되는 작업의 특성은, 그 작업을 수행하는 인간을 바라볼 때 드러난다. 



다음 편 - 8. 인간의 3가지 힘 : 지력, 조작력, 근력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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