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대표적인 생존 활동은 사냥이다. 사냥은 3단계다. 첫째, 지력이다. 어떻게 다가가 어떤 도구로 잡을지 사냥 전략을 세운다. 둘째, 조작력이다. 손으로 활과 화살을 조작해 사냥감에 명중시킨다. 셋째, 근력이다. 힘껏 달려가 때리는 것으로 사냥을 마무리한다. 인간 활동의 구조는 지력, 조작력, 근력의 3단계다.
인체의 구조 또한 지력, 조작력, 근력의 3단계다. 뇌(지력)에서 출발한 명령은 운동 신경(조작력)을 거쳐 근육 세포(근력)에 도달한다.
3단계 구조는 인공지능에 대체되는 작업의 순서다. 단순 노동의 근력이 가장 먼저 대체되었다. 조작력도 무서운 속도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제는 지력도 대체되고 있다. 대체되는 마지막 순서인 지력에 집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분자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은 말한다. “인간은 한 다발의 뉴런이다.” 아이가 살아갈 길은 지력에 있다.
아이를 근력으로 살아가게 할 부모는 없다. 소중한 자식이 고된 노동으로 연명하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아이가 조작력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아이에게 특별한 손재주가 있으면 괜찮겠지.’
지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손재주는 불안하다. 구글의 인공지능 딥드림은 유명 화가의 화풍을 단시간에 학습해 그의 화풍대로 작품을 완성한다. 모방작을 그리는 화가는 생존하기 힘들다. 과거에는 예술에서 손재주가 필수였다. 하지만 미래에는 손재주(조작력)이 부족해도 지력으로는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3D 프린터의 발달로 손재주(조작력)이 부족한 예술가도 디지털 기기로 창의적인 원본 파일(지력)을 제작할 수 있다. 디지털 작품은 복제할 수 있기에 전 세계에 원본 파일을 판매할 수 있다. 각 가정에서는 원본 파일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거나 독특한 개성을 입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작품을 3D 프린터로 손쉽게 인쇄할 것이다.
로봇 팔이 대부분의 노동자를 대체해도, 로봇보다 더 정교한 손재주로 살아남은 장인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생존을 언제까지나 장담할 순 없다. 인간은 인공지능 로봇의 정교함을 당해낼 수 없다. 한 평생 한 대의 스마트폰도 만들 수 없다. 인공지능 로봇이 개발되지 않은 분야는 단지 경제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경제성만 갖춰지면 개발은 시간문제다. 아무리 틈새시장을 발견해 그에 필요한 손재주를 익힌다 해도, 시장이 커지는 순간 그 일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무작정 지력에만 집중하면 좋을까? 아니다. 이미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력도 대체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지력에도 인간보다 뛰어난 분야가 있고 그렇지 못한 분야가 있다. 인간보다 뛰어난 분야는 피하자.
첫째, 인공지능이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분야는 계산이다. 한때 미 항공우주국(NASA)에 계산원이라는 직업이 있었지만, 지금은 슈퍼컴퓨터로 대체되었다. 과거에는 먹고 살기 위해 어릴 때부터 주산을 가르쳤다. 은행원으로 취업하기 위해 상업고등학교에서도 주산을 가르쳤다. 지금은 단지 사고력을 키우는 도구로 주산을 가르친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계산하는 인공지능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정보 입력이다. 인공지능은 어떤 인간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정보를 입력하고 더 정확하게 꺼낼 수 있다. 예전에는 보다 많은 정보를 머리에 입력하는 게 중요했다.(기억하는가? 암기 학원도 성행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정보의 주입보다 활용이 중요하다. 필요한 정보는 언제든지 인터넷에서 즉시 구할 수 있다.
셋째, 정보의 단순 가공이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의 단순 가공에서 인간에 앞선다. 통찰 없이 정보의 겉만 가공하는 뉴스의 경우다. LA타임스의 지진 보도 인공지능 '퀘이크봇'은 매일 쉬지 않고 캘리포니아주의 크고 작은 지진 기사를 작성한다. AP통신은 기업 실적 발표 기사를 전부 인공지능으로 작성한다. 그 양은 매달 천 건에 달한다. 또한, AP통신은 2016년부터 인공지능이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기사도 작성한다. 인공지능 기자는 국내에도 있다. 대구일보는 2017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부터 인공지능 ‘에이프’로 기사를 작성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2018년 하반기부터 인공지능 ‘케이봇’으로 퓨처스리그(2군) 기사를 작성한다.
계산하거나 암기하거나 단순 가공하는 작업은 피하자. 그럼 집중해야 할 작업은 무엇일까?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