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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Apr 29. 2019

7. 못마땅한 상사와 한 사무실에서 지내야 한다면?

지난 편 - 6. 문제적 상사 : 나는 당신 같은 가족을 둔 적이 없는데요


 연재 1편에서 6편까지 상사로 인한 고통과 해결법을 알아보았다. 그런 상사들이 못마땅한 짓을 처음 시작했을까? 원래 그들은 악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전 시대의 행동방식을 답습했을 뿐이고, 변화에 발맞추려고 나름대로 노력했을 뿐이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경험한 걸 학습하고 기억한다. 웬만한 의지나 맹세로는 무의식적 학습을 당해낼 수가 없다. 맹세는 사고를 바꾸지만 체험은 행동까지 장악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상사는 노력은 했으나, 그 위 상사의 행태를 답습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인간이다.

 우리 또한 다르지 않다. 옛날 타령만 하는 상사를 꼰대라고 여긴다. 하지만 새로 들어온 후배 앞에선 나도 모르게 ‘나 때는 어땠는데’라는 말을 머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꼰대의 길을 밟고 있는 것이다.


상사도 함께해야 할 인간이다


 상사는 물리칠 괴물이 아니라 함께할 인간이다. 상사와의 갈등을 다루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동료나 부하와 함께 상사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상사와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다.

 첫 번째 길은 내리막길이라 당장은 걷기 쉽지만, 결국엔 아래쪽 늪지대로 향하는 길이다. 상사에 대한 험담을 나누고 나면, 그동안 겪은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더구나 가슴속 맺힌 이야기를 풀어가는 쾌감도 느낀다. 굳이 용기를 내지 않아도 되는 아주 쉬운 길이다. 많이 힘들고 지쳤다면 이 길을 잠시 가보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결국에는 늪지로 향하는 길이다. 상사에 대한 험담을 하는 동안에는 그 누구도 상사에 대한 장점을 말하기 어렵다. 앞서 소개한 솔로몬 애쉬의 동조 실험에서와 같이, 주변 의견을 거스르는 말을 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결국 상사에 대한 험담만 쌓여서 각자의 머릿속에서는 극도로 악한 상사가 탄생한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 탄생한 것이다.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순간, 높은 담이 들어서며 소통은 끊겨버린다.


 직장에는 2개의 보물상자가 있다. 일단 둘 중 하나를 열어보면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 눈길을 끈다. 이내 그 옆의 보석을 보고, 또 다른 보석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른 한 상자는 열어볼 새도 없다. 보석의 마법에 이끌려 눈을 떼기 어렵다. 한 상자에 든 보석의 이름은 ‘동료의 단점’이고, 다른 상자에 든 보석은 ‘동료의 장점’이다. 두 보물상자의 이름은 ‘편견’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착각은 대부분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려는 데서 비롯된다.

 현실의 상사는 극한 악당이 될 그릇이 못된다. 그럭저럭 봐줄 만한 점과 부족한 점이 뒤섞인 소시민일 뿐이다.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이 있다. A 부장 밑에 있을 때는 막강한 카리스마로 따뜻한 인간미가 그립더니, 인간적인 B부장과 일해보니 A 부장의 똑 부러진 업무능력이 그리워졌다. 그제야 A 부장도 꽤 훌륭한 상사였음을 깨닫게 된다.


잔디밭에서 내 발 밑을 보면 듬성듬성 맨땅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먼 곳을 보면 잔디가 풍성하게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막상 그곳에 가면 듬성듬성 맨땅이 드러나 있기는 매한가지다. 단지 잔디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한 임원이 내 멘토에게 한 말이다.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멘토에게 말해주었다고 한다. 나 또한 나를 스쳐간 여러 상사들을 처음부터 미워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굳이 말을 섞지 않으려고 한 상사도 있었다. 새로운 상사를 만나고 나서야, 새로운 상사의 단점을 통해 이전 상사의 장점이 보였다. 이런 일이 여러 차례 지나서야, 사람을 쉽게 미워하진 않게 되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그의 장점이 보일 것이고, 그의 단점만 꼬집으며 미워했던 게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길은 쉽지 않은 길이다. 용기가 필요한 오르막길이지만, 오르다 보면 탁 트인 전망도 있고 상쾌한 숲도 있다. 바로 상사와 대화하는 것이다. 대화하다 보면 상사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과 만난다. 치열한 업무 속에서 입었던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다.


 편견이 지닌 힘은 막강하다. 그 편견을 깨줄 또 다른 힘이 필요하다.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에는 가벼운 술자리를 추천한다. 상사는 대개 근엄하고 점잖기를 요구받으며 자랐다. 그러니 자신을 표현할 줄 모르고 부하와의 진솔한 소통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면 볼링처럼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단체운동을 추천한다. 땀이 나는 만큼 기분은 좋아지는 법이고, 스트라이크와 함께 마주치는 손뼉만큼 마음도 마주 보게 된다. 운동 후 티타임이나 생맥주 한 잔은 유쾌한 분위기로 대화의 물꼬를 트게 한다. 사무실에서는 예리한 칼날처럼 다가서기 어려운 상사로만 보이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가족을 사랑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따뜻한 가장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굳은 살갗 속의 따뜻한 가슴’을 말이다.

 혹시 상사의 술자리 제안을 마냥 거부하지는 않았는가? 상사는 술자리를 통해 당신과 진솔한 대화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상사는 알고 있다. 진솔한 대화는 오해를 풀고 건전한 인간관계를 맺게 하며, 이런 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회사 생활이 서로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물론 항상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상사가 부하로 살던 시대의 살던 방식이었다.

 물론 집에 일찍 가기 싫어서 당신을 붙잡는 악질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사는 부하보다는 나이가 비슷한 세대끼리 어울리는 것이 즐겁다. 더치페이를 하니 비용 부담도 적다.

 상사가 당신에게 식사나 술자리를 제안할 때 어떻게든 거절하려고만 했는가? 그렇다면 앞으로는 한 가지만 더 참고하자. 그의 제안은 나름 당신을 위해 시간과 용기를 낸 행동일 수 있음을. 



다음 편 : 8. 상사와의 적절한 거리는 얼마인가?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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