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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Apr 30. 2019

8. 상사와의 적절한 거리는 얼마인가?

지난 편 - 7. 못마땅한 상사와 한 사무실에서 지내야 한다면?


우리에겐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당신에게는 상사와의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상사 또한 골칫덩이 부하로 인한 속앓이를 방지할 거리가 필요하다. 그 거리는 상대에게 소원하지도, 속박하지도 않는 것이다. 피를 나눈 가족끼리도 서로 다투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피 한 방울 나누지 않고 하루 10시간 이상을 보는데 갈등이 없을 수가 없다. 동료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건강한 관계를 이어가는 3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가족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의 도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부부상경여빈(夫婦相敬如賓)이란 말이 있다. 부부는 서로 손님을 대하듯 공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5일, 하루에 10시간. 너무 오래 얼굴을 맞대고 있다 보니 눈앞의 이 사람이 내 인생이라는 무대에 잠시 등장한 손님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산다. 내가 그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대로 부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응당 나에게 복종하고 나에게 맞춰 처신해야 한다고 여긴다.

 계속 일할 것 같던 상사나 부하도 조직 개편, 담당자 변경, 신규 프로젝트 투입, 전배, 이직 등으로 어느 순간 멀어져 있다. 같이 일한 짧은 기간 동안 서로를 어떻게 대했느냐에 따라 적이 되기도 하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기도 한다. 막상 원하던 팀이나 회사로 옮기려고 할 때, 먼저 안착한 부하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해보라. 부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당신에 대한 평가로 직결된다. 함부로 대했다면 호평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게 좋다.

 눈앞의 이 사람이 잠시 스쳐 지나갈 손님이라고 생각할 때, 그를 그리 원망할 필요도 없으며 자신에 맞춰 고치라고 강요할 필요도 없음을 깨닫는다. 업무를 함께 완수해야 할 단기 파트너로서 그 특징을 잘 활용하여 존중하면 될 일이다.


 둘째, 화이부동의 자세다. 《논어》 <자로> 편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군자는 화합하되 붙어 다니지 않으나, 소인은 무리 지어 다니면서도 화목하지 못한다.

 겉으로만 한 목소리를 내는 척하고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품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서로를 헐뜯고 있지는 않은가? 상사 앞에서는 상사의 의견에 진심으로 동의하지 않아도 그와 그의 의견을 추켜세운다. “부장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정말 멋진 해결책이에요. 부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부하의 장래보다는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질책 대신 무관심한 칭찬만 뱉어낸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했는지 관찰하지 않고) 잘하고 있어, 허허허.” 하지만 그들이 눈앞에 없으면 뒷담화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동료와 나는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자. 동료 때문에 속 앓으며 참지만 말고, 진심 어린 충고를 통해 업무 공동체로서 화합하자. 다만 충고에 앞서, 진심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관찰하고 장점을 파악하자. 장점을 먼저 말하고 달랜 후에 충고하자. 번거롭지만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진나라가 중국 통일의 기반을 닦을 수 있었던 것은 법가사상 덕분이었다. 법가사상의 대표 한비자도 후세에 책을 남기며 그중 한 편을 할애해 ‘세난(設難; 달래기 어렵다)’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예나 지금이나 잘 달래서 설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셋째, 당신의 세계를 넓히는 것이다. 회사 밖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마음에 담고 배우자. 야근과 주말 근무를 자처하며 회사에서만 지내면 회사 동료만 만나게 된다. 새로운 사람과 경험을 마음에 담으면서 회사 업무와 동료가 마음속에 더 크게 자리 잡지 않도록 조절하자. 제 아무리 미인이라도 가까이서 보면 결점이 보이고, 오래 지내다 보면 질리기 마련이다. 별것 아닌 단점도 크게 보일 것이다. 회사 밖은 흥미진진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회사 안에서 그 나물에 그 밥 비비듯 일하지 말고, 밖에서 익힌 새로운 아이디어를 업무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 앞에서 상사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사실 당신과 상사의 모든 문제는 회사를 떠남으로써 일시에 해결된다. 하지만 새로운 직장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당신이다


당신을 괴롭히는 것들에게서 도망가기를 원한다면, 다른 장소로 갈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_ 세네카


 로마의 정치가 세네카는 유배되었다가 복권되어 네로 황제의 스승이 되었다. 하지만 폭군이 된 네로 황제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의 삶은 부침 그 자체였다. 괴로운 시간을 극복해낸 그의 지혜를 받아들인다면, 당신 또한 마주한 고통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머릿속에는 절대자가 살고 있다. 마음먹은 대로 어떤 세상이든 창조할 수 있다. 과거를 바꿀 수도, 당신을 괴롭힌 사람에게 복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머릿속 세상을 벗어나면 당신의 절대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한다. 머릿속 절대자는 괴로움과 혼란에 빠진다. 머릿속에서는 체험과 상상을 동일하게 취급하는데, 실제와 상상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인지 부조화 이론의 원리다.

 당신 안의 절대자가 외부 세상까지 바꾸려 날뛰게 두어서는 안 된다. 당신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먼저 바꾸는 양보를 베푼다면, 당신의 일상은 평온을 되찾아 갈 것이다. 아슬아슬하던 상사와의 관계도 개선될 것이다. 새로운 직장에 가더라도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진 않을 것이다.


 상사와의 갈등을 단번에 해결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없다. 답이 없는 것은 잘못된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대인관계로 고민하면서도 대부분은 잘못된 질문을 던진다. 

 질문은 ‘상사와의 갈등이 있느냐?’가 아니고 ‘상사와의 갈등을 잘 풀어가고 있느냐?’가 되어야 한다. ‘갈등이 없는 상태’가 답이 될 순 없다. 답은 ‘갈등을 풀어가는 방향성’이 되어야 한다. 모든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으니 그 방향성에 의의를 두자. 갈등이 모두 해소된다 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과 사람을 마주할 것이며 새로운 갈등이 잉태될 것이다. 갈등은 변할 순 있어도 사라질 순 없으니까.


 미국 심리학자 월터 미셸은 1970년 스탠퍼드대학에서 마시멜로 실험을 했다. 4살의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하나 받으며 “15분간 먹지 않으면 1개를 더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방에 홀로 남겨진 아이의 일부는 엄청난 유혹을 이겨내고 15분을 견뎌낸 끝에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았다. 반면 충동적인 아이들은 홀로 남겨진 직후 마시멜로를 먹어치웠다.

 청소년으로 자라자 차이는 분명해졌다. 유혹에 저항한 아이는 정서적, 사회적으로 훨씬 뛰어났다. 자제심을 잃을 가능성이 적었으며 자기 확신을 가지고 도전을 추구했다. 곧바로 마시멜로를 먹었던 3분의 1 가량의 아이는 정서적, 사회적으로 취약했다. 좌절에 쉽게 당황하고 스스로를 나쁘거나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대니얼 골먼은 《EQ 감성지능》에 그들의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을 실었다. 유혹을 참은 아이들이 SAT 시험에서 극적일 정도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마시멜로를 곧바로 집어 든 3분의 1 가량의 아이들은 평균 언어 성적이 524점이고 수리 성적이 528점이었던 반면, 참고 기다렸던 3분의 1 가량의 아이들은 각각 평균 610점과 652점을 얻었다. 총점에서 210점이나 차이가 났다.


 마시멜로의 유혹을 이겨낸 아이의 비결은 주의 전환이었다. 눈앞에 놓인 마시멜로를 보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15분은 빨리 흐르지도, 천천히 흐르지도 않는다. 자기가 바꿀 수 없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아이들의 지혜를 배워야 할 때다.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을 머릿속에 자꾸 입력하지 않는가? 입력하고 판단하고 불평하길 되풀이하지 않는가? 상사나 회사 운영 방향 등 바꾸기 힘든 것에는 관심을 줄이고, 자신이 발전시킬 수 있는 일에 관심을 늘리자. 솔직히 필자에게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당신도 할 수 있다.



다음 편 - 9. 내 발목을 잡는 착각 - 이곳에 뼈를 묻겠다고?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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