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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uffy moment May 24. 2021

매일의 밑줄 2

5/17~5/21

21/05/17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쓴 오가와 요코의 산문집. 책 소개를 보다가 늙어서 다리가 약해진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주문했다.

앞발에 힘을 주고 안간힘을 써가면서, 몇 번이나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일어서려는 러브를 보면 그만 눈물이 앞을 가리고 만다. 아시야 강가를 뛰어다니고, 공원의 미끄럼틀을 쌩 타고 내려오고, 고속도로를 드라이브했던 추억이 되살아나고, 이제 그런 날들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회한으로 가슴이 멘다._오가와 요코, <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에서


읽고 쓰고 새와 강아지를 돌보고 시간을 내어 산책을 하는 삶. 늙은 개와 함께 생활하는 짧은 이야기가 내게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 같다.


21/05/18


초저녁에 잠들어서 이른 새벽에 깼다. 연차여서 출근 걱정 없이 이른 하루를 시작했다. 눈 떠서 트위터를 켰다가 이런 칼럼을 보았다.


하지만 에세이로 분류되는 단행본  권을 출간한 작가로서, 그럼에도 에세이는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의미가 있어서 쓰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책이 많이 팔리지 않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에세이의 본질적인 의미는 바로  지점에서 생겨나는  같다. 내가 경험한 , 내가 느낀 감정, 나의 삶의 어떤 부분을 나의 언어로 기록하고 남기는 일이 먼저이고 그것이 읽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는 그다음이다. 그리고 그게 무엇이 될지, 미리  수는 없다._윤이나 <보통 사람들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랑 이야기> 한국(20.11.14)에서


스트레스 때문에 이른 저녁부터 자버렸던 날. 혼란스러운 마음이 풀리지 않은 채로 눈뜬 새벽에 이 칼럼을 읽어서 다행이었다.



21/05/19


날씨가 무척 좋아서 동네 산책이나 할 겸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핸드폰과 지갑 그리고 필름 카메라를 챙겼는데 밖으로 나와보니 날씨가 생각보다 더 좋았다. 카메라를 가지고 나온 김에 버스를 타고 한강으로 향했다. 수면에 반짝이며 잘게 부서지는 햇빛을 보다가 더 멀리 가고 싶어 서촌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광화문에서 내려 서촌 쪽으로 걷는데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벽면에 라이프 사진전이 걸려있었다. 걷던 관성으로 지나쳐 조금 더 가다가 되돌아와 전시장으로 향했다.


뭐 하나라도 더 보고 싶어서 학교 끝나고 씨네큐브를 기웃거리고 근처의 전시를 찾아다녔던 때 같은 장소에서 로버트 카파와 유섭 카쉬의 전시를 봤었다. 우연히 길에서 익숙한 사진으로 구성된 전시 타이틀을 보자 그때가 떠올라 가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전시장 처음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사진이고, 옆의 설명글에 우연과 충동이 이끄는 대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니까 엽서 몇 장을 고르다가 살 생각은 없지만 구경 안 하면 섭섭한 도록을 펼쳐봤다. 그리고 김연수 작가의 글을 마주쳤다. 알고 보니 전시의 3가지 주제에 맞춘 김연수, 박준, 김초엽 작가의 글이 도록 한 권 마다 실려 있었다. (예, 3권 세트 가격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할 필요 없이 다 샀다는 이야기)




21/05/20


신세계 빌리브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다. 집을 알아보다가 또 근원적인 고민에 빠진 사람이어서 도착한 레터에 소개된 아티클을 하나하나 눌러봤다.


‘어떤 집에 살고 싶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특정한 공간의 유형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집 주위의 환경과 분위기, 함께 살아갈 사람과의 관계를 더 많이 이야기했다.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게 아쉬울 만큼 이야기가 새로웠고, 마음은 한결 편안했다. 각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집에 대한 로망은 그 사람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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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이기보다는 그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삶이 아닐까. _이인규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신가요?> 신세계 빌리브 홈페이지


통제 대신 체념과 회피가 반복되었기 때문일까, 어떻게 살고 싶냐는 질문 앞에서 맥을 못 추리고 있다.





지난주는 출근일로만 보면 쉬엄쉬엄 한 주였는데 왜 이렇게 스트레스 넘쳤는지 모르겠다. 묵은 고민에 짓눌려 있던 것 같았는데 이렇게 보니 고작 일주일 전일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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