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친구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가 필요한 걸 내가 가지고 있었고, 내가 필요한걸 그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며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단지 기간과 역할이 조금 정해져 있는 친구 사이이기는 했다. 물론 그는 친구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친구로 생각, 아니 그는 친구여야만 했다. 그는 열흘 동안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항상 같이 있어야 하는 내가 이곳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의 운전기사 겸 가이드였다. 그의 이름은 ‘무룬치’였다.
그는 순박한 얼굴에 침착한 운전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물론 모든 게 마음에 든 건 아니었고 사소한(?) 문제들이 있었다. 오랜 친구 사이에도 서로 맘에 안 드는 점이 있는데 방금 만났으니 오죽하겠는가? 당연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차츰 고쳐가기로,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고칠 수는 없고 그냥 인정해야 할 것 같았다. 그건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의 세상이 완벽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숫자까지도.
다음날 문제가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언어보다 더(?) 사소한 문제였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 시간이 남아 숙소 로비에 앉아 잠시 책을 보는데 창밖으로 우리 차가 슬금슬금 움직이는 게 보였다. 너무 자연스럽고 부드러워 처음엔 인지하지 못했는데 문득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창밖으로 슬쩍 보니 모든 직원이 동원되어 차를 밀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 차는 시동을 거는 부분에 사소한 문제가 살짝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전 직원이 합심하니 잠시 후 시동이 걸렸다. 아니나 다를까 차의 시동은 출발할 때까지 계속 걸려 있었다. 아마도 너무 사소해서 무룬치는 나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 같았다. 물론 알려주고 싶어도 우리의 또 다른 문제로 이런 전문적인 자동차 공학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이런 사소한 문제들을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다. 염려하던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결국 몸으로 겪어봐야 다시 깨닫게 된다. 문제는 사소할 때 잡아야 한다는 것을… 어떤 실수는 몸과 마음이 기억하고 다시는 하지 않는데, 어떤 실수는 다짐하고 다짐해도 다시 저지르게 된다. 그것이 사람이나 사랑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경고와 징조들은 외면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결국 예정된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경유지인 셈이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일 수 없고 모두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줄 수 없다. 결단은 빠를수록 적은 비용을 치른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의사소통이 힘들던 ‘무룬치’와 시동이 걸리지 않던 자동차는 결국 마다가스카르 여행의 최고 기대지였던 바오밥나무 거리를 눈앞에 두고 커다란 문제가 되어 버렸다. 자동차도 문제였지만 그제야 알게 된 사실은 이번 여행이 그의 운전기사 겸 가이드 경력의 첫 손님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도 앱으로 무장한 내가 오히려 가이드인 그보다 길을 더 잘 찾았으니 문제가 없다면 그게 문제일 정도였다. 왜냐하면 이곳은 문명보다는 경험에 의지해 많은 곳을 찾아가야 하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이기 때문이었다.
바오밥나무 거리로 향하기 전의 가장 큰 거점 도시인 안치라베에서 아침 6시에 출발한 우리는 오후 3~4시 사이에 바오밥 거리에 도착해 여유 있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바오밥나무를 둘러보고, 최고의 풍경이라는 석양의 바오밥나무 거리를 보려고 했다. 그 후에 근처의 도시인 모론다바로 가서 랍스터 요리를 푸짐하게 먹을 야심 찬 계획을 세웠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자동차의 시동이 문제 더니 길을 잘 모르는 무룬치’는 ‘무눈치’까지 겸비하여 시간은 자꾸 지체되어만 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여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길 위의 풍경이 너무 멋졌다. 그 풍경들이 사소한 문제들을 잊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로드트립을 떠나기 전 마다가스카르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방앗간 사장님께서 여행 일정을 들으시고 하신 말이 떠올랐다. (이곳에 방앗간이 있다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긴 여행이 되시겠네요. 차 안에서 오래 있을 텐데 졸지 마시고 기후의 변화, 식물의 변화, 사람의 변화를 잘 보세요. 그것만 잘 느껴도 여행은 성공이에요’
그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이틀을 달리고 달려 드디어 바오밥나무 생태계의 지역으로 들어서면 정말 신기하게 불쑥불쑥 커다란 바오밥나무가 한두 그루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 광경은 참 기이해서 이곳까지 오는 도중 어딘가에서 갑자기 블랙홀을 통해 공간 이동을 해서 다른 행성으로 옮겨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이국적이고 타 행성적인 풍경의 절정은 바오밥나무 거리라 불리는 곳에 가면 느낄 수 있는데 그곳을 찾는 데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곳은 안치라베에서 모론다바로 가는 주 도로의 끝쯤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무룬치’는 처음 가는 길이니 그걸 모르고 지나치려고 했다. 그나마 가이드북과 핸드폰 지도를 수없이 본 내가 우회전해야 한다고 손짓을 몇 번이나 했는데 고집마저도 센 ‘무룬치’는 계속 직진을 했다. 결국 한참을 달리다가 만난 현지인들에게 묻고 나서야 차를 돌렸다.
바오밥나무 거리는 비포장이어서 4륜 구동에 바퀴가 높은 차가 필요했다. 그런데 우리 차는 그냥 평범한 한국산 승합차였다. 20년은 되어 보이는 그 차는 아마도 한국에서 폐차 직전의 차를 들여온 것처럼 보였다. 안 그래도 시동이 걱정이었는데 길의 상태를 보니 차가 버텨낼지도 의심스러웠다. 거기에 기름까지 불안했다. 이곳은 도시라고 불릴만한 곳들이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중간에 기름이 떨어지면 큰일이 나는 곳인데 우린 길까지 헤매느라 기름 게이지가 간당간당했다. 그런데 바오밥나무 거리를 본다는 기대감이 그 문제들을 자꾸 사소함으로 치부하게 만들었다.
바오밥 거리는 정말 신기했다. 그 거리에 가까워질수록 뜬금없이 불쑥 솟아 있던 나무들이 점점 많아지며 급기야는 신도시 고층 빌딩이 서있듯 높다란 바오밥 나무들이 길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있다. 그리고 그 비포장길로 현지인들이 생활을 위해 왔다 갔다 한다. 마치 촬영을 위해 특이한 풍경을 만들어 놓은 곳에 현지인 배우들 섭외해 놓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하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그 메인 거리는 사실 길지는 않다. 안으로 계속해서 좋지 않은 길이 있고 바오밥 나무들도 있기는 하지만 흔히 말하는 바오밥 거리는 금방 끝이 난다. 그런데도 그곳을 쉽게 떠날 수 없었다. 이 광경은 내 삶에 다시 볼 수 없을 풍경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차는 다시 시동이 안 걸린다는 것을 알았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엄청 큰 문제가 생긴 셈이었다. 그런데도 그 사실마저 잊을 정도로 이 풍경에 취했다. 이곳은 모든 문제들을 잊게 만드는 특별한 마력이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꿈에서 깨듯 현실로 돌아왔다. 현실은 냉혹했다. 돌아갈 일이 막막했다. 그때 무룬치가 희망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가보니 우리 차를 누군가가 고치고 있었다. 프랑스인 부부를 손님으로 태우고 온 천사(?) 할아버지였다. 믿음직스러운 덩치와 빠른 손놀림을 가지고 있던 할아버지는 결국 우리 차에 새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하지만 5분을 못 넘기고 차는 쿨럭거리며 마지막 숨을 토해내고 다시 멈추었다. 아무리 자동차에 문외한이어도 그때는 알 수 있었다. 우리 차는 이제 가망이 없다는 것을.
마침 각본에 있기라도 한 듯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할아버지가 다시 나타났다. 그때 무룬치의 행동이 달라졌다. 그도 무언가 감이 온 것 같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갑자기 무척 빠르고 눈치 있게 행동했다. 칼을 들고 뒷좌석으로 들어가 안전벨트의 줄을 잘랐다. 그리고 그 줄로 두 차를 묶었다. 안심은 금물. 결국 할아버지 차와 우리 차를 묶은 줄이 다섯 번은 끊어지거나 풀어지고 나서야 사람이 살 것 같은 곳에 도착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할아버지의 커다란 차 뒷좌석을 얻어 타고 우리 차는 뒤에 매단 체 어둠이 모론다바로 들어섰다. 할아버지는 가로등도 없는 마을의 입구에 있는 카센터에 차를 세우고 인적 없는 그곳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시 후 사람들 여럿이 우르르 몰려나오더니 우리 차를 동물원 원숭이 보듯 이리저리 보기 시작했다. 그냥 구경하는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자동차 메이커도 보고 엔진룸도 열어보고 나름 분업화가 잘 되어 있었다. 일단 줄을 풀어 우리 차를 분리하자 다들 운동회 공 굴리기 아니 자동차 굴리기 종목에 출전한 선수처럼 왁자지껄 떠들며 깜깜한 어둠 속으로 차를 밀고 사라졌다.
우리는 다시 할아버지의 차를 타고 이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가 숙소가 어디냐고 물었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전날 만났던 다른 한국 여행객들에게 저녁 예약을 부탁해 놓았던 숙소 이름을 염치없이 이야기했다. 숙소 겸 식당에 도착하고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하기 전에 할아버지는 무룬치를 태우고 어디론가 떠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무룬치는 어디로 가는지, 내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은 게 떠올랐다.
저녁밥 시간은 한참 지났고 미리 시간을 정해 주문해 놓았던 요리는 다 식었다. 모론다바 최고의 요리라는 랍스터는 어디로 들어가는지 무슨 맛있지도 몰랐다. 마음이 급했다. 이제 여행의 시작, 첫 번째 주요 관광지인데 시작부터 꼬여버렸기 때문이었다.
방을 정하고 기사와 차를 예약했던 안타나나리보에 연락을 취했다. 그쪽에서도 무룬치를 통해 연락을 받은 듯했다. 바오밥 거리에서 무룬치가 가지고 있는 선불카드를 한 다섯 장은 쓰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했던 게 생각났다. 선불카드 하나 긁어서 통화하다 보면 끊어지고, 또 긁어서 통화하다 보면 끊어졌었다. 아마도 선불카드의 금액이 무척 적은 듯했다. 그것도 그들에게는 아마 큰 부담인듯했다. 어쨌든 우리를 연결해 주었던 한국 사장님과 통화가 됐고 다른 차를 섭외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이 이렇게 되니 그제야 무리하게 진행했던 일정이 떠올랐다. 오기 힘든 곳에 왔으니 어떻게든 최대한 많은 곳을 가려던 평소와 다른 여행 패턴이 결국은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 같았다. 하루의 여유 시간도 없이 계속 달리기만 하려던 일정을 변경하기로 했다. 예정에 없었던 모론다바에서의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밤 11시가 넘어 연락이 다시 왔다. 새로운 차가 섭외되었고 원래 계획대로 내일 새벽 4시 반에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운전기사가 4시 반에 호텔로 올 거라고 했다. 그 차를 타고 일출의 바오밥 거리를 보고 길을 거슬러 다시 전날 출발지인 안치라베의 숙소로 가면 새로운 기사가 도착해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러니까 여기서의 기사는 안치라베까지만 가는 임시 기사이고 나머지 여행은 그곳의 새로운 기사와 협의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 무룬치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하지만 그때의 나는 무룬치까지 챙길 정신이 없었다.
모론다바에서 하루를 보내려던 계획은 몇 시간 지나지 않다 다시 변경되었다. 나 때문에 밤늦게까지 노력하여 일정을 맞춰줬는데 이곳에서 하루 있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안 나왔다. 결국 잠시 눈을 붙이고 4시에 일어나 짐을 쌌다. 리셉션 직원도 퇴근해서 없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잠든 직원을 깨워 체크아웃을 하고 어두운 숙소 앞으로 나섰다.
정말 칠흑 같은 어둠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불빛 하나 없는 그 어둠 속에서 과연 차가 올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때 저 멀리서 불빛 하나가 이쪽을 향해 오는 게 보였다. 이건 마치 영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 2편의 엔딩에서 하늘로 사라진 박사님과 드로리안을 보며 망연자실해 있는 주인공에게 저 멀리서 편지를 들고 찾아온 우체부를 보는 기분이었다.
레게머리를 한 젊은 친구가 차에서 내려 내 이름을 불렀다. 차에 짐을 실으려는 내게 그는 지금 출발하지 못한다고 했다. 어제 너무 늦게 연락을 받아 기름을 미리 넣어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 안치라베까지 가려면 기름을 채우고 가야 해서 주요소 여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게 마다가스카르였다. 큰 도시를 이동하려면 미리 기름을 가득 채워 놓아야 하는 곳이었다.
결국 9시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그는 돌아갔다. 나는 다시 직원을 깨워 다시 방을 잠시 이용하겠다고 요청하는 진상 여행객이 되었다. 잠이 올리가 없었다. 다시 밖으로 나가 그제야 잠시 몸만 뉘었다가 가는 호텔과 주변을 구경했다. 방 바로 앞에는 수영장도 있었고 그 앞으로는 바다와 강이 함께 있었다.
그때 아주 하얀 티셔츠를 차려입은 무룬치가 호텔 입구에 나타났다. 마치 풀이라도 먹인 듯 빳빳하게 서 있어 보이는 눈부신 하얀 티셔츠로 갈아입은 무룬치를 보는 순간 왠지 내 징크스가 떠올랐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의 기사 겸 가이드도 아주 새하얀 셔츠를 갈아입고 나서 파란만장한 일들이 일어 났었다.) 안 그래도 무룬치와 인사도 못하고 가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다행이었다. 그런데 그는 어젯밤 이후에 진행된 내용을 하나도 모르는 눈치였다. 결국 오늘 아주 피곤한 하루를 보내는 호텔 직원에게 다시 진상 여행객이 되었다. 통역을 부탁했다.
‘새로운 차를 구했고 9시에 출발할 것이다.’
무룬치의 얼굴에 실망감이 잠깐 스쳤다가 지나갔다. 이내 포기한 듯 무룬치가 통역(?)에게 말을 했다. 지금까지 일한 돈을 달라고 했다. 나는 안타나나리보에서 출발할 때 다 지불했다고 했다. 이번에는 그의 얼굴에 실망감이 조금 더 머물다 사라졌다. 새하얀 티셔츠를 입고 축 처진 어깨를 한 무룬치가 호텔을 나섰다. 차마 그의 뒷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무룬치도 이곳이 처음이 분명한데 잘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말이 통하는 자기 나라이니까 어떻게든 갈 수 있을 거라 애써 위안을 삼아 보았다. 함께 데려갈 수도 없는 것이 그의 전재산일 게 뻔한 자동차가 여기 있기 때문이었다.
뜻밖의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새로운 기사가 왔다. 뒷좌석에는 그의 친구가 있었다. 오늘 하루 종일 달려 오후 늦게 안치라베에 도착하면 친구가 다시 밤새 운전을 해서 모론다바로 다시 돌아올 계획이라고 했다. 드디어 문을 연 주요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우고 신나는 그들의 댄스 음악도 차 안에 가득 채우고 안치라베로 출발했다.
마을을 거의 벗어날 즈음 어제 들렸던 정비소가 보였다. 그곳 길가에 고장 난 우리 차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차에 기대고 서 있는 새하얀 옷의 무룬치가 보였다. 조수석에 탄 나를 혹시 그가 알아볼까 슬쩍 고개를 돌리고 지나쳤다. 그때였다. 분명 못 봤을 거라 생각하며 룸미러로 뒤를 보니 차가 지나자마자 그가 갑자기 큰길 한가운데로 달려 나와 우리 차를 향해 손을 세차게 흔들고 있었다.
나를 알아본 거였다. 그리고는 잘 가라고 그 깨끗한 하얀 옷을 입고 도로로 달려 나와 손을 흔들어 준 것이었다. 그냥 ‘잘 가’ 정도가 아닌 그의 진심을 담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힘차고 크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갑자기 가슴에서 무언가 뜨거운 게 솟아올랐다.
마다가스카르를 생각하면 바오밥나무 만큼이나 무룬치와의 강렬했던 이별이 떠오른다. 언젠가 혹시 다시 그곳에 가서 그를 만날 수 있다면 그때의 이별만큼 강렬한 만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