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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er Jung Oct 30. 2019

사하라 사막의 낙타 몰이 아르바이트 - 모로코









'이번 여행은 틀렸어'



사하라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각자의 나라에서 산 넘고 물 넘고 바다를 건넌 다음, 다시 또 꼬박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미니버스의 작은 좌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참아온 (상대적으로 버스 좌석이 더 작게 느껴졌을 대다수의 서양 여행자를 포함한) 20여 명의 투어 메이트들은 아마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거대한 모래의 바다인 사막은 그 자체로도 멋지다. 하지만 험난한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자신을 보러 온 사람들을 위해 뜨거운 태양과 쏟아질 듯한 별들로 화장을 해줘야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화장은 고사하고 비 오는 사막이라니. 이런 예의도 없는 사막아~


'난 속물 소리를 들어도 좋으니 너의 예쁘게 화장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비 오는 사막의 밤은 정말 할 게 없었다. 모두들 저녁을 먹었던 커다란 텐트에 모였다. 숙소의 주인인 베르베르인들은 북을 가지고 와서 그들의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대륙별로 끼리끼리 테이블을 차지하고 않았다.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그리고 아시아. 베르베르인들의 노래가 끝난 후 대륙별, 나라별로 그들의 북을 두드리며 노래잔치가 벌어졌다. 문명의 이기가 하나도 없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였다. 모든 대륙이 끝나고 아시아의 차례가 왔다. 일본 3명, 대만 1명, 싱가포르 1명, 대한민국 1명의 부끄럼쟁이 아시아인들은 아무도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강남스타일이라도 외워 아니 핸드폰에 담아 가는 건데.'라는 후회가 들었다.


갈 길이 바쁜 여행객들은 다음날 올 때보다 더 빠르게 하루 만에 마라케시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어나 짐을 싸고 마을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돌아가는 방법은 이곳으로 올 때와 동일하게 낙타를 타고 한 시간 남짓의 사막 라이딩이다. 몽골 고비사막에서 낙타를 타고나서 굳게 결심해 놓고도 혹시나 하고 이곳에서 다시 타 본 낙타는 역시나 과거의 결정이 옳았음을 알려주었다. 불편하고 힘들었다.


낙타 가이드에게 걸어서 가겠다고 했다. 그는 힘들 거라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출발하고 5분 정도 지나고 나자 후회가 밀려왔다. 정말 힘들었다. 발은 자꾸 모래에 빠지고 춥다고 입은 얇은 오리털 패딩은 왜 이리 또 무겁게 느껴지던지. 그래도 낙타 등에서 균형 잡는 것보단 나을 거라 위안했다. 30분 정도 지나자 이제 적응이 되었다.


낙타들이 다른 길로 가지 않게 전부 줄로 이어 놓고 맨 앞에서 그 줄을 잡고 가던 베르베르인이 내게 갑자기 그 줄을 건넸다. 그는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던 톰소여가 동네 아이들에게 돈 받고 페인트칠을 시키듯 '이거 무척 재밌는 일인데 너한테만 특별히 하게 해 줄게'라는 표정으로 내게 줄을 건넸다. 나는 거부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그 줄을 잡았다.


낙타들은 나란히 바싹 붙어서 사막의 모래 모서리를 걷고 있었고, 그 뒤로 다른 투어팀까지 바싹 붙어 오고 있어서 내가 잠시라도 지체하면 자칫 사막의 대형 추돌사고가 날 것 같아 그 줄을 빨리 잡았다. 그리고 그는 부탁도 안 했는데 내 카메라를 가져가더니 낙타를 끄는 내 모습을 담았다.


혹시 지금 모로코의 사하라에 가면 내 사진이 떠돌아다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사막 낙타 몰이 체험객 모집'이라는 광고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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