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nder Jung May 20.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마다가스카르-바오밥거리


커져 버린 사소한 문제들...


그래요.. 결국 염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요.. 결국 몸으로 다시 겪어봐야 다시 깨닫게 되는 거지요. 문제는 사소할 때 잡아야 한다는 것을요..참 신기해요. 어떤 실수는 단번에 기억하고 다시는 저지르지 않는데, 어떤 실수는 다짐하고 다짐해도 또 저지르고 있는 걸 보면요..그것이 특히 사람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더요.. 돌이켜 보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 두 번이나 있었는데 그리고 그걸 살짝 고민도 했었는데,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은 역시나 '좋길 바라는 건 좋은 게 아니다'로 당연한 결론이 나버렸네요.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던 운전기사 '무룬치'와 시동이 걸리지 않던 자동차는 결국 이번 여행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바오밥 거리를 눈앞에 두고 사소하지 않은 커다란 문제가 되었습니다. 자동차도 자동차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무룬치'에겐 우리가 그의 운전기사 겸 가이드 경력의 첫 손님이었던 거지요. 그나마 내비게이션으로 무장한 내가 오히려 그 나라에 사는 '무룬치'보다 길을 더 잘 찾았으니 문제가 발생 안 하면 이상했던 거지요..


바오밥 거리로 향하기 전의 가장 큰 거점 도시인 안치라베에서 아침 6시에 출발한 우리는 오후 3시~4시 사이에 바오밥 거리 도착 후 여유 있게 그 근처를 둘러보고 석양의 바오밥까지 보고 근처 도시인 모론다바로 가서 랍스터 요리를 푸짐하게 먹을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요. 그런데 아침부터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더니 '무룬치'는 말만 안 통하는 게 아니라 눈치도 아예 안 통하는 거였지요.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이동해서 점심까지 나름 괜찮은 데에서 챙겨 먹고 바오밥 거리를 향해 달려갔지요.

그나마 다행인 건 마다가스카르 여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길 위의 풍경이 너무 멋지다는 것이에요. 그 풍경들이 사소한 문제들을 잊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출발하기 전에 만난 그곳에서 오래 사신 안타나나리보의 한국 방앗간 사장님께서 여행 일정을 들으시고 '긴 여행이 되시겠네요. 차 안에서 오래 있을 텐데 계속 다니면서 기후의 변화, 식물의 변화, 사람의 변화를 잘 보세요. 그것만 잘 느껴도 여행은 성공이에요'라고 하신 말씀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느꼈네요.

달리고 달려 드디어 바오밥 생태계의 지역으로 들어서면 정말 신기하게 바오밥 나무들이 하나둘씩 불쑥 불쑥 보이기 시작해요. 그 광경은 정말 기이해서 우리가 오는 도중 어느 순간 갑자기 공간 이동을 통해서 다른 행성으로 옮겨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 정도에요. 이틀이나 차를 타고 계속 달려왔는데 그동안은 한 번도 볼 수 없었으니 말이에요. 그리고 이국적인 풍경의 절정은 바오밥 거리라는 곳에 가면 느낄 수 있어요.

그 거리는 모론다바라는 서해안 도시의 근처에 있는데, 도시 못 미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야 해요. 그런데 '무룬치'는 그걸 모르는 거였죠. 그나 나나 처음 오는 곳이니까요. 그나마 가이드북과 내비게이션을 수없이 본 내가 좀 나았죠. 그런데 눈치도 없는 '무눈치' 아니 '무룬치'는 고집은 셌어요. 내가 우회전 하자니까 말을 안 듣고 직진을 하네요. 결국 한참을 달리다가 다시 차를 돌려 바오밥 거리로 향했어요.

바오밥 거리는 비포장이에요. 그래서 4륜 구동에 바퀴가 높은 차가 필요하죠. 그런데 우리는 바퀴도 낮은 한국산 봉고차였어요. 아마 한국에 있었으면 폐차되었을 그런 차였어요. 안 그래도 시동도 불안불안하고 시간도 불안불안했는데 결정적으로 기름이 가장 불안불안했어요. 마다가스카르는 도시라고 할 만한 곳이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중간에 기름이 떨어지면 큰일이 나는 곳이에요. 그런데 중간에 길을 헤매면서 기름까지 많이 써버린 것이었지요. 아무튼 불안불안했지만 그 당시에는 바오밥을 본다는 기대감으로 사소한 문제로 치부해 버렸지요.










바오밥 거리는 정말 신기해요. 뜬금없이 불쑥 불쑥 솟아 있던 바오밥 나무들이 점점 많아지며 급기야는 길을 사이에 두고 높다란 바오밥 나무들이 가로수처럼 서 있거든요. 그리고 그 비포장길로 현지인들이 생활을 위해서 왔다 갔다 해요. 마치 촬영을 위해서 특이한 풍경을 만들어 놓은 곳에 현지인 배우들 섭외해 놓은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그 메인 거리는 사실 길지는 않아요. 안으로 계속해서 길이 있고 계속해서 바오밥 나무들이 있기는 하지만 흔히들 말하는 바오밥 메인 거리는 금방 끝나거든요. 그런데도 그곳을 쉽게 떠날 수가 없었어요. 이 광경은 평생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사실 도착하자마자 우리 차는 다시 시동이 안 걸린다는 것을 알았어요.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엄청 큰 문제였지요. 그런데도 그 모든 것을 잊을 정도로 그곳에 취했어요.

그곳은 그 어떤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취할 수밖에 없는 곳이거든요....














매거진의 이전글 지상 최대의 미로 - 모로코 - 페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