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편: 짧고도 긴 6개월

by bright jenny

눈 깜짝할 사이에 6개월이 흘렀다.


엄마가 연결해 준 또래 친구를 따라 교회를 나갔을 때, 낯선 미국 땅에서 한국어 찬송가가 울려 퍼지자 눈물이 핑 돌았다. 그곳에서 한국인 친구들도 사귀고, 한국에서 놀러 온 친언니 같은 S언니랑 여행도 다녔다. 뉴질랜드에서 만났던 스위스 친구가 샌프란시스코까지 놀러와 함께 지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사건·사고도 많았다.

한 번은 요리를 하다 불을 홀라당 낼 뻔해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나는 놀란 나머지 PC 한 대만 달랑 들고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게 사라지고, 오직 컴퓨터만이 내 생명줄 같았다. 집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본 이웃이 한참을 웃었다.

또 한 번은 시카고에 있던 친구를 만나러 3일 연휴를 꼬박 투자해 싼 티켓을 끊었는데, 공항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결국 비행기를 놓쳤고, 내 짐만 시카고로 날아가 버렸다. “짐은 시카고, 나는 샌프란시스코.” 하루 늦게 도착했을 때, 친구가 배꼽 잡고 말했다.

“야, 너 진짜 영화 주인공 같다니까!”


여행길에 과속 위반 딱지도 두 번이나 끊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번, 펜실베니아에서 뉴욕으로 가는 길에서 또 한 번. 경찰이 창문 너머로 무섭게 물었다.

“Do you know how fast you were going?”

나는 얼어붙었다. ‘영어 못하는 척하면 봐줄 거야’라는 친구의 말이 머리를 스쳤지만, 야단 맞는 어린아이처럼 결국 술술 대답하고 말았다. 며칠 후, 고지서는 잔인하게도 집으로 날아왔다.


거기에 또 하나의 고난이 있었다.

국제 면허증만으로는 생활이 너무 불편해 결국 미국 운전면허를 따야 했다. 필기시험은 95점으로 단번에 합격! 하지만 실기시험에서 무려 삼수를 했다. 대학 입시도 이렇게까지 안 봤는데… 두 번째 떨어지고 나서는 집에 와서 엉엉 울었다.

첫 번째 탈락 사유는 황당했다. 시험장에 들어가 도로로 나가는 길에 액셀을 살짝 밟았다는 이유로, 시작 1분 만에 불합격. 두 번째는 좌회전할 때 너무 천천히 돌았다고 탈락. “아니, 너무 빨라도 위험하다더니 이번엔 너무 느리다고?” 억울함에 눈물이 났다. 세 번째 도전 끝에 겨우 붙었을 때는, 합격 도장을 받아든 순간 두 팔을 번쩍 들고 외쳤다. “드디어 끝났다!” 정말 대학 합격보다 기뻤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두 번의 짧은 6개월 주재원 생활을 반복하고 나니, 나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한국에 사는 것도, 미국에 사는 것도 아닌… 정착자가 아닌 떠돌이 같은 기분이야.’

정착의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회사가 그동안 나를 얼마나 믿어주고 키워주었는지 떠올랐다. “나는 회사에 충분히 보답했을까?” 미안한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입사 3년 차, 매너리즘인지, 아니면 진짜 새로운 길에 대한 갈망인지 알 수 없었다.

“외국어를 하나 더 배우고 싶습니다.”

팀장님께는 담담히 퇴사 의사를 밝혔지만, 막상 대표님 앞에서는 죄송한 마음에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떠돌이 같은 삶을 끝내고, 일본으로 향하기로.

작가의 이전글13편 미국에서의 첫 업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