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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두애 Mar 23. 2022

"잊는 게 아니야. 무뎌지는 거야"

영원히 기억할게, 푸구야

펫로스 : 잊을 수 없는 그리움


며칠 전, 지인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21살 노견이라 20살이었던 방구와 19살 푸돌이보다 더 어르신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떠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아내와 저도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어찌나 푸구(푸돌이와 방구) 생각이 나던지... 눈물이 핑 돌기도 했습니다.


그 보호자분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감히 다 상상할 수 없지만 '슬프다'라는 단어로는 다 담지 못할 감정이었을 겁니다. 저와 아내는 어떻게 위로를 줘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 카톡을 남겼습니다.



00님......... 아 얼마나 슬플지 알아서 카톡을 보낼까 말까 연락할까 말까 계속 망설이다가 그래도 슬픔은 나누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카톡 해요.... 이쁜 00이도 강아지별에 소풍 갔네요 마지막까지 얼마나 착하고 이뻤을지 안 봐도 알겠어요..! 가족들 사랑 듬뿍 받고 어느 아이들보다 행복할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는데 먼저 보낸 마음으로 말하면 그렇지도 않네요... 그냥 많이 아꼈던 만큼 슬픈 거라 생각하고 슬픔에 익숙해지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ㅠ... 우리 푸돌이방구한테 000이 잘 부탁한다고 말해놨어요!! 000이 외롭지 않고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놀다가 나중에 만나요!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브런치 글을 다시 써 내려갑니다.

푸돌이와 방구가 우리 곁을 떠나간 지 어언 두 달이 가까워지는 오늘.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들을, 그리고 기억들을 꺼내어봅니다.

(나의 친구들, 나의 반려견들이 무지개별로 소풍 간 날 : 방구 D+57, 푸돌이 D+41, 베리 D+32)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줄 모르겠습니다. 일부러 푸구 생각을 안 하려고 아내와 저는 더 바쁘게, 더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치열함이, 그 분주함이 끝나는 순간. 외로움과 그리움이 순식간에 몰려왔습니다.  


회사를 마치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늘 보이던, 우리를 반겨주던 아이들의 자리가 이제 훵합니다.

미끄럼 방지 패드도, 기저귀도, 아이들이 먹던 약도, 사료도... 모두 그대로인데. 이 아이들만 없습니다.

쓰라린 마음을 차마 다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인데, 왜 너희들만 보이지 않는 거니'

어느 노래 가사처럼. 혼잣말을 되뇌어봅니다.  


남들은 금요일 저녁이면 신이 나고 주말에 놀러 갈 생각에 들뜨지만,

우리 부부는 금요일과 주말 동안 푸구를 돌봐야 했기에 평소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평일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었죠.


그런 저희 부부에게 금요일 저녁과 주말 시간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는 아주 허전하고 난감한 시간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니.. 우리 이제 뭐해...?'


하염없이 집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집에 들어갈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 허전함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누가 보면 참 처량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푸구로 가득 찼던 그 많은 시간을 이제 우리 부부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요.


아내와 저는 웬만하면 서로 푸구 얘기를 꺼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번 생각이 나면, 그리고 사진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감정을 주체하기 어렵거든요.

특히 자기 직전이나 어둠이 짙은 새벽에 이 녀석들을 보면 너무너무 힘듭니다.


아내는 아마 하루도 빠짐없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감정이 툭하고 올라올 때면 더 그렇지요.

사람들 속에 파묻혀있을 때는 잠시 잊고 있던 그 감정들이,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지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크게 다가옵니다.  


아내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려서 눈물을 삼키곤, 아내를 다독여줬습니다.

고작 2년 정도밖에 같이 살지 않았던 저도 이렇게 힘든데,

일평생 이 아이들과 같이 살아온 아내에게는 참 견디기 힘든 시간들일 겁니다.


펫로스를 해결하고 싶어서, 그만 울고 싶어서, 그만 슬퍼하고 싶어서,

여러 글을 찾아보기도 했고 여쭤보기도 했지만 사실 딱히 답이 있진 않더군요.


그러던 중, 누군가가 인터넷에 남긴 글 쪼가리 하나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런 건 잊는 게 아니야. 무뎌지는 거야"


아! 그렇더군요.

이 아이들을 잊을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아니 잊으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이 아이들이 준 선물 같은, 기적 같은 시간들을...

마음 깊이 소중한 보물로 간직하면 되는 거더라고요.


그런 마음으로

다시 이 아이들과 추억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그리움의 눈물이 터져 나오더군요


참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이 아이들이 잘 버텨주었고 잘 이겨내 주었고

우리와 참 많은 사랑을 나눴구나

정말 우리 부부를, 누나를, 엉아를 사랑해줬구나

반려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이 부족한 엉아도 방구와 푸돌이가 참 많이 사랑해줬구나

고맙다 고마워 얘들아 정말 고마워


내가 이 아이들의 보호자인 줄 알았는데,

어쩌면 이 아이들의 저의 보호자였던 걸 수도 있겠습니다.


누군가는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지나가고 나면 다 잊힌다고 하지만.

아니요, 저는 오히려 이 아이들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서 이 글을 씁니다.


참 보고 싶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 나의 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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