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elina Jun 03. 2018

나이 서른에 처음 네일을 해 보니

안물안궁해도 써 보는 시시콜콜 이야기

나에게 네일아트란?


여자들은 참 마음먹으면 할 게 많다. 적어도 스스로를 꾸미는 일에 있어서는. (물론 남성들도 최근 화장품 등 선택지가 늘어가곤 있지만, 아직은 여자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문제는 마음을 안 먹기 시작하면, 남들 한번쯤 해 보는 것 아예 안 하는 일도 허다하다. 여기서 '남들 한번쯤 해 보는 것'의 예를 들면 핫한 화장품사기, 속눈썹 연장, 네일아트 등이 되겠다. 명품백, 성형수술 정도가 아닌 다음에야, 부담없이 할 수 있는 '미용 관리'들이다.


관리에 별 취미가 없는 사람들은 왜 그런걸까? 애초에 미용에 흥미를 덜 가지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귀찮은 것이다'.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사실 미용관리라는 것은 돈을 떠나서 굉장히 부지런해야 한다. 아침잠 5분 더 자는 것보다 고도화된 화장을 기꺼이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선택인지 여성들은 잘 알 것이다. 그래서 한 살 두 살 먹으면서 마스카라, 아이라인.. 등 각자 기준에서 우선순위가 가장 먼 요소부터 포기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렇게 살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것이다.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 이런 것도 한번 안 해봤군..

나의 경우 네일아트가 그러했다. 손톱 그거 해 봐야 오래도 못가고.. 손 막 쓰지도 못하는데.. 그리고 일단 돈도 아깝고 귀찮아... 라는 생각으로 20대를 흘려보낸 뒤, 문득 저 생각이 든 것이다. 정말 더 나이가 들면 하고 싶어도 못할 것 같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위기감이라고 봐야할까? 



일단 가봤지!


어쨌든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즈음,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 직장동료가 있었다. 미루고 미루다 무턱대고 네일샵에 결국 갔다! 내가 느낀 점은 이러하다.


1. 네일샵 직원수 = 방문객여야 한다

우리는 3명이 우루루 갔지만, 직원은 2명이었다. 결국 한명은 무조건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이 무슨 시간낭비인가? 직원 입장에서도, 기다리는 고객이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하느라 여유롭게 시술 해 주지 못했을 것이다.


2. 기본적인 샵에 대한 평판 서칭은 하고 가

평일 저녁 퇴근길 급 방문했다보니, 위치/당일예약 가능여부/가격정보만 대충 보고 갔다. 사실 지금 생각 해 보면, 당일 예약이 될 정도면 엄청 인기있는 샵은 아니었다는 소리다.


3. 어떤 디자인이 있는 지 사전에 보고, 그 중 끌리는 사진 몇 개 골라가자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프렌치든 그라데이션이든 뭐가 뭔지 대충은 보고 갔어야 하는데, 말 그대로 백.지.상태로 가면 나도 곤란하고 직원도 곤란하다. 요즘은 미용실도 그냥 하고 싶은 헤어스타일 사진 가져가는 걸 더 좋아한다. 


4. 왠만하면 주말에 가자

네일은 적어도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일이다(직원과 이야기도 하면서). 평일에 가니 에너지가 별로 없었고, 피곤해서 얼른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별 흥미없던 일을 퇴근 후에 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꽤 되는 일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찌됐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셈으로 도전해 본 네일이었다.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D.. 


생각이 바뀌었다. 망한 첫 네일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마음에 들게 한번만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오기가) 들었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100%선예약 1:1네일샵이면서도, 평판이 어느정도 좋은 곳이었다. 또 SNS에 들어가서 맘에 드는 네일 디자인을 몇 개 골라놓고, 주말에 예약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선 예약이니 기다릴 필요도 없었고, 애초에 1:1이기 때문에 직원 간 실력차이가 있는 것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었다. 또한 주말에 가니 피로도가 적어 "빨랑 해치우고 집가고 싶다"는 생각을 덜 하고, 내 손톱에 좀 더 신경을 써 줄 수 있었다.



네일을 하고 나니?


역시나 장단점이 있다. 단점은 1.옷 입는 것이 은근 신경이 쓰인다. 네일에 매칭되는 톤이나 분위기로 맞춰 입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안 들수가 없다. 2. 머리카락,먼지 집기 힘들다. 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것인데, 문득 거울을 보고 얼굴에 붙은 속눈썹이나 먼지를 발견했을 때, 평소처럼 떼려고 하면 당황스러워진다. 잘 안집히기 때문이다. 젤 네일로 두 세겹 든든히 껴입은 내 손톱 끝은 전보다 예리하지 않다. 은근히 불편하다.



족집게같던 손톱이 무능해졌을 때의 당혹감은 예상치 못했다


장점은 1. 나름 기분전환이 꽤나 된다. 기껏해야 쇼핑하거나 미용실 가는게 전부였다면 네일아트를 통해 기분전환의 선택지를 하나쯤 더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2. 나와 맞는 color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다. 


화장도 마찬가지겠지만, 본인과 맞는 톤이나 색깔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실제 해 보지 않으면, personal  color를 알기 힘들다. 나의 경우, 웜톤이니 당연히 밝은톤(흰색 등)이 안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다른 어두운 색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이 서른에 네일아트 첫 경험은 나름 쏠쏠했다. 어떻게 보면 아주 어릴 때 모든 걸 다 해 보지 않아서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안 해본 게 많은 만큼 색다른 경험이 내게 더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고, 그 경험을 통해 몰랐던 나를 알게되기도 하니까.


그나저나 다음 네일아트는 뭘로 하지..

네일아트는 한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는 슬픈 전설로 마무리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