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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a Jun 10. 2018

나를 투자할 것인가 희생할 것인가

회사에 다니는 이유에 대한 고찰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개인 성향과 사정에 따라 매우 다를 수 있다. 꿈을 위해 다니는 사람, 현실적 돈벌이를 위해 다니는 사람 등. 물론 이유는 단일화될 수 없으며 복합적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다닌다 해서, 먹고 살기 위해 직장을 다니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다니면서 느끼는 바는 2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투자 혹은 희생.


분명히 해야할 것, 이 이야기는 '열심히 그리고 나름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만 해당한다. 그냥 저냥 대충 다니는 사람은 '부실자산'이다. 따라서 본인이 회사에 투자나 희생을 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회사가 자선사업하고 있는 것이니 감사히 다니면 된다.



투자와 희생의 구분

어떤 때 우리는 회사에 투자했다고 느끼고, 혹은 희생했다고 느낄까? 투자란 내가 기여한 것 이상 얻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희생은 내가 기여한 것에 대한 보상이 없고 그대로 소모되는 것을 말할 것이다(여기서의 맥락은 역사적 위인이나 용감한 시민의 '희생'과 같은 고결한 의미를 포함시키지 않는다).


<회사에서의 투자 vs 희생>
투자 = 기여한 것 이상 얻는 것을 기대
희생 = 기여한 것에 대한 보상없이 소모


얻는 것, 즉 보상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돈/명예/평판/인적 인프라/실질적 배움 등등이 있다. 작은 기업일 수록 현실적으로 물질적 보상은 받기 어렵다. 그러니 명예(빠른 승진)나 실질적 배움(주어진 범위 하의 업무만 하지 않으니) 등 비물질적 보상(intagible reward)에 대한 기대가 클 것이다. 물론 대기업에 다닌다 해도, 비물질적 보상을 원할 권리가 있다(오히려 대기업에 가서 비물질적 보상에 대해 항상 목말라하는 경우가 다수다).


어쨌든 기여한 것 이상 뭔가를 얻으면 나(자산)를 투자하여 잉여가치를 창출한 것이므로 회사에 제대로 투자한 게 맞다. 문제는 희생이라고 느낄 때인데, 이는 1.기여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못해서 혹은 2.기여를 정말 했는데 보상이 없어서, 2가지 경우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투자목적이 있어야 한다

기여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내가 가진 자산 중 A를 기여하고 싶은데, B만 쏟고 있을 때 그렇게 느낄 것이다. A(기여하고픈 자산)와 B(원치않는 자산)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바로 '투자목적'이다.


회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투자목적)이 '인적 인프라'라고 치자. 그런 사람이 회사 내/외부의 사람들과 교류가 전혀 없는 직무를 하고 있다면, 아마 즐거운 회사생활을 하기 힘들 것이다. 투자목적에 맞는 기여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여하는 방향 = 투자목적 이면서, 적절한 보상 (o) : 투자로 인식
기여하는 방향 = 투자목적 이면서, 적절한 보상 (x) : 희생으로 인식
기여하는 방향 ≠ 투자목적 : 희생으로 인식


여기서의 시사점은 투자목적을 명확히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 저게 바로 내 이야기야ㅠㅠ" 하고 있을 게 아니다. 문제는 본인이 회사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 해 봤거나,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 지와 본질적으로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 절대 쉬운 답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은 명확히 말할 수 없더라도 생각의 끈을 놓지 말고 계속해서 구체화시켜야 하는 답이다. 투자목적없이 희생이라고만 주장하고 다닌다면 불평불만만 가득한 투덜이 밖에는 못 된다.


투덜이 : "그냥 B업무 싫어, 나 진짜 B업무하기 싫어!"
희생자 : "A를 성취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데, 업무의 압도적 비중인 B는 A성취에 전혀 도움이 안돼"


나는 투덜이일까, 희생자일까?



투자 효율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원치 않는 B업무를 똑같이 하고 있다고 해도, 투덜이가 될 지 희생자가 될 지는 회사가 아닌 개인에게 달렸다. 이는 정말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투덜이는 상사에 면담을 신청하여 무작정 직무를 바꿔달라고 하거나, 전배를 하거나, 이직을 할 것이다.


반면, 희생자는 B업무가 A성취에 정말 도움이 안되는 지 분석 해 보고, A성취에 도움되는 C업무를 보다 많이 할 수 있는 효율화 방안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그런 뒤에도 답이 안 나오면 물론 투덜이와 같은 Step을 밟아가겠지만, 하다못해 상사와 면담을 하더라도 훨씬 건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처럼 보일 것이다(정말 깊이 고민한 뒤 말한다는 느낌을 주고, 거기다 논리까지 겸비한다면 상사도 고민하는 척은 할 것이다).



최소한의 기간

개인적으로는 일 열심히 하는 투덜이에서 희생자로 입장 전환만 해도 엄청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이후의 문제는 시간이다. 사실 면담이든 고민이든 뭘 해도 결론이 "잘 모르겠다"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당장 B업무는 싫지만 이 회사 자체에 다니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할 수도 있고, 상사가 옮겨줄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투자목적에 대한 구체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더라도 다니긴 해야된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고, 이직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려도 현실적으로 이직이 안되고 있는 여건일 수 있다.


잘 모르겠어도 언제까지 마냥 모르는 채로 살 수는 없으니, 판단 기준을 세우되 그 기준은 '시간'으로 세워보자. 그 시간이 지나도 모르겠으면 그건 그냥 아닌 거다. 그것도 아니면 본인이 그렇게나 고민 후에 내린 유예기간 동안에도 전과 비슷한 태도로 지내면서 '엣지있게' 업무를 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 아직도 판단이 헷갈리는 것이다.


개인 차가 있겠지만 길어야 1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냥 저냥 참는 1년이 아니라, 투자목적과 희생치를 인식하여 스스로를 개선하고 또 회사 측에서 개선 해 주기를 바라는 1년이다. 1년 뒤에도 어떠한 변화도 없거나 보완된 수준이 기대치보다 낮다면 그 또한 '아닌거다'.




자신있게 본인이 투자자임을 자랑할 수 있는 직장인은 드물 것이다. 투자자산(나)과 투자처(회사) 모두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아니지만 일은 열심히&잘 한다고 자부한다면, 당신은 투덜이 아니면 희생자일 것이다. 투덜이를 벗어나 희생자부터 되자. 스마트한 희생자가 되는 것이 결국 제대로 된 투자자가 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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