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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a May 27. 2018

행운이라는 것에 대해

아주 작은 변수, 습관적인 삶에서 설렘있는 삶으로

최근 나는 스스로 '행운'이라 말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2가지 있었다. 사실 남이 들으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마치 재밌거나 웃긴 이야기를 남들에게 신나서 이야기 해줬는데, 막상 상대방은 "아~ 그랬어?" 정도의 감흥없는 반응을 보면 내심 기대했던 어깨가 축 쳐지는 느낌이 들 듯이. 실제로 나 스스로도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기쁜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어쨌든 기쁜건 좋은 거니까. 그렇다면 어째서 내가 평소보다 큰 기쁨을 느낀 것인지, 또 향후에도 유사한 좋은 기운을 느끼기 위해 어떻게 살면 좋을 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무슨 일이 있었나?


1. 아이스크림 메이커 당첨
2. 인형뽑기 1천원 한 판에 2개 뽑힘


첫번째로는, 회사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그날의 메뉴는 샐러드로 결정되어, 근처 가게를 가서 샐러드를 사러갔다. 그런데 그날 따라 샐러드 외에 좀 뭔가 다른 걸 먹고 싶었다. 팀원들의 샐러드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한참을 서성대다, 결국 바나나 하나와 밤스낵을 사왔다. 바나나는 새로 런칭한 상품이었는지, 당첨쿠폰이 함께 들어있었고 별 기대없이 긁어서 응모 해 보았다. 이게 왠걸? 당첨이 된 것이다. 로또도 한번 안 되어 본 나에게(복권에 흥미가 없어 사본 적도 거의 없다) 5만원 상당의 아이스크림메이커가 생겼다.



기쁨에 겨워 기념으로 남겨둔 사진(광고아님)



다음 행운은 인형뽑기였다. 게임에 별 흥미가 없었지만 함께 있던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해 본 인형뽑기. 요즘 인형뽑기는 심지어 한 판에 1천원짜리였다. (너무 돈이 아까웠다.) 그런데 결과는 첫 판에 대형 인형 1개도 아니고 2개가 딸려나왔다. 1천원에 2개 인형을 득!템!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그렇다. 이런걸 개이득이라고 하는 구나.


득템한 홍학 2마리. 더 맛있었던 연어와 육사시미



어쩌다 이런 일이?


1. 평소에 하지 않은 패턴대로 했다
2. 별 생각(기대감)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사건을 순차적으로 돌아볼 때다. 어쩌다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게 된 거였지? 한마디로 정리하면, '평소에 하지 않던 짓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점심메뉴가 맘에 딱히 안든다고 굳이 혼자 다른 걸 먹으려고 하지는 않아왔다. 인형뽑기는 나서서 먼저 하려고 해 본적도 없고, 절대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돈낭비라는 생각만 컸다. 즉, 어떠한 기대없이 단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해 본 결과들이었다.



색다른 경험, 내게 의미하는 것?


글 서두에 언급했듯, 이번 글은 꽤나 사적인 일이다보니 남들에게는 별 감흥이 없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좋은 감흥의 정도가 평소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정도의 기쁜 일이 있을 때보다 (내가 봐도) 감정의 리액션이 크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경품에 당첨됐거나, 인형이 뽑힌 것은 분명히 '행운'의 범주 안에 든다. 이러한 물질적 행운이 있었기 때문에 기쁨을 느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일까? 경품에 당첨되지 않고, 인형이 뽑히지 않았다면 내가 받은 감흥을 1도 느끼지 못했을까? 


곰곰히 생각 해 보면, 아니다. 나는 바나나를 살 때, 경품 응모권이 들어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응모권을 발견하고 팀원들과 기대감에 가득차서 긁어보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경품 당첨이 되지 않았더라도, 아마 평소 점심시간보다는 소소하지만 즐거운 에피소드로 기억됐을 것이다.


결국 내가 좋은 감흥을 받았던 본질적 이유는 단순히 경품에 당첨됐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함으로써 우연히 경품응모권을 발견한 사건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인형뽑기에서 실패하고 몇 판을 더 하고 고스란히 돈을 날렸더라도, 아마 그 에피소드로 10분은 즐겁게 이야기 했을 것이다. 식당 바로 옆에 인형뽑기 가게가 있었으니,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는 오기가 생겨 다시 한번 도전 해 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형뽑기에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인형뽑기라는 게임을 했다는 것 자체가 내 삶에 없던 색깔의 활력이 칠해진 셈이다.



그래서 어떻게 살면 좋을까?


그냥 먹던거 먹었거나, 인형뽑기 같은 건 돈낭비라 생각하여 평소처럼 아예 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에피소드들이다. 즉, 나의 루틴에서 벗어나니 만나게 된 일종의 '자극'이다. 루틴에서 벗어나는 삶은 어떤 의미일까? 습관적인 삶에서 설렘있는 삶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설렘을 느끼는 전제는 행운이 꼭 발생할 것이라 믿기 때문은 아니다. 이성적으로는 99% 당첨되지 않으리란 것을 알면서도 복권을 사면 괜히 설레는 기운을 가지게 된다. 소개팅은 잘 안될 것을 알면서도, 실제 만나기 전 몇 일은 풋풋한 설렘이 삶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요즘 인기가 많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과는 또 다른 이야기다.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확실하지 않기에 설렘이 있다. 확실히 얻을 수 있는 것은 행운이 아니라 설렘일 것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불확실하지만 의외의 행운: 불의행


그렇다면, 설렘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하면 될까? 아주 작은 변수를 만들기.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하는 것 자체가 변수가 된다. 항상 가던 길 말고 전혀 다른 길로 걸어가보기, 단 한번도 안 먹어본 음식 먹어보기, 갑자기 걸그룹 댄스를 따라 춰보기 등등.


물론 변수 시행 후, 평소보다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변수의 규모가 너무 크면 안된다. 어디까지나 '아주 작은 변수'를 시도해야 한다. (가던 길 말고 딴 길 가본다 해서 막다른 길 만나는 정도 외에 더 큰 임팩트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결국 '아주 작은 변수'를 만들 때에 잃는 것은 거의 없다. 안 좋은 결과여도 그닥 큰 좌절을 주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평타만 쳐도 "어? 이렇게 해도 괜찮은 거였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묘한 자신감 혹은 좋은 기운을 줄 확률이 높다. 그러다 인형 하나 뽑히거나 경품 당첨되는 행운을 만나면? 아주 작은 변수에서 조금 덜 작은 변수로 키워나갈 배짱이 생길 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 삶은 좀 더 흥미로워져도 괜찮으니까. 

습관적인 삶보다 설렘있는 삶이 더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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