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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a Mar 11. 2018

창조적 파괴, 파괴적 혁신이 전부가 아닌 이유

시장 경쟁이 아닌 시장 창출로

우리는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경쟁자를 이길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고심한다. 하지만 과연 그게 최선일까? 경쟁을 하지 않고 시장을 만들어나갈 수는 없을까.


김위찬,르네 마보안 공동 저자, 흥미로운 책이다


BLUE OCEAN SHIFT (블루오션 시프트)란 책에 따르면, 경쟁을 벗어나 비즈니스를 번영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시장창출, 우리가 쉽게 말하는 블루오션이라는 개념부터 명확하게 이해 해 보자.

 


1. 시장창출이란(Blue Ocean Shift)?


일반적으로 기업은 차별화와 저비용을 Target 고객에 맞게 적당히 배합한다. 차별화되는 상품/서비스일 수록 고객 측의 가치는 향상되나, 그만큼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직은 차별화와 저비용 모두를 동시에 전달할 수는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마이클포터의 생산성 경계(Productivity Frontier)


생산하기 쉬운 일반 계란(A2점)은 차별화되는 가치는 낮지만, 동물복지 계란(A1)은 상대적 생산비용이 비싸도 구매자 가치는 높다. 마이클포터의 생산성 경계 그래프의 파란선은 활용가능한 모든 모범사례의 지점들을 연결시킨 것이다. 따라서, 해당 경계 내부에 존재하는 기업은 생산성경계에 있는 경쟁자에 의해 밀려난다.


여기서, 기존 경계선(파란선)을 벗어나는 전략이 바로 Blue Ocean Shift다. 비용을 줄이면서도 구매자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지점(B)으로 가는 순간, 시장 자체를 창출(주황선)하게 된다. 

 


2. 시장 창출 방법


물론 시장을 창출하는 과정에 '경쟁'자체가 없을 수는 없다. 경쟁자를 없애고 시장을 만들거나, 경쟁하지 않았어도 결과적으로 경쟁 제품을 대체하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Blue Ocean Shift 책에 따르면, 시장을 창출하는 방식은 2가지(세분화하면 3가지)로 나뉜다. 해당 개념들은 서로 섞어 쓰는 경우가 많아 혼동되기 쉬우므로 알아두는 게 좋다.


발췌 : 책『Blue Ocean Shift』 p.75


1) 창조적 파괴 & 파괴적 혁신 = 파괴적 창출(distruptive creation)


두 개념은 다소 다르지만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경쟁 제품/서비스를 대체한다는 것이다. 대체하지 않으면 파괴적 창출이 아니다. 디지털사진 기술이 출시되어 기존 필름 산업을 대체한 경우가 창조적 파괴이며, 반대로 기능을 배제한 상대적으로 열등한 기술이 시장선도자를 대체하는 것이 파괴적 혁신이다. 위에서 혜성처럼 등장하든, 아래서부터 트로이목마처럼 등장하든 기존 기업과 시장이 대체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코닥은 가장 먼저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개발했지만 시장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했다


2) 비파괴적 창출


반면 비파괴적 창출은 해당 산업이 등장한다고 해서 무언가를 대체하지 않는다. 휴대전화 벨소리 산업이 등장 후 파괴된 경쟁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는가? 따분함과 단조로움이 파괴되었고, 오히려 음악이나 소리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음악가, 음원산업 등 연계산업에도 매출 및 일자리를 확대했으니 사회에도 비파괴적이다.


물론 파괴적 창출과 비파괴적 창출이 동시에 발현되면서 시장 창출이 되는 경우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영혼의 히트상품 '쿠션'은 기존 선크림,파운데이션 상품을 대체했지만, 동시에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 고객까지 흡수했다. 쿠션상품의 획기적인 간편성으로 인해, 화장 못하는(안하는) 고객도 구매를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경쟁사는 고객으로 여기지 않았던 비고객을 고객화 했다는 점에서 비파괴적 시장창출이라 볼 수 있다.


2015년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매출은 4년만에 8천억을 넘어 25배 성장했다


결국, 위 사례들은 파괴적 창출 뿐 아니라 비파괴적 창출도 우리의 전략적 사고틀에 포함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두 창출 방식은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에, 파괴적 창출에만 집중하는 것은 불완전하다. 시장참여자가 스스로 시장의 잠재적인 크기와 가능성을 제한시키기 때문이다. 



3. 블루오션 전략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쯤되면, "저는 스티브잡스가 아닌데요?",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블루오션을 갈 수 있다는거지?" 라는 다소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올 때다. 


블루오션 전략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5가지를 알아보고,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3가지 핵심질문을 정리 해 봤다. (물론 이걸 한다고 당장 마크 주커버그가 되지 않는다. 다만 눈 앞의 별만 보지 말고, 그를 감싸는 우주를 둘러보는 여유만이라도 갖자.)


1) 업계 조건을 고정값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 삼성역의 명소가 된 '별마당 도서관'은 기존 도서관 산업의 암묵적인 조건들을 깼다. 도서관은 조용할 수록, 소장 책 수가 많을 수록, 좌석 수가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별마당 도서관은 코엑스 쇼핑몰 한복판에 위치하여 소란스럽다.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안 된다. 그래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잡지류의 비중을 늘렸다. 


책과 좌석 수도 도서관의 규모에 비해 훨씬 적게 만들었다. 대신, 화려한 조형물과 디자인으로 채웠고, 주1회 이상 강연 및 행사를 통해 도서관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도서관에 대한 기본 조건을 깨지 않았다면 그 장소에 도서관이 만들어지긴 힘들었을 것이다.


핵심질문 1. 당신의 사업/기업이 몸담고 있는 시장의 암묵적 가정들에 어떤 식으로 이의를 제기하는가?


별마당 도서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SNS 등에 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2) 경쟁자를 이기려고 하지 않고,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소규모 가전제품 회사는 언제나 저가경쟁에 시달린다. 감자튀김조리기 제조사인 세브(Group SEB)는 더 싼 가격, 크기 등에 집착하여 경쟁사와 다투는 것을 멈췄다. 


최고의 감자튀김기를 만드는 것이 아닌, 튀기지 않고도 맛있는 감자튀김이 되는 기술에 집중하여 '액티프라이(ActiFry)'를 만들어낸다. 기존 제품은 2.5리터의 식용유가 들어가지만, 이 조리기는 한 스푼이면 되었다. 경쟁자의 전략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였기 때문에 기존 경쟁방식 자체가 무의미 해진 것이다.


SEB그룹의 Tefal은 액티프라이로 큰 성공을 거둔다


3) 기존 고객을 얻기보다, 비고객을 확보하는데도 집중 해 보자 


물론 몸담고 있는 산업자체가 성장일로에 있다면 기존 고객 확보에 힘쓰기에도 바쁠 것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산업으로 옮기기라도 할 것인가? 어렵다고 한다면 우리의 '비고객'을 돌아보자. 화장을 안하던 사람을 화장품 산업에 들어오게 만들고, 기름기가 많아 아예 먹지 않던 고객이 감자튀김 조리기를 사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


핵심질문 2. 당신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비고객의 오션을 어떤 식으로 인식하는가?


4) 차별화와 저비용을 동시에 추구한다


말레이시아 공통체 갱생 프로그램(CRP;Community Rehabilitation Program) 센터가 대표적 예이다. 급증하는 재소자에 비해 부족한 교도소 시설, 증가하기만 하는 재범률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교도소를 더 많이 짓고 보안 환경을 확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큰 효과가 없었을 뿐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이에 선택된 장소는 말레이시아 유휴 군사지역이었다. 군사지역이었기에 보안시설이 잘 되어있어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았다. 또한 외부지역과 떨어져있으면서도 넓은 공간을 활용하여 자유롭게 농/수산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재소자의 가족들은 벽을 두고 잠시 면회를 하는 방식이 아닌, 그 근처에 숙박시설을 지어 머물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는? 85% 저렴한 건설비, 58% 감소된 운영비에 무엇보다도 재범률이 90% 감소했다. 범죄자는 교도소에 수감되어야 한다는 가정을 버리고 인식전환을 한 것이 가장 훌륭한 점이다. 그러나 교도소의 기본 조건(보안시설 등)을 생각하고 이에 맞는 공간을 저비용으로 찾아낸 능력 또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핵심질문 3. 당신은 저비용으로도 차별성을 지닌 상품을 어떻게 만들어서 제공하는가?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또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블루오션에 대한 회의감, 두려움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조직 내 경영진은 항상 변화하라 요구한다. 그러나 인간은 본래 변화를 두려워할 수 밖에 없다. 블루오션을 향해 가는 방향에 대한 회의감, 두려움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나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직원과 동료의 두려움을 덜어주고 자신감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조직 내 모두가 블루오션 시프터, 혁신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랫동안 쌓인 기질적인 성향이나 습관이 이와 매우 다르다면, 맞춰나가는 것 자체가 큰 고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블루오션이 필요해, 혁신이 필요한데, 우린 안될거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방향으로 생각 해 봤어? 시도 해 봤어?" 라는 물음을 던져주고자 한다. 작게는 막연한 매너리즘을 벗어날 수 있는 자극제, 크게는 사고의 패러다임을 확장시킬 열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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