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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등어 Nov 28. 2016

연어 스테이크

#생존요리 #포스트 아이슬란드



마트에서 만난

연어와 고등어


 연어와 고등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다. 연어는 그냥 먹기에는 느끼하기에 초밥으로, 혹은 생연어에 와사비(고추 냉이라는 표현이 알맞은 것이려나)를 발라 먹는 것을 좋아하고, 기름이 많은 생선인 만큼 구워먹는 것도 좋아한다. 고등어는 회로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고등어회는 귀한신 몸이므로 먹어본 기억이 한 번 날까말까할 정도. 대신, 대충 굽기만 해도 맛있고, 푸른살의 부들부들한 식감이 좋고, 꽤 싸기까지 하니 과연 베스트 식탁 방문러.

  네덜란드 마트에 가면 큰 덩어리로 파는 생선으로는 대구와 연어를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가격은 일반 돼지고기보다 약간 더 비싼 편이지만, 색다른 단백질을 섭취하고플 땐 한 번쯤 질러볼 만하다.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뒤 왠지 연어를 먹어줘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4유로짜리 연어 한 덩이를 집어들었다. 연어 생각에 오랜만에 들렀던 어류 코너를 좀 둘러보았는데 마침 눈에 손질된 고등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가격은 3.1유로. 연어가 쓸쓸해보이니 친구가 필요할 것 같아 집어든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내 냉장고로 놀러온 연어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볼까 한다. 고등어는 다음에.


약간의 시간 투자, 알찬 맛

연어 스테이크


초반 준비물


  왼쪽에 주황빛 오로라 자태 뽐내며 계신 분이 연어님. 보통 무게에 비례해서 가격을 매기는데 행사중이라 4유로 고정해서 팔고 있다. 머리에서 배로 넘어가는 부분인지, 꼬리에 가까운 몸통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테이크로는 두툼한 것이 좋을 것 같아 골랐다. 물론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기도 했고.

  손질된 연어지만 연어 옆면을 잘 만져보면 단단한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가장 두품한 부분의 껍질 쪽에 보통 있는데 가시이므로 손으로 당겨서 꼭 제거. 먹다가 다칠 수 있다.


껍질도 단단하고 색깔도 좋은 것이 생각보다 싱싱하다

  연어는 바로 구우면 맛이 없다. 밍밍하기도 하고 구울 때 으스러져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종의 재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진 오른쪽에 있는 투명한 액체는, 소금물이다. 한 사발 물을 채우고 소금 1.5큰술을 넣어주었고 저 속에 연어 잠수.

  2시간 정도 목욕시켜주는 것이 좋지만 나는 시간이 없는 관계로 한 30분 정도만 재웠다. 사실 2시간이면 뭘 하기에도 약간은 애매한 시간이기에, 재워놓고 수업을 다녀오거나 영화를 보고 한 3시간 있다가 꺼내도 상관 없을 것 같다. 나처럼 샤워나 빨래를 해놓고 30~40분 뒤에 꺼내도 맛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 생선이 딱 두시간 타이머 맞춰놓고 짠하고 변하지는 않으니까 걱정 말고 할 일 하자.


마늘향 섞인 버섯볶음.. 왠지 이 정도면 연어랑 적당히 어울릴 것 같다.


  생선을 물에 넣어놓고 밥을 올렸다. 재워지기를 기다리다가 생선 꺼내기 10분 전부터 같이 먹을 것들을 준비한다.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잘게 썬 마늘과 버섯을 볶았다. 연어는 단 맛이 나는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다 하니 양파는 사용하지 않은 저 상태에서 소금과 후추만 뿌리고 끝.

  이제 연어를 꺼내보자.



  빛깔에는 크게 변화가 없지만 기분탓인지 뭔가 좀 단단해진 느낌이다. 행여나 부엌 더럽힐까 조심조심하며 껍질쪽에 밀가루를 뿌려주었다. 저렇게 하면 색깔이 좀 더 먹음직스럽게 나온다길래 희망을 갖고 밀가루를 부드럽게 펼쳐준다. 밀가루 특유의 폭신한 촉감과 연어의 빛깔에 기대감이 상승한다. 넉넉히 기름을 두른 팬에 밀가루를 바른 껍질면이 팬에 닿을 때를 상상하며...! 두근두근


온도가 너무 낮았다...

  망할 열판... 열이 너무 약한 열판 탓에 낮은 온도의 기름에 밀가루가 닿아버렸다. 눅눅해지겠군.. 이라 생각하며 껍질면 4분, 뒤집어서 3분 정도 굽는 것으로 생각하고 기다린다. 연어는 꽤 두꺼운 편이므로 적당한 불에서 속까지 인내심을 갖고 익혀줘야 한다.

  시간이 지나니 열이 너무 강해졌는지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약간 탄내가 나는게 불안하여 아랫면을 잠시 보니 으아, 껍질이 조금 타버렸다. 하는 수 없이 일단 생선을 뒤집어 반대편을 익혀준다. 아랫면이 노릇해지면 옆면도 골고루.

옆면도 굽기

  아무튼 이 연어.. 껍질이 타는 것 같아 열을 내리고 반대편을 익히니 이젠 열이 부족해서 안 익는다 하하.. 인내심을 가시고 천천히 익혀본다. 천천히 한 음식이 더 맛있다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며 정신승리 시도.


  대부분 기숙사들에는 화재 위험을 낮추기 위해 보통 전기 열판이 구비되어있는데 문제는 전기 열판으로 요리를 하면 온도가 변하는 속도가 너무 굼뜨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스불에 요리할 때와는 달리 몇몇 응급처치법을 숙지하고 있으면 좋다.
  너무 뜨거울 경우 열을 식히려면 아예 팬을 들어버리고 잔열로 요리하다가 열이 부족할 때만 열판을 찾아가 기를 받아오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온도가 들쑥날쑥이라 매우 다이나믹한 요리를(맛도 다이나믹할 수도) 하게 되겠지만, 태우는 것보단 낫다.
  반대로 열이 부족한 경우.. 이미 요리를 진행했다면 망할 확률이 꽤 높아지는데 이는 열을 받기까지 시간이 엄청 걸리기 때문.. 열 받는 동안 음식은 불던지 마르던지 두 수난 중 하나를 겪게 되어있다. 물에 불어나거나 마르는 음식만 아니라면 조금 기다렸다가 진행하는 것이 좋다.


  10분 정도 연어와 씨름을 하고 있을 때였을까,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밥솥이 제 역할을 다했음을 알려왔다. 그래, 이 정도 익혔으면 됐겠지. 연어를 그릇에 옮긴다.


버섯볶음은 연어 아래에 있다


  어디서 본 건 많기에, 그릇에 마늘버섯볶음을 깔고 그 위에 연어를 올렸다. 생선이니 바질이 어울릴 것 같아 바질도 살짝. 그 옆에 주요리가 망해도 포만감만큼은 보장해주는 든든한 밥을 올린다.


끝.





  가장 두툼한 부위가 살짝 덜 있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으로 맛이 좋다. 조금 탄 것 같아 걱정했던 껍질은 의외로 바삭한 데다가 소금물에 담가 놓아 약간의 간도 배어 있어 감자튀김 마냥 맛있다. 생선의 진미는 머리와 껍질이라던데,  껍질을 살려 다행이다. 

  고소하면서 기름진 연어와 버섯볶음의 짭잘한 맛은 꽤 어울렸다. 무엇보다 생선의 육즙이 버섯볶음을 거쳐 접시에 퍼지며 고루고루 올라오는 연어와 버섯볶음의 향이 밥 먹을 때의 심심함을 잘 잡아준다.


뚝딱


  소금물에 담가놓는 시간이 조금 걸릴 뿐, 생선을 굽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걸리거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아 꽤 간단한 편에 속한다 할 수 있겠다. 또, 밥과 같은 탄수화물이 받쳐준다면 음식과 밥의 균형이 맞춰지면서도 양이 보장된다. 기름진 생선이 떠오르거든 연어 덩이를 하나 사서 한 번 드셔보시길!


2016.11.18. 방 부엌
연어 냄새를 빼기 위해 환기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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