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코를 곤다고 했다. 그럴 리가 없어. 코는 남편이 고는 거지 내가? 내가 코를 곤다고? 그럴 리가!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잘못 들은 거라고 박박 우겼다.
"너 코 골더라." 친정 엄마가 그런다. "내가? 나? 에이 참, 왜 그래. 안 골아." 엄마한테도 우겼다.
"엄마 진짜 코 골아." 음... 나랑 맨날 같이 자는 딸이 그런다. 으응?? 세 명째다. 그래도 인정할 수 없다. "아니야, 나 코 안 골아. 아니라고." 그런데 딸이 나를 흉내 낸다. "엄마 이렇게 한다니까? 내가 그래서 깼다니까? 드르렁!"
살이 찌면 코를 곤다고 하지 않는가? 나의 몸무게는 항상 그대로다. 55킬로에서 플러스마이너스 1로 왔다 갔다 하는 정도이다. 마이너스 2, 3이 되면 내 몸이 아픈 상태다. 마이너스 4가 되면 심각하게 아픈 경우다. 여전히 내 몸무게는 55로 정상이다. 살이 별스럽게 찐 것도 아니니 코가 골 이유가 없다고 박박 우기는 걸로 안되서 배락배락 소리를 높였다. "나이가 들면 근육도 탄력이 사라지잖아. 당신 나이도 이제 40이 넘었잖아." 과학하는 남편은 덤덤하게 사실로만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이미 박박 텐션이 올라간 나는 팩트고 뭐고 안 들린다.
피곤하면 코를 골 수도 있다지? 그렇지, 내가 여태 애들 키우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지, 새벽에 애들 일어나면 나만 다 일어났다지, 남편은 코 골면서 잘만 잤다지! 자, 간다!
"내가 코를 골 리가 없어. 나는 코를 안 고는 사람이야. 그런데 만에 하나, 내가 혹시라도 코를 곤다면, 피곤해서야. 10년간 잠을 제대로 못 잔 거 때문이라고. 애들 젖 먹일 때도, 분유 먹일 때도, 기저귀 갈 때도, 쉬 마렵다고 새벽 세 시에 일어날 때도 내가 먼저 듣고 내가 일어났다고. 자다 깨다 하는 거 얼마나 힘든지 알아? 잠이 뭐야? 내가 자고 싶을 때 내 맘대로 푹, 잘 자고 싶다고!!!!!"
앗.... 인정해버렸다. 만에 하나라고 했지만 인정한 거나 마찬가지다. 우기다가 내지르다가 힘이 빠지니 갑자기 매우 의기소침해지면서 창피하다. 이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하지? 남편은 그냥 딴 데 보고 있고, 애들은 키득키특 하며 "엄마 코 곤다니까! 엄마! 엄마?!" 잠깐 밖에 나갔다 올까? 다른 말로 얼른 이야기를 돌려야 될 것 같은데 무슨 말을 갑자기 하지? 코를 고나보다. 나이가 들어서 근육에 힘이 빠졌나 보다. 팔 근육이야 운동하면 키워진다지만 콧 속 근육은 뭘로 채우지? 에라 모르겠다. 그냥 골자. 나만 안 들리고 나만 잘 자면 되지 뭐? 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