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꿈을 꾼다. 꿈을 간간히 꾸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훨씬 자주 꾼다. 밤이 되면 엄청나게 졸리고 새벽엔 꿈을 꾼다. 다 글쓰는 것 때문이다! 특히 아침에 눈뜨자마자 쓰는 글 때문이다!!! 눈을 뜨자마자 써야하니 어떤 이야기가 필요하고, 내 머리는 일종의 생존전략으로 덜 힘들기 위해서 꿈을 꾼다. 주인아 일어나면 꿈 이야기라도 써. 얼마나 힘드니. 허연 화면 보고 있기 민망하지? 니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 내가 너 눈 뜨기 전에 일 좀 했어. 그거 써.
써보자. 오늘은 또 무슨 꿈을 꿨냐면,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어느 대학교를 돌아보고 있었던 것 같고, 사람이 아무튼간 엄청나게 많았다. 캠퍼스 투어하는 날인가? 칼텍 캠퍼스 투어하던 학생들이 생각난다. 대략 20명씩 한 그룹으로 칼텍 학생과 캠퍼스 돌던 똘망똘망한 눈빛들. 나는 어떤 친한 사람이랑 같이 둘러봤는데, 누군지는 모르겠다. 키가 큰 남자였는데 남편은 아니다 ㅋㅋㅋ 나한테 그사람이 뭘 물어봤는데,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사람 많은 곳을 일부러 피해다니는 나는 약간 쇼크가 온 듯 귀가 안들렸다. 그런데 그 느낌이 너무 생생했다. 아 귀가 안 들리면 이런 느낌이구나. "잠깐만 나 귀가 안들려." 기다려달라고 하고 한참 그 사람 옆에 서 있었다. 다행히도 소리가 점점 돌아왔다.
요즘 소설 <Wonder>를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고, 최근에 어기가 보청기를 끼는 장면이 나왔었다. 물 속에서 듣던 소리였는데 이제는 말끔하게 들린다고 했다. 보청기 끼기 싫어서 안 들린다는 말을 참았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안 들리고 귀가 조용해졌다고 하며 웃었다. 나의 뇌가 어기와 나의 공통점을 찾아주면서 이야기를 만들었나보다. 챗지피티, 제미나이가 내 머릿속에서 일하고 있는 느낌이다.
학생 식당에 갔다. 여기도 북적북적. 밥을 꼭 먹어야 할까, 나는 그냥 나가도 되겠는데. 나의 또 다른 일행이 있었나보다. 일행이 있는 자리로 가서 앉아야 하는 분위기다. 어?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영국 사람이 앉아있다. 어? 너 여기 어쩐 일이야? 헤이 아줌마! 여전하군. 그래 이제 아줌마 중에 상 아줌마지. 아줌마 맛 좀 볼래 어? 밥 먹는 사람 앞에다 두고 마구 버럭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참는다. 영국 사람 젠틀맨이라지만 어디나 예외는 있다. 거의 한국사람 다되었으니 영국 사람이라고 하기에도 뭣하다. 하지만 허연 피부에 누런 머리, 어딜가나 눈에 띄는 영국 사람이다. 하얀 피부에 금발머리라고 하면 백마탄 왕자느낌이니 그렇게 말할 순 없다. 아줌마라고 한 것에 대한 복수!
나는 식판을 안 들고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는 것조차 싫었으니 안 먹고 잠시 사람들을 보려고 간 모양이다. 잠시 후에 보니 영국 사람이 저 쪽 왼쪽 빈 식탁으로 갔다. 나보고 자기 자리에 앉으라고 손으로 말했다. 젠틀맨이 되어 자리를 양보하는데 그러고나서 자기는 혼자 앉아 먹고 있다. 내가 또 의리가 있지, 그냥 너를 혼밥하게 둘 순 없어! 싫지만 사람들 사이로 줄을 서서 갔다. 그 사이 사람들이 통로를 가득 채워서 내 발이 움직일 수가 없다. 식탁 왼쪽 통로가 조금 비었길래 거기로 돌아서 가서 영국 사람 앞에 앉으려는데 어느새 내 자리 양 옆으로 사람들이 앉아있다.
왼쪽엔 여자, 오른쪽엔 남자. 그리고 내 자리엔 밥, 반찬, 국이 가득 담긴 식판이 있다. 밥하기 싫은 나를 위해 나의 뇌는 밥도 차려줬네 고마워! 계란 말이가 조그만게 하나 있었다. 내가 앉기도 전에 내 옆에 남자가 갑자기 그걸 가져가려고 젓가락을 내 식판으로 향했다. "내꺼예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차려진 밥을 뺏길 순 없다!!! 배에 힘을 빡 주고 내질렀다. 젓가락이 눈 앞에서 스윽 다시 오른쪽으로 갔다. 이번엔 왼쪽 여자가 나한테 영어가 아닌 어떤 외국어 단어를 말하면서 그 말을 아냐고 물었다. "네? 안 들려요. 제 귀에 가까이 대고 말해봐요." 주변이 시끄럽고, 모르는 말이니 더 가까이에서 듣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과 내 계란말이를 뺏어먹으려던 사람이 푸핫 하며 웃었다. 왜 웃을까? 나와 영국 사람은 어리둥절한데 이 두 사람은 배꼽을 잡고 웃는다. 왜들 그러는거야...
나의 뇌가 나를 위해 이야기를 만들다가 일부러 이런 불편하고 이상한 상황을 꾸민 것 같다. 일어나라고. 기분 좋은 이야기를 계속 하면 꿈꾸고 싶어서 더 잘 테니까. 그렇다고 너무 속상한 상황을 만들면 일어나자마자 기분이 안 좋고, 기분에 휩싸여 글 따위 안 써!!! 할까봐서 고심 끝에 웃는 상황으로 정했나보다. 그런데 궁금하고 황당하게 해서 더는 꾸고 싶지 않도록, 꿈을 끝내고 싶도록, 그러려면 일어나야만 하도록! 작전이 성공했다. ' 왜 웃는거야???' 하면서 일어났다. 꿈 이야기 써야겠다 하고 책상에 앉았고 오늘도 30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