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
<오후의 글쓰기>를 마침내 다시 내 손에 넣었다. 다시 꼼꼼히 읽어보자! 후루룩 읽다가 놓친 글쓰기 비법을 다 파헤쳐버리고 말리라! 이렇게까지 투지를 다지지 않아도 되는데 굉장히 거창하게 말하고 있다. 목차만 봐도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게 아주 명료하게 적어놓으셨는데 나는 왜 이렇게 의기충천한 것인가? 책을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볼 때 느낄 수 있는 짜릿함 때문이다. 권수는 정해져 있고, 그걸 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 겨우 구한 희귀템이면 이건 금을 캔 것 같은 느낌인 거다. 인기 많은 책이 전체 도서관에서 다 대출중일 때, 이미 책을 도서관에 소장하고 있으니 희망도서 구입은 진즉에 막혔을 때, 언제 내가 이 책을 볼 수 있나 애태울 때, 점점 책은 금덩이가 된다.
이은경 작가가 몸 관리를 아주 철저히 한다고 했다. '2부 어른의 글쓰기, 습관' 중 11강, 129쪽부터 나오는 쓸 수 있는 몸과 마음 유지하기를 읽으면서 내 마음도 동했었다. 체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고개도 내밀지 못한다. 근육이라곤 없고, 정신력으로 사는 듯한 흐물흐물이다. 헬스장은 두 달 정도 다녔던 적이 있고, 그 후로는 요가를 종종 했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종종. 계속이 아니고 종종이다. 몇 달 하다가 쉬고, 또 몇 달 하다가 잊고 지내기를 반복해서 햇수로만 따지자면 어디 보자, 2012년부터니까 13년 되었다. 매일 했더라면 요가 지도자급이 되고도 남았을 시간이고, 요가로는 인도사람도 이길 수 있는 엄청난 실력자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요가 학원도 한참 재밌게 다녔는데, 아이들 학교 지나 한 두 블록 가는 것도 너무나 멀게 느껴져서 재등록하지 않았다. 자고로 운동하는 곳은 가까워야 한다. 몇 걸음 걸어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마침 아파트 헬스장 옆에 있는 방에서 요가 강습이 있다고 했다. 단지 내에서 하면 가깝고, 1회 5천 원으로 저렴하기까지 하다. 주 2회 한 달에 8만 원, 매달 수강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으니 아주 매력적이다. 몇 달치 한꺼번에 하지 않아도 되니 부담스럽지도 않다. 한동안 즐겁게 다녔다. 9시 반 수업 시작인데 절대 9시부터 먼저 가서 스트레칭하는 일은 없었다. 다른 분들은 헬스 기구에서 운동을 좀 하다가 요가를 하시던데, 난 딱 요가만 하러 갔다. 집에서 9시 23분쯤 출발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간다. 산 건너 물 건너가는 느낌으로 새소리를 들으며, 연못을 지나간다. 새가 들르는 연못을 간다는 건, 요가로 직진하겠다는 나의 의식을 새를 찾겠다는 나의 무의식이 이겼다는 것이고 새에게 빠지는 날에는 새 탓을 하며 당당하게 지각하기 일쑤였다.
요가를 나는 제법 잘한다. 으쓱! 체력이 없지만 자세 따라 하는 건 어지간한 건 다 된다. 이건 좀 뻥이고, 최고난도는 안되지만 강사가 "여기까지 되시는 분들은 이걸 해보세요. 이것도 되는 분들은 이 자세도 해보세요." 하는데 나는 마지막 단계까지 다 된다. 으쓱으쓱! 나의 긴 허리 덕분에 조금만 팔을 뻗어도 유연성이 아주 좋은 사람처럼 다리를 지나, 발을 잡을 수 있다. 다운독을 가장 좋아한다. 등허리와 다리가 시원한 자세이기 때문이다. 하다 말다 13년 요가지만 실력이 되긴 되나 보다. 아무튼 강사의 "회원님, 그게 아니고요, 여기를 쭉 펴세요!" 멘트를 거의 듣지 않고, "그렇죠, 좋아요!"가 저절로 나오는 요가 모범학생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아파트 요가 공지를 보고 바로 시작했었다. 개운한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서 갔다. 역시나 산 넘고, 물 건너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지각은 하지 말아야지 약간 다짐하며 다녔다. 너무 새를 쳐다보다 지각을 한 후로는 지하 주차장으로 갔다. 차, 볼게 뭐 있나, 체육관으로 직진하기 딱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점점 가기가 싫었다. 미국 물 먹고 와서 내 몸이 바뀌었나, 한 살 더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미국에서 너무나 많이 마주친 인도사람들이 떠올라서 인도 운동이 싫은가? 싫은 마음 가득한데 그래도 갔다. 이러다 말겠지, 다시 재밌어지겠지 하고. 점점 한 번만 가자, 마지막으로 가자, 하며 다짐하게 되고 9월 마지막 수업에 어찌 됐건 갔는데, 그날 수업 후 어깨가 너무 아파졌다. 자세는 다 따라 했는데, 마음이 문제였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다 사고 난 꼴이다. 보통 찌뿌둥하거나 아픈 느낌은 그다음 날이면 가라앉는데, 이번 통증은 좀 달랐다. 그래서 나에게 시간을 줬다. 요가 그만해도 돼. 괜찮아. 안 가도 돼. 하지 말자. 안 하고 싶으면 하지 말자. 멈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