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평점, 교장선생님!
칼텍 숙소 담당자와 연락을 할 때 걸어서 10분, 차로 2분인 곳에 초등학교가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차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미국에서 걸어서 학교를 갈 수 있다니요? 너무 좋았습니다. 걸어서 10분이면 적당히 산책도 되고 아이들과 걷기에도 딱 좋은 시간이었어요.
어떤 학교일지 궁금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공대가 가까이 있는 학교이니만큼 글로벌을 대표하는 학교가 아닐까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아니 점수가 겨우 3점이라구요??? 인터넷에서 "8점인데 보내도 될까요?", "9점 정도면 괜찮나요?" 하는 글을 많이 봤는데 3점이라니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3점이면 말 다했습니다 ㅋㅋㅋ 안 좋은 학교라는 거죠. 뭐가 그렇게 안 좋은지, 애들을 보내도 되는 학교인 건지 판단할 자료가 필요했습니다. 이 학교가 아니면 어디를 보내야 하나 찾아야 했습니다.
1. 주소지에 따른 교육구 찾기(지역이름+Unified School District)
미국 학교는 지역 교육구 단위로 운영됩니다. 총괄기관은 흔히 디스트릭이라고 부르고 우리나라 교육청 같은 곳이에요. Pasadena Unified School District(PUSD), LA Unified School District(LAUSD)과 같이 지역이름 뒤에 통합학교구를 쓰고 검색하면 어떤 학교들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거주 주소지가 속하는지 교육구 내에서는 원하는 학교에 자리가 있다면 언제든 전학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사 가지 않는 이상 한 학교를 쭉 다니는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질문을 여기서는 자주 듣습니다. "Are you staying at this school next year? 내년에도 이 학교 보내요?"라고요. 특히 학기 말이 되니 더 자주 물어봅니다.
저희 집 주변, 차로 약 10분 거리에 학교가 세 개 있었어요. 평점으로만 보자면 6점, 4점, 3점 아이고... 인터넷에서 다들 보낸다는 8점, 9점 학교는 어디 있나요! 그러나 어쨌든 저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찾아야죠!
2. Great School에서 학교 점수 확인
Great School 사이트(https://www.greatschools.org/)에 학교 이름과 지역명을 넣으면 10점 만점에 몇 점인 학교라고 나옵니다. 시험 성적, 발전 정도, 가정 소득, 세 가지 항목으로 정해지고, 연말에 업데이트됩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 대체 왜 3점인 것인지 궁금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평가 항목 세 가지가 전부 평균 이하였습니다.
1. 시험점수(영어, 수학, 과학) 평균 이하
학기 말에 캘리포니아 주에서 시행하는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가 한 몫합니다. 캐스프(CAASPP: California Assessment of Student Performance and Progress)라고 불리고 영어, 수학, 과학 시험을 크롬북으로 봅니다. 즉, 이 항목 점수가 낮다는 건 공부를 안 한다 또는 못 한다는 뜻입니다.
2. 직전 학년 때에 비해 발전정도 낮음, 특히 저소득층 학생들이 계속 뒤처짐
학생 성적 데이터를 추적하고 있다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평균 몇 점이 아닌 학기 초에 비해 학기 말에 얼마나 발전했는가, 작년에 비해 올해 얼마나 성적이 향상되었는가를 봅니다. 그런데 이 항목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옵니다.
한 가지 눈에 띄었던 건, 'All other students'는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공부를 하는 아이들도 꽤나 있다는 증거입니다! 조금 희망이 보입니다.
3. 다양한 인종과 저소득층 학생들이 많음
학교 구성원을 인종, 소득, 성별로 나누어 아주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히스패닉 65%, 흑인 19%, 백인 7%, 아시안 7%, 영어를 제2 외국어로 배우는 학생 비율 15%, 저소득층 가정에서 온 학생들 83%,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조금 더 많은 학교입니다.
4인 기준 월 소득이 약 $5000 이하일 경우 저소득층으로 분류된다고 해요. 저희 월 소득은 환율 따라 오르락내리락했는데, 특히 환율이 엄청나게 치솟았을 때 저소득층이 될 정도였습니다.
3점을 보고 받았던 충격이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어느 부모가 당장 "이 학교를 보내야겠어!" 결심하겠어요? ㅎㅎㅎ 기왕이면 더 좋은 학교, 더 나은 학교를 보내고 싶지요. 여전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후보 1번 학교는 차로 15분, 걸으면 1시간 넘게 걸립니다. 4점이었지만 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하고 있었어요. 후보 2번 학교는 차로 8분, 걸어서 30분, 학교 점수는 6점이었습니다.
1. 매일 라이딩을 두 번씩
10-15분이지만 도로가 좁고 차 통행량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약 30분 넘게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했습니다. 말이 30분이지 매일 왕복 약 1시간을 도로에서 지내는 건 힘든 일입니다. 스쿨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2. 시험 성적이 높은 학교
시험 성적이 높다는 건 공부시키는 가정 아이들이 많고 학부모 관심도 높은 곳임을 말합니다. 1학년 입학하는 둘째는 어딜 가든 알파벳부터 배울 테니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5학년으로 가는 큰 애가 너무 공부에 치이면 매일 힘들어할 것 같았어요. 안 보내봐서 모르지만 어쨌든 성적이 높다는 건 진도가 빠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학교를 선택하시겠습니까?
1.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매일 라이딩하기 너무 힘들고, 남편이 회사 가는 날에는 차가 없으니 발이 묶입니다. 시내버스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미국 시내버스... 특히 바쁜 시간에 버스시간까지 맞추는 건 매일 아침 지옥일 것 같았습니다. 햇살 맞으며 10분, 비 맞으며 10분, 아이들과 매일 걸으며 쌓은 추억도 일 년어치 쌓였습니다.
2. 저소득층은 소득이 적다는 것일 뿐
저소득층 아이들이 많다는 건 그냥 그 부모님들 소득이 적다 뿐이지 그 아이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잖아요? 소득이 미국 평균에 비해 적다는 것인데 미국 '평균' 소득이 일론 머스크와 홈리스의 중간이라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소득도 '평균' 언저리 었는걸요.
3. 위험한 학교?
미국 학교는 폭력, 욕설 등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실제로 Back to School Night에서 교장선생님께서 학교 폭력에 대해서는 No tolerance라고 말씀하셨어요. 학교에서 나쁜 행동은 막아주실 거고, 동네 치안도 좋은 곳이기 때문에 보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4. 공부 못하는 학교?
시험 점수가 낮은 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애들이 영어를 배우면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당연히 이해 안 되는 것이 많겠지요. '나만 모르나'하며 너무 심하게 좌절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수 있잖아요.
5. 새로운 교장선생님!
개학 첫날, 교장선생님께 반했습니다. 매일 아침 굿모닝 노래와 구호 외치시는 교장선생님 뵙고 이 학교에 보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교문에서 인사해 주시고, 목청 높여 다 같이 구호와 함성을 외치는 교장선생님! 열정이 끓어오르지 않는 이상 아무나 못하지요!
특히 미국 학교는 마치 회사 같아서 CEO와 같은 교장선생님에 따라 학교가 좌지우지된다고 해요. 그래서 교장선생님이 바뀌면 전학 보내는 학부모들도 있다고 하구요.
학교가 많이 바뀌고 있어요.
교장선생님 덕분에요!
학기 시작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았을 무렵, 학교 회의에서 선생님, 학부모들이 말했습니다. 그냥 바뀌는 것도 아닌 '많이' 바뀌고 있다는 그 말에 조금 더 희망이 생겼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매일 아이들과 학교에 오는 저를 보시고 "활짝 웃어줘서 고마워요!" 하셨어요. 이 학교의 유일한 한국인 가족이 매일 등장하니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이미 교장선생님 열정에 반해버려서 그분을 보면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습니다. 교장선생님과 외치는 구호 덕분에 아이들도 저도 아침마다 기분이 좋고 신난다고 말씀드렸더니 저를 세 번이나 안아주셨습니다. 같이 셀카도 찍어주셨답니다!
어느 학교를 보내야 하는가, 고민이 많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아이가 좀 더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 칭찬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선택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거리과 평점은 확인할 수 있지만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에 대한 정보를 찾는 건 사실 쉽지 않습니다.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학부모회(Parent Teacher Association)의 열정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학교이름 및 학교 PTA 계정이 있는지 보시고 팔로우해보세요. 학교 홈페이지에서 PTA Newsletter를 구독할 수도 있습니다. 학교 행사 및 다양한 정보가 가득하다면 학부모 참여도가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저희 아이들이 다닌 학교는 어떠냐고요? ㅎㅎㅎ 조용~~~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