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아이들

승강기처럼 오르내리는 인간의 관계

by 조용히정진

일요일 아침 큰아들과 둘째 아들은 마작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둘째 아들이 마작 동호회에 가입해 한번 참석한 뒤 재미가 있었나보다.

같이 가자고 형에게 권유하기 시작한다.

첫째는 중국 유학시절 마작을 이미 경험해 보았기에 잠시 고민을 하다 흔쾌히 수락했다.

몇 주 전에는 둘이서 함께 일본 시즈오카 여행을 3박4일 다녀오기도 했다.

너무나도 사이좋은 형제다.


식을 올린지 만 2년만에 형제가 탄생했다.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연년생 형제들이 늘 그러하듯 중학교 때까지 서로 지독하게 싸웠다.

너무나도 많이 싸워 아내와 나는 외출해서 영화 보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아직도 그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 성장기 사춘기 아이들의 일반적인 행동일 것이다.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큰아들은 “화 안 났다구요” 라고 고함을 치며 화나지 않았다고 화를 낸다.

둘째도 만만치 않다.
어떡할 것인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달렸던 성공의 고속도로에 다시 올라가기 위해 크리스마스에서도 일할 만큼 앞만 보고 달렸다.

하지만 일단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고속도로에서 길을 벗어나 버리면 되돌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인생 네비게이션도 없어 최선을 다해 엑셀을 밟아도 점점 더 낯선 길만 나왔다.

과거의 최고치에 다시 접근해야 한다는 계속되는 강박이 무거운 짐처럼 나를 힘들게했고, 이를 떨쳐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 막 학원을 개원해 모든 것을 걸던 때라 정말 쉽지 않았다.

나는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모든 게 때가 있듯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것이 정서적 안정과 행복한 생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에너지를 가정의 화목과 아이들의 건전한 성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포옹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서로를 안고 토닥이며 하루를 시작했고, 잠자기 전 포옹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부정적인 얘기나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말도 삼갔다.


그리고 여행을 선택했다.

TV 프로그램에서 본 바로는 여행은 행복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다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한다.
2014년 겨울 부족함이 많은 형편이었지만 필리핀 세부로 해외 가족여행을 떠났다.
방 두 개를 잡았지만 함께 자기에는 아직 두 아이가 서로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라 둘째 아이는 우리 방에서 자고 큰아들만 방 하나를 오롯이 다 썼다.
같이 수영을 하고 생애 처음으로 바다가 눈에 보이는 인피니티 수영장에서 시간을 즐겼다.
함께 사진도 찍고 둘째 날, 셋째 날이 지나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태풍과 인연이 깊은가 보다.

여행기간 태풍으로 인해 패키지 여행사에서 작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자연을 즐기는 예약된 호핑 투어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리조트 내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리조트 내에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을 만났다.
간단한 영어 몇 마디 주고받고 바로 그를 따라 나갔다.
납치당하는 건 아닐까 모든 가족이 걱정을 하긴 했지만 아무 탈 없이 호핑 투어를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그렇게 필리핀 여행을 잘 마쳤다.

다음 해에는 일본 여행을 떠났다.

우리가 떠났던 수많은 해외여행의 대부분은 패키지여행이다.
저렴하면서도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는 우리의 선택이었다.
일본 역시 방 2개를 잡았는데, 여기서 드디어 큰아들과 둘째 아들이 한 방에서 자게 되었다.
그게 계기가 되었다.

다음부터 해외여행을 할 때는 형제가 사이좋게 한 방에서 잤다.
둘의 사이는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15년 전 과거의 모습은 서로 다투는 화난 형제의 모습이지만 2025년 시간대의 모습은 동호회 활동도 같이 하는 사이좋은 친구 같은 형제다.

같은 사람이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 부부의 모습도 처음에는 갈등으로 힘겨워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다투는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 학비 등 어려움은 시간이 갈수록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끝없는 터널 같은 긴 시간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나도 모르게 평화의 바다 모래사장 위에 서있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의 모습은 꿈꾸던 바로 그 모습이다.

방금 전 집 밑에 있는 낙지전문 식당에서 칼국수가 서비스로 나오는 낙지비빔밥을 먹고 이마트 산책을 했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아내는 늘 콧노래를 부른다.

버텨낸 우리의 세월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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