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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아라빌리 Dec 29. 2023

글쓰기, 취미라고 할 것까진 아니지만

'취미라고 할 것까진 아니지만'이라는 제목의 매거진을 하나 더 팠다.

10년 만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느낀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인생이 짧으니 즐겨야겠구나, 미뤄봤자 나중은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같은 거.

내가 뭘 좋아하는지. 해내고 싶은 것은 뭔지. 우리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건 뭔지. 내가 추구하는 행복과 그 행복에 다가가기 위한 길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우선 내년엔 수영을 배우고 프리다이빙 레벨 2에도 도전하고 캠핑을 좀 더 자주 다녀야지, 다짐하다가 아예 매거진을 하나 새로 팠다. (어쩐지 '만들었다' 보단 '팠다'라고 말하고 싶구먼) 배우고 싶고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하며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캠핑에도 좀 더 애정을 가져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매거진 연관 검색어를 입력하면서 '캠핑'과 '수영'까진 무난했는데 마지막 하나에서 조금 머뭇거려졌다. '취미'라고 입력할 생각이었는데(실제로 그러긴 했다) '글쓰기'라고 입력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 화면의 커서가 반짝이는 동안 숨어있던 그 마음들이 툭툭 튀어나와 나를 건드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가만히 글에 대한 생각을 하자 한숨이 조금 새어 나왔다. 매거진을 새로 만들며 들떴던 기분이 살짝 가라앉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지난 가을부터 글이 좀 힘들었다. 도무지 무언가를 쓸 자신이 없어서 손 끝이 머뭇거려지는 일이 많았다. 간신히 문장 하나를 써내어도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지가 않았다. 나는 성격이 아주 급한 편이라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오르면 재빨리 문장으로 만들어내곤 했으며 그러한 문장들을 엮어 글 한편을 뚝딱 쓰곤 했다. 내 호흡은 변한 것이 없는데 왜 더 이상 써지지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글을 쓰기가 힘들어서 그동안 써놓은 것들을 보았는데, 그걸 보자 '아,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못 쓰겠구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다소 지루한 감정선과 한결같이 반복되는 표현들과 너무 길어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 가끔은 한없이 가볍고 가끔은 대책없이 무겁고. 겨우 이런 걸 쓰느라 컴퓨터 앞에서 그렇게나 시간을 보내었다니. 이 무슨 시간 낭비에 전파낭비인가. 다시 써봤자 어차피 또 이런 거 쓰고 있겠지, 싶은 생각에 자괴감마저 느껴졌다.


나는 이제야 그것이 욕심이라는 걸 깨닫고 있는 중이다.

시작도 해본 적 없는 수영과 여전히 조금은 미심쩍은 캠핑에 대해서도 '취미'라는 카테고리에 얼마든지 넣고 있는데, 항상 마음 한편을 내어주고 있는 글쓰기에 대해선 왜 그렇게 머뭇거려지는 건지. 내 취미는 글쓰기라고 밝히는 일이 뭐가 그리 부끄러웠던 건지. 그 기저에 깔린 마음이 무언지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남들처럼 잘 쓰고 싶은 욕심과 남들한테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 욕심. 그냥 취미 말고 진짜로 좀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을 테다. 그게 뜻대로 안 되니까 외면하고 싶었던 건데, 그 외면조차 뜻대로 되지 않으니 혼자 글한테 심통이 났던 거겠지. 나보다 잘 쓰는 사람들의 글은 보고 싶지가 않아 한동안 이웃 작가들의 글은 물론 책도 읽지 않았다.(아이쿠야)   


쓰다 안 되면 말지 뭐, 라고 내내 중얼거렸던 것은 내 마지막 자존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평생 글쓰기에 대한 짝사랑을 품고 살 것이 분명해진 지금... 겨우 이런 글을 쓰면서 그것도 글이라고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대한 부끄러움도 좀 내려놔야겠다고 생각한다.


취미라고 할 것까진 아니지만 글 쓰기 좀 좋아합니다.

내년에는  소설   쓰고 싶습니다.   돼서 화딱지도 나고 스스로가 많이 우스운데 사실 원래 짝사랑 전문입니다. 우리 남편도 지구 여자랑  사귀어도 나랑은  사귄다 호언장담하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저한테  잡혀 사니, 글쎄요... 글도 언젠가  번은 나한테 마음을 내어  거라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니 이제 좀 속이 시원하다.


사실은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는 글을 쓰려던 중이었는데 글쓰기에 대한 고백이 튀어나와 버렸다. 생각과 손가락이 늘 다르게 논다.

뭐 어때? 내 글인데, 내 맘이지. 어쩌면 나중에 하이킥 할 수도 있겠지. 나 싫다던 남편한테 술 쳐 먹고(...;;) 내가 왜 싫은데? 눈 삐었니? 쟤보다 내가 훨씬 괜찮은데? 거 드릅게 사람 볼 줄 모르네,라고 고래고래 악담했던 일을 두고~~ 두고~~ 후회했던 것처럼, 또 그러고 있을 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속이 시원하다. 휴우...


+ 다음 주부터 수영 강습 시작한다. 강사님께서 보통 8회 만에 자유형은 완성된다고 하는데... 강사님께서 실망하실까 봐 걱정이다. 연초부터 남의 경력에 오점이 되고 싶진 않은데...

++ 이제 비키니 말고 강습용 수영복이닷.

+++ 수영 강습과 프리다이빙 때문에 요가는 또 미뤄지고 만다. 눼에... 돈이 없거등요. (ㅜㅜ)

++++ 생각해 보니 글쓰기는 공짜다. 취미 생활 중에 가장 저렴하네.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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